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탄핵, 미국이 나쁘게 보지 않을 이유

[김성재의 국제 정치경제학] 삼권분립과 권력간 견제가 “상식”인 미국 “상식 벗어난 尹과 한 총리, 탄핵 당연해” ‘계엄 반대’ 최상목, 상식에 맞는 권한대행 재판관 임명과 투자자 신뢰 회복 나서길

최상목 경제부총리겸 대통령 직무대행이 27일 권한대행으로서 첫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겸 대통령 직무대행이 27일 권한대행으로서 첫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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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페인의 베스트셀러 『상식』

세계 최초로 대통령제를 수립한 미국의 독립혁명은 토마스 페인의 47쪽짜리 에세이로부터 출발한다. 1776년 출간된 『상식(Common Sense)』이란 제목의 소책자였다. 당시 식민지 미국의 인구가 250만 명이었는데 이 책자는 13만 부나 팔렸다. 공전의 히트를 친 바탕에는 비상식적인 것에 대한 미국인의 분노가 깔려 있었다. 무엇이 비상식적인 것이었을까?

우선 혈통에 따라 지배자를 정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었다. 그런 전통에 따라 왕이 된 영국 국왕이 식민지를 다스리는 것은 야만적이고 비상식적이라 봤다. 또한 지배하지 말아야 할 자들이 지배당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이라 봤다.

며칠을 항해해야 도착하는 먼 위치의 본국 영국은 식민지 정착민을 동등한 권리를 지닌 국민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착취해도 되는 대상으로 파악했다. 영국은 식민지의 각종 법적 문서에 인지세를 부과했고 차, 유리, 종이, 페인트 등 식민지로 수입되는 상품에 세금을 물렸다. 또한, 식민지가 영국으로 수출할 때는 영국 배를 통해서만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홍차를 수입할 때도 자국의 국영 회사인 동인도 회사에는 무관세 수입을 허락했다.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수입거래 관행을 국가가 앞장서서 용인했다.

격분한 식민지인들은 동인도 회사 소유의 배에 올라 342상자의 차(茶)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보스턴 항구의 차 사건’이었다. 공평하게 관세를 부과해 달라는 식민지인의 상식적 주장에 대하여 영국 정부는 강압법을 통과시키고 계엄령을 선포해 군대로 보스턴 항구를 봉쇄해 버렸다.

1787년 미국의 필라델피아 제헌회의 기록화.
1787년 미국의 필라델피아 제헌회의 기록화.

‘상식’이 지배하는 나라를 세운 미국인

토마스 페인의 『상식』에 공감한 식민지인들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기치 아래 대륙회의를 열고 독립을 선언했다. 1776년 토마스 제퍼슨이 기초한 <독립선언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생명, 자유, 행복 추구라는 천부적 인권이 있음을 천명했다. 상식적인 기본권이 선언되었다.

페인의 『상식』은 1620년 종교의 자유를 찾아 보스턴 항구에 도착한 메이플라워 호의 정신에 닿아 있다. 이들 뉴잉글랜드의 정착민들은 종교의 자유와 민주적 합의를 통한 자치를 상식으로 보았다. 이들의 상식은 남부에 도착해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대농장 플랜테이션을 일구며 부를 축적한 남부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았다. 남북전쟁을 통해 노예 해방을 달성하고 ‘상식’이 지배하는 나라를 건설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파시즘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했고 2차 대전 이후에는 전제주의적 공산권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것이 미국인의 상식이라 본 것이다. 물론 미국의 대외 정책이 모두 옳았던 것은 아니다. 공산권 소련에 맞선다는 명분 하에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독재정권을 비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성숙된 나라,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에 대하여는 법치주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의 보장이라는 미국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싸우는 것이 ‘상식’이라 보았다.

