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화산 폭발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지질해설사 박태웅의 지구 속 이야기] 지구 속 맨틀이 분출하는 현상에 대해 태평양판 한가운데서 왜 화산이 터질까 마그마가 기둥처럼 솟아오르는 ‘맨틀 플룸’ 화산 분출, 지구가 자신을 식히는 한 방식
지진단층촬영 기술로 알아낸 지구
맨틀은 지구의 지각과 핵 사이에 자리하는 암석(물질)이다. 지구 전체 부피의 84%와 지구 전체 질량의 60%를 차지한다. 핵은 지구 전체 부피의 15%와 지구 전체 질량의 34%를 차지한다. 이를 고려하면 맨틀이 핵보다 밀도가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체이지만 특정 깊이(100~400 ㎞)에서 녹아 액체처럼 흐를 수 있는 맨틀과, 물질이 상승하는 통로 또는 흐름인 플룸(연기 기둥처럼 상승하는 현상)을 하나로 묶어 맨틀 플룸(mantle plume)이라 부른다.
여기에 열점(熱點)이란 개념까지 더하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열점은 지구 내부의 뜨거운 물질(플룸)이 지표와 만나는 부분이다. 맨틀 플룸은 더 많이 밝혀야 할 지구과학의 주요 가설이다.
다만 지구과학자들은 지진단층촬영 기술 덕에 맨틀 플룸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지진단층촬영 기술은 지진파(波)가 밀도나 온도가 다른 지역을 통과할 때 경로, 진폭, 속도 등에서 보이는 차이를 감지해 2차원의 지각(地殼)과 3차원의 맨틀 구조를 영상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의료 진단 분야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단층촬영(CT) 스캐닝 기술을 응용한 이 시뮬레이션 기술이 밝혀낸 것은 지구 내부의 복잡하고 이질적인 공간이다.
‘열곡대’의 아이슬란드와 ‘열점’의 하와이
아이슬란드는 빙하 아래에 화산이 자리해 얼음과 불의 나라라 불린다. 이 나라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바다 아래에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발산형 지판(地板)의 경계가 눈에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지판이 양옆으로 잡아당겨지고 있음을 뜻한다. 아이슬란드는 북아메리카 (지)판과 유라시아 (지)판이 갈라지는 경계에 자리한다. 이렇게 지판이 갈라지는 곳을 열곡대(裂谷帶)라 한다.
아이슬란드는 열곡대가 섬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나라다. 과학 저술가 리처드 포티는 “하와이 주민들처럼 아이슬란드 주민들도 화산을 두려워하기보다 존중한다”고 말한다.(『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 119 페이지)
포티가 말한 다른 지역, 즉 하와이 제도(諸島)는 판이 모이는 지점(수렴 지점)이나 멀어지는 지점(발산 지점)이 아닌 태평양판 한 가운데에 자리하지만 화산 활동이 활발한 곳 또는 판구조론으로 해명할 수 없는 열점을 설명할 수 있는 곳이다.
열점은 맨틀 플룸 구조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구 깊은 곳에서 출발하는 맨틀 플룸은 지름 100㎞ 정도의 뜨겁고 거대한 암석 기둥의 흐름이다. 맨틀 플룸은 주변 암석들보다 상대적으로 고온(밀도가 낮음)이어서 1년에 약 10㎝ 정도의 속도로 상승한다. 지표 가까이(150㎞ 정도) 상승한 맨틀 플룸은 낮은 압력 때문에 부분적으로 녹는다. 그보다 깊은 곳에서는 압력이 높아 암석이 녹지 않는다.
하나의 지판이 다른 지판 아래로 들어가는 곳(‘섭입대; 攝入帶‘)에서는 지진이 일어나거나 화산이 분출한다. 지진은 한 지판이 다른 지판 아래로 들어갈 때 마찰열이 발생하고 압력이 증가해 생기는 현상이다. 화산 분출은 섭입한 지판이 맨틀 속으로 내려가면서 만들어진 녹은 암석(마그마)이 지표면으로 솟구치는 현상이다.
