그린란드 빙하 아래 숨어있는 ‘지구적 위험’

[지질해설사 박태웅의 지구 속 이야기] 매시간 3천만톤 얼음 녹는 그린란드 빙하 녹는 바람에 지반은 20㎝나 상승 담수 유입으로 심층해류 흐름 느려져 유럽·北阿·대서양에 극한기후 올 수도

얼음이 녹고 있는 그린란드의 빙하. 사진= 연합뉴스
얼음이 녹고 있는 그린란드의 빙하.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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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노리는 ‘세계 최대의 섬’ 그린란드

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국은 한결같이 그린란드(덴마크 자치령) 매입을 원해왔다. 빙하 아래에 묻힌 풍부한 희토류(稀土類) 원소를 손에 넣기 위해서다. 미국은 빙하가 녹으면 지하자원 시추(試錐)가 쉬워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3억 년전만 해도 그린란드는 현 위치에 있지 않았다. 이 섬이 현 위치인 북아메리카 북동부로 이동한 데에는 지질학적 과정이 얽혀 있다. 약 3억 년 전 퍼즐 조각처럼 뭉친 초대륙(超大陸)인 판게아의 일부였던 이 섬은 약 2억 년 전부터 판이 갈라질 때 유럽에서 떨어져 나와 서쪽으로 이동했고, 마침내 북아메리카 북동부로 오게 되었다.

북아메리카 대륙 북동부에 위치한 그린란드. 3억년 전쯤 유럽대륙에서 떨어져 나왔다.
북아메리카 대륙 북동부에 위치한 그린란드. 3억년 전쯤 유럽대륙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만들어지기까지

그린란드의 대부분은 여러 개의 분출 빙하(outlet glaciers)로 인해 해안선을 향해 느리게 흘러가는 빙상으로 덮여 있다. 빙상은 땅 위를 넓게 덮고 있는 얼음 덩어리다. 빙상 가운데 높은 산에 자리했다가 중력에 의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강처럼 흐르는 얼음들을 빙하라 한다. 빙하는 강처럼 흐르는 얼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얼음이 흘러가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빙하가 만들어지는 데도 단계가 있다. 빙하학(Glaciology)에서 눈(snow)은 얼음 위에 떨어진 이후 변하지 않은 물질을 말한다. 퍼른(firn)은 눈과 얼음 사이의 중간 단계로 1년 이상 된, 빙하 얼음으로 변하지 않은 채 한 계절 동안 녹지 않은 눈을 말한다. 퍼른 입자 사이의 미세한 공기나 물로 채워진 통로가 닫히면 빙하가 된다.

빙하는 아름다운 묘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질학자 윌리엄 글래슬리 만큼 빙하를 과학적이고도 문학적으로 언급한 사람도 보기 어려울 것이다. 다섯 차례의 그린란드 탐사를 마친 그는 기반암(基盤巖: 지표 아래에 존재하는 단단하고 풍화되지 않은 암석층)을 풍경의 뼈대나 다름없다고 표현했다. 기반암은 그곳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고 바람에게 길을 안내한다. 조류(潮流)의 흐름은 기반암에 의해 제약을 받고 빙하는 기반암 위에 얹혀 있다. 망치로 기반암 샘플을 쪼개보면 아무 것도 흘러나오지 않지만 결정 구조 안에는 물이 들어 있다.(‘근원의 시간 속으로’ 148 페이지)

빙하가 녹자 기반암이 솟아올랐다

빙하에서는 흔히 기포가 발견된다. 기포 속 공기로부터 얼음이 형성될 당시의 대기 농도를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빙하는 기후 연구에서 주요 단서가 된다. 빙하학자들은 확인할 수 없는 과거의 기후, 환경의 비밀 등을 지닌 빙하를 얻기 위해 극지역으로 간다. 수백만 년 동안의 기후 변화가 기록되어 있는 빙하는 간접 또는 대리(代理) 자료라는 의미에서 ‘프록시(proxy) 데이터’로 불린다.

그린란드는 현재 시간당 3천만 톤의 얼음을 잃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가 녹으면 기반암에도 변화가 생긴다. 변화는 때로 지표면에서도 볼 수 있다. 덴마크 공대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그린란드 기반암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최대 20cm 상승했다. 이런 융기는 향후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융기는 부분적으로 빙상이 녹음으로써 지반에 가해지는 압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렇게 빙하가 녹아 기반암이 솟아오르는 현상을 빙하평형반동(glacial isostatic rebound)이라 한다.

그린란드는 지반이 해수면보다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홍수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부두의 위치가 높아져 어선이 더 이상 정박할 수 없게 된다. 암반이나 거친 퇴적물이 드러나면 얼음이 햇빛을 반사하는 효과(알베도 효과)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표면이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온난화가 가속되어 더 많은 얼음이 녹게 된다.