미국인의 눈에 윤석열이 상식적일까

그렇다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한 대한민국에 대하여 미국인들은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상식 있는 미국인은 한국을 프랑스와 같은 유럽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달성한 나라로 간주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에서 극우 세력이나 극좌 세력에 의해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식적 민주주의 시스템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대통령제의 효시인 미국의 민주주의까지 위협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시각에서는 한국 야당의 예산안 삭감이나 몇몇 공무원 탄핵을 이유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특수부대를 국회에 투입한 윤석열의 행위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은 매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여야 간에 극심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그 여파로 연방정부의 폐쇄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 있다. 실제 과거 몇 차례에 걸쳐 연방정부 기능이 중지되기도 했다. 국회의 예산 삭감을 이유로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면 미국은 거의 매년 계엄령 선포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과거 어떤 미국 대통령도 여야 간 대립이나 예산안 합의 무산을 이유로 계엄령을 선포할 엄두를 내지 않았다. 그것이 ‘민주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제의 존립 기반이 되는 상식은 삼권분립의 존중과 국가권력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있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에도 어느 일방이 우위에 있지 않고 서로 간 권력을 나눠 가지면서 공존하는 것이 상식이라 본다. 대통령이 자신이 국민의 선거로 뽑혔다고 하여 똑같이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의회를 무시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에 길들여져 있는 다수의 미성숙 민주국가에서는 대통령이 모든 권력의 위에 있다는 사고가 지배한다. 기본적으로 의회의 권한은 무시해도 된다고 본다. 국회는 법을 세우는 중추가 아니라 정부 역할을 보조하는 통법부의 기능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안에 대한 시각도 차이가 난다. 미국은 예산안을 법률의 하나로 규정한다. 예산이 법률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회에서 결정해야 되는 사항으로 본다. 하지만 미성숙 민주국가에서는 예산은 정부가 편성해 결정하고 국회는 통과만 시키면 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당연히 비상식적이다. 국민의 혈세를 쓰는 예산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통제하고 결정권을 갖는 것이 상식적이다.

한덕수 총리 겸 전 대통령권한대행이 지난 26일 국회가 동의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TV조선 캡쳐
한덕수 총리 겸 전 대통령권한대행이 지난 26일 국회가 동의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TV조선 캡쳐

미국인의 눈에도 한덕수 총리는 ‘탄핵감’

따라서 국회가 헌법에 따라 추천한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을 거부한 한덕수 총리의 결정은 비상식적이다. 국회의 결정 권한과 삼권분립의 정신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상식적 결정을 거듭하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한 국회에 대하여 미국은 상식적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할 것이다.

대통령이 국회에 의하여 탄핵되어 직무가 정지된 마당에 그 권한을 대리하는 자들이 내려야 하는 상식적인 결정은 ‘민생과 경제의 안정’이다. 국민의 70%가량이 상식이라 생각하는 대통령의 탄핵에 대하여 반대하고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행위는 비상식적이고 반민주적이다. 무엇보다 합법적인 대의기관인 국회를 무력으로 억누르려고 했던 시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 사태를 촉발한 대통령은 한시 바삐 탄핵되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인의 시각에서도 상식적인 일이다. 이를 지연시키려 한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도 당연히 상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할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요건에 대한 해석도 민의에 입각한 상식의 연장선 상에서 판단했어야 한다. 민의의 70%가 대통령 탄핵심판의 조속하고 원활한 진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상태에서 이를 지연하려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이 조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또한 상식적 판단이다.

경제와 민심의 안정을 위해서는 초기부터 탄핵에 반대했던 최상목 부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직 수행이 보다 효율적이고 상식적이다. 그런데도 탄핵 표결에는 참여하지도 않고 국회의장을 둘러싸고 표결이 무효라고 외치는 여당 의원들의 행태는 민의의 시각에서 상식적이지 않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당연히 상식에 따라야

물론 최상목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완전체 구성을 위해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또한 권한대행으로서 국회를 존중하고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서 우리나라의 성숙한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를 지키는 길이다.

한국은행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 흔들리고 있는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정부도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긴급 구제자금을 마련, 빈사상태에 처한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는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하고 한국의 자산 가격이 싸지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148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의 수준은 금융위기 직전을 방불하리만치 비상식적인 상태이다. 환율이 1500원대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한국에 투자할 외국인 자본은 많지 않다. 이러한 혼란은 오롯이 윤 대통령, 한덕수 전 권한대행과 여당이 저지른 비상식적 행동과 결정의 결과다.

지금이라도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금융기관과도 협의해 원화의 신인도 확보를 위해서 전력투구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권한대행과 국회가 긴밀히 협력해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등 부가가치 높은 혁신 산업의 발전 방향을 마련, 발표해 그간 실종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과거 새로운 첨단산업이 나올 때마다 가장 앞서가던 기술 국가의 상징인 한국은 미래 혁신기술 분야에서 5위권 안에도 들지 않는 무미건조한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국정을 담당했던 정부 여당과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지금이라도 상식적 민의에 부합하도록 행동하고 결정하여야 한다. 상식이 국가 경쟁력과 국가 신인도를 회복하는 첩경이다.

글쓴이

김성재 미 가드너웹대 교수

김성재 미 퍼먼 대학교 교수(경영학)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금사와 예금보험공사에서 12년 간 근무했다. 학업을 재개해 코넬대와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파이낸스)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 미국 대학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패드 시그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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