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똑똑한 정부’를 만들 것인가

트럼프 ‘정부효율부’ 혁신인가 무리수인가 공공부문 혁신과 효율화는 시대적 요구 기업경영 방식 도입으론 해결되지 않아 ‘효율성’ 미명下 ‘공공성’ 희생시켜선 안돼 ‘작은 정부’ 아닌 ‘똑똑한 정부’ 위한 개혁을

대통령 트럼프(왼쪽)와 정부효율부 수장 머스크의 지금 관계가 그대로 유지될지 의문이다. 사진= 연합뉴스
대통령 트럼프(왼쪽)와 정부효율부 수장 머스크의 지금 관계가 그대로 유지될지 의문이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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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 숙원의 공공부문 인력감축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야심차게 내놓은 정부 개혁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다. 이 부서는 행정부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Reeve Musk)와 공화당 정치인 비벡 가나파티 라마스와미(Vivek Ganapathy Ramaswamy)가 공동으로 이끌며, 정부의 방만한 운영을 혁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실험은 혁신보다는 논란을 더욱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DOGE를 추진한 배경은 명확하다. 현재 미국의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GDP 대비 6%에 달하며, 국가채무는 점점 증가하는 상황이다. 공공부문의 인력 감축과 예산 절감은 보수 진영에서 꾸준히 제기해 온 숙원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가 기업처럼 운영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강조하며, 머스크와 같은 혁신 기업가들에게 개혁을 맡기는 파격적인 방식을 택했다. 목표는 명확했다. 공무원 10만 명 감축, 428개 연방 기구를 99개로 축소, 2조 달러 규모의 예산 절감이다.

쏟아지는 비난과 월권 논란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DOGE는 공무원 감축을 위해 ‘부처 통폐합’과 ‘원격 근무 축소’, ‘AI 행정 자동화’ 등을 도입했다. 특히 교육부, 환경보호청(EPA) 등 5개 부처의 폐지와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해체 수준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논란이 가중되었다. 연방 공무원들은 강제 해고 통보를 받았고, 조직 내에서 해체 분위기가 감돌았다. 결국 DOGE 내부에서도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등 전문 인력 21명이 집단 사직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짐을 챙겨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고 통보를 받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짐을 챙겨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월권’ 논란이었다. DOGE는 공식적인 연방 부처가 아닌 대통령 직속 위원회 형태였다. 의회의 정식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연방정부의 주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사실상 초법적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공무원 노조는 즉각 반발했고, 여러 주에서 소송이 잇따랐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성과 역시 논란거리였다. DOGE는 출범 후 550억 달러(약 79조 원)를 절감했다고 홍보했지만,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이 수치가 과장되었음을 지적했다. 예산 삭감 항목 중 상당수가 이미 지급된 계약이거나 단순 행정 실수로 인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한 계약 건에서는 800만 달러를 80억 달러로 잘못 계산하는 황당한 실수도 발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머스크는 DOGE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절감된 예산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정부효율부 배당금’ 지급 계획까지 발표했다. 국민들에게 절감 예산의 20%를 환급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이 역시 의회의 승인 없이 추진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 예산을 국가 부채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효율성 위한다고 밀어부쳐도 될까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DOGE가 던진 화두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공공부문 혁신과 행정의 효율화는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행정은 단순한 기업 경영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해고를 단행할 수 있듯이, 정부도 공무원을 대거 해고할 수 있을까? AI와 자동화를 도입해 공공서비스를 축소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역사적으로 공무원 감축은 정부 개혁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레이건 정부가 5%, 클린턴 정부가 4.2%의 공무원을 감축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신중한 정책 조율과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 반면, DOGE는 급진적인 감축과 강압적 방식으로 추진되었으며, 머스크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기업 경영 방식을 무리하게 공공행정에 적용한 측면이 크다. 공공부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공감대 없이 진행된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DOGE 실험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정부 효율화’라는 대의 아래 모든 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행정 서비스는 단순한 비용 절감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직결된 공공재다. 공무원의 숫자만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정부 조직이 시대 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DOGE는 혁신적인 발상이었지만, 너무 급진적인 방식으로 추진된 탓에 실패한 실험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한 ‘작은 정부’가 아니라, ‘똑똑한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을 줄이되,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는 유지하고,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민간의 혁신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공공부문을 완전히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공공성까지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균형 잡힌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에의 시사점

한국 역시 공공부문 개혁이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미국식 급진적 감축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국은 정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포함한 ‘그림자 정부’ 인력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 개혁은 단순한 공무원 감축이 아니라,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민간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AI와 디지털 행정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공공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 필요하다. 정치적 이념보다는 실질적인 행정 혁신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개혁이 되어야 한다.

트럼프의 DOGE 실험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신중하고 균형 잡힌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소순창 건국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소순창 교수는 오랫동안 정부개혁 및 자치분권에 대하여 연구한 학자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지방자치학회장, 그리고 경실련 정책위원장, 지방자치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역임했다. 평소 시민사회, 학회, 정부의 자치분권정책을 학문적으로 연구했고, 자치현장에서 경험하였던 것을 정부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해왔다. 현재는 '경기도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경기도의 자치분권정책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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