영거 드라이아스기(期)

1만 2,900년전에 시작되어 1,300여년간 지속된 일시적 한랭기(Little Ice Age, 현재보다 평균 1~2℃ 낮음)인 영거 드라이아스기에 있었던 일이다. 이 시기에 200~300년 간 그린란드의 기온이 9℃ 가까이 떨어진 적이 있었다. 이 역시 빙하 용융과 관련이 있다.

툰드라 기후에서 자라는 북극담자리꽃나무(Dryas octopetala)의 흔적이 영거 드라이아스기를 설명한다. 지질학 증거로 기온 저하의 흔적들이 발견되는데, 고고학적으로는 후기 구석기 시대와 겹친다.
툰드라 기후에서 자라는 북극담자리꽃나무(Dryas octopetala)의 흔적이 영거 드라이아스기를 설명한다. 지질학 증거로 기온 저하의 흔적들이 발견되는데, 고고학적으로는 후기 구석기 시대와 겹친다.

영거 드라이아스기라는 한랭기는 마지막 빙하기(Ice Age, 2만 5,000년 전~1만 년 전, 현대보다 평균 5~15℃ 낮음) 말기의 온도 상승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결과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려 북대서양으로 담수가 유입되었다. 이 때문에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가 약해져 북대서양을 중심으로 강한 추위가 찾아왔던 것이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는 열대지방의 따뜻한 해류를 북대서양으로 이동시키는 해류다.

드라이아스란 이름은 유럽의 고산 툰드라(tundra: 영구 동토층이 존재하고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 서식하는 북극담자리꽃나무(Dryas octopetala)에서 유래했다. 과학자들은 영거 드라이아스기를 열염순환(熱鹽循環)에 교란이 일어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수온과 염분의 변화로 인한 해수의 밀도 변화가 부르는 열대 해역과 극지방 간 해수의 심층 순환을 열염순환이라 한다. 열염순환은 글로벌 컨베이어 벨트라 불린다. 이 시기에 컨베이어 벨트가 고장난 것이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

해류가 느려지다

바람이 불어 생기는 바닷물의 흐름은 표층 해류/수평 해류다. 온도와 염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 바닷물의 흐름은 심층 해류/수직 해류다. 1 ㎥의 물이 지구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데 약 1,000년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류는 예측 가능한 경로를 흐르는 거대한 강과 같다. 표층을 흐르는 해류, 깊은 곳을 흐르는 해류, 짧은 거리를 흐르는 해류, 해저 전체를 가로지르며 지구를 한 바퀴를 돌기도 하는 해류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강은 중력에 의해 흐르지만 바닷물은 바람, 온도와 염도 차이에 의한 밀도 차이에 의해 흐른다.

기후 변화(상승)로 극지방이 따뜻해지면 얼음과 빙하에서 녹은 물이 바다로 흘러든다. 빙하는 전 세계 담수의 69%를 저장하고 있고 남극빙하가 60%, 그린란드 빙하는 8~9%다. 빙하에서 녹은 물은 온도와 염도에 따라 해양 순환을 늦추거나 차단할 수 있다. 그린란드 빙하에서 녹은 물도 바다로 흘러들어 해류 순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의 해류 속도는 1,000년만에 가장 느린 것으로 추정된다.

해류의 순환이 느려지면 저위도 바다의 열이 고위도로 올라가지 못한다. 이러면 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는 가뭄이, 대서양에서는 허리케인이 심화하는 등 심상치 않은 기후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기후는 장기간에 걸친 기온의 평균치를 의미하는데, 기후 1 도(℃) 상승 자체가 위기다. 전 지구 차원의 평균 기온이 별 차이가 없어도 지역적으로는 상당히 큰 기온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기후 경각심을 갖춰야

해양과학자 레이첼 카슨은 바다는 온도를 안정시키는 지구 차원의 ‘거대 조절 장치’라는 말을 했다. 이는 차가운 표층수가 가라앉아 심층수가 되는 주요 지역인 그린란드 주변 해역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영거 드라이아스기의 역사를 지닌 그린란드가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미국 해양대기청이 처음 사용한 ‘기후 문해력’(Climate Literacy)이란 말이 있다. 기후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기후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 그린란드는 우리에게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지정학과 지질학 두 관점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그린란드가 향할 곳은 어디일까?

글쓴이

박태웅 자연 칼럼니스트

박태웅 자연 칼럼니스트는 자연과 인문의 창의적 어울림을 목표로 하는 독서인이다. '새와 생명의 터(Birds Korea)'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평소에는 서울 역사/문화해설사(2017년~ )로 활약중이다. 특히 한탄강(연천) 세계지질공원해설사(2020년~ ) 일을 하고 있다, 해인사(海印寺) 월간지 해인지 등에 기고했다. 저서로는 ’공공역사를 실천중입니다‘를 출간(2023년; 푸른역사 刊 공저)했고 ’한국의 세계지질공원‘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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