또 두 개의 지판이 멀어지는 곳(발산 지점)에서도 지진이 일어나거나 화산이 분출한다. 지진은 지판이 멀어질 때 발생하는 균열로 인한 현상이기도 하다. 화산 분출은 지판이 멀어져 생긴 틈으로 맨틀의 뜨거운 암석이 상승해서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마그마를 채워놓고 있는 ‘마그마 챔버’
‘액체 물질인 마그마가 머무는 지표 아래 1~10㎞의 지점을 마그마 방(房) 또는 마그마 챔버(magma chamber)라고 한다. 지표 아래 수십 ㎞의 깊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마그마는 주위의 고체 물질(암석)보다 비중이 작아 부력(浮力)에 의해 천천히 상승한다. 지표 아래 5~10㎞ 정도의 지점에서 마그마는 주변의 암석과 비슷한 정도의 밀도를 나타낸다.
이 때문에 마그마는 부력을 잃고 머물게 된다. 마그마가 모여 마그마 챔버의 압력이 높아지면 마그마가 화산을 통해 분출한다. 마그마 챔버는 채워졌다가 비워지는 패턴을 반복한다. 지상으로 나온 마그마는 용암(鎔巖)이라 부른다. 용암은 가스를 잃은 마그마다.
용암은 중앙해령이라 부르는 바다 바닥에서도 발견된다. 용암이 식으면 검은색의 현무암이 된다. 현무암은 화산 분출을 통해 지표 밖에서 식는 화산암이다. 과학 저술가 리처드 포티는 “태평양 위를 지나는 일이란 현무암 위를 가로지르는 일”이라 말한다.
그 어두컴컴한 심연(深淵)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태양의 무서운 폭발이 일어나 바닷물이 증발하여 퇴적물이라는 옷이 남김없이 벗겨진다면 태평양 바닥이 온통 검은색을 띠고 있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다.(『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 103 페이지)
열점의 고정된 한 지점에서 마그마가 분출한다. 분출한 마그마가 식어 섬이 됐다. 이 섬은 태평양판이 이동함에 따라 움직여간다. 마그마가 다시 분출한 후 식으면 다른 섬이 만들어진다. 이 섬 역시 태평양판이 이동함에 따라 자리를 바꾸게 된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 하나의 열(列)을 따라 여러 섬(제도; 諸島)이 만들어진다.
화산섬이 이동해 가는 원리는 해리 헤스(1906-1969)가 제안한 ‘해저확장설’로 설명할 수 있다. ‘해저확장설’은 바다의 발산형 경계를 통해 솟아오른 마그마가 식어 만들어진 새 지각이 옆으로 움직여 옛 지각을 밀어내는 경로를 거쳐 바다 바닥이 넓어진다는 이론이다.

하와이의 여러 섬들과 맨틀 플룸 구조
북태평양 한 가운데에 자리한 하와이 제도는 7~8개의 큰 섬과 수없이 많은 작은 섬, 물속에 잠겨 있는 해산(海山)들로 구성된 섬의 집합체이다. 산이 물에 잠기게 된 이유는 유일하게 마그마를 분출하는 하와이 섬에서 멀어지면서 풍화되어 해수면보다 높이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와이 제도가 생긴 원인으로서 열점이 두 곳에서 발생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a) 하부 맨틀과 외핵 사이의 D“(double prime D)층이라 불리는 지역으로 핵으로부터 열을 공급받아 팽창하고 가벼워져서 위로 움직이는 것으로 해석한다.
b)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 사이로 고체 상태인 상부 맨틀이 부분적으로 녹은 연약권(지표 아래 100~350㎞ 구간)에서 플룸이 생긴다고 해석한다. 열점으로 뜨거운 플룸이 상승하면 대륙이 분리되고 바다 바닥에서는 산맥이 만들어진다.
해양판은 플룸이 상승하는 곳에서 멀어지면서 차가워지고 무거워진다. 이 과정을 통해 해양판은 다른 지각 아래로 들어간다. 이를 ‘차가운 플룸’이라 한다. 차가운 플룸은 맨틀과 핵의 경계까지 밀려들어간다. 온도가 낮은 플룸은 고온의 경계에 닿아 활발한 대류를 일으킨다. 이때 ‘뜨거운 플룸’이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지구의 모든 지질 활동은 몇 개의 요인을 에너지 삼아 일어난다. 거대 운석들과의 충돌로 생긴 지구 형성 당시의 열(熱), 지구 중심부인 핵에서 지속되는 우라늄, 토륨, 칼륨 40 같은 방사성 원소들의 붕괴 등이다. 화산 분출은 거대 열기관인 지구가 자신을 식히는 방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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