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희망을 보기 위한 ‘극적인 조건’은

[김성재의 국제 정치경제학] 3가지 조건이 ‘극적으로’ 변한다면, 인플레와 경기침체 벗어날 수 있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을 하고 있다. 이 포격이 빨리 멈출 수 있을까. 사진=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을 하고 있다. 이 포격이 빨리 멈출 수 있을까. 사진=AP/연합뉴스

2020년 봄 생소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덮쳤을 때 세계 경제는 일순 대공황급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신속한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경제는 빠르게 회복했다. 더구나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자산시장은 초유의 호황을 누렸다.

러-우 전쟁이 당긴 ‘인플레 폭발’

그 영향으로 1년 전 이맘때 쯤 대부분의 전문가는 2022년에도 주가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물가가 강하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다수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5% 안팎으로 올리는 초강력 긴축정책에 나설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지난 2월 러시아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이 늦어지면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자산 가격의 급등으로 가계의 부가 늘면서 수요 부문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공급 부문의 비용 상승과 만나 폭발적으로 커졌다.

그러자 상황을 안일하게 보고 있던 연준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강도 긴축에 나서지 않을 경우 1970년대 세계경제를 괴롭혔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앙등)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연준은 두 차례 빅스텝(50 bp)과 네 차례 자이언트스텝(75 bp)을 통해 연초 0.25% 였던 기준금리를 4.5%로 올렸다.

지난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1년 내내 금리를 올렸고 금리 인상 속도도 1980년 이래 가장 빨랐다. 그 여파는 컸다. 연초 1.7% 안팎이었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8%대로 급등했다. 연초에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의 손실이 투자 원금의 15%가 넘었다. 주식시장의 손실은 더 컸다. S&P 500 지수는 20% 안팎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의 하락률은 30%를 넘었다.

가상자산 시장에 가해진 충격은 더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65%가량 하락했다. 한 때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던 국제유가는 80달러 아래로 하락했고 부동산 시장도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단기채권 금리가 장기채권 금리를 상회하는 수익률 곡선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점증했다.

1. 러-우 전쟁이 끝난다면

이렇게 암울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2023년에 세계 경제는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을까? 투자자와 경제 주체가 밝은 미소를 회복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현재의 어두운 경제 여건을 조성한 근본 원인을 찾아보자.

표면적으로 자산시장의 붕괴를 가져온 원인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도록 밀어붙인 것은 인플레이션이었고 인플레이션이 용인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한 이유는 국제유가와 식료품을 비롯한 상품 가격의 급등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이들 재화의 가격이 1차적으로 급등하면서 2차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서비스 부문으로 파급되었고 인건비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연준이 긴축 기조에서 후퇴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경제 봉쇄를 해제하면서 유가상승 압박이 다시 커지고 있다.

만약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위로 치솟을 경우 인플레이션이 또 한 번 악화하면서 연준의 긴축 속도가 더불어 빨라질 수도 있다. 이는 가뜩이나 취약해진 자산시장에 메가톤급 악영향으로 나타날 것이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달러 강세가 재현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세계 경제가 눈에 띄게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려면 당초 인플레이션의 진앙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 종식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1950년에도 그해 6월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전 세계 물가가 급등세를 보였지만 이듬해 정전협상이 시작되면서 인플레이션율이 급격히 떨어졌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을 깨고 시작되었듯이 예상을 깨고 종전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최근 건강 악화설에 시달리고 있는 푸틴의 비관적 현실 인식이 한 줄기 희망을 주고 있다. 거기다 미국이 동맹국에도 잘 주지 않는 패트리어트 미사일까지 제공하면서 러시아를 코너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로부터 한국전쟁 당시에 그랬듯이 종전협상이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약 상반기 어느 시점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시그널이 반짝인다면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중장기 안정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압력의 가시적 하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연준도 긴축의 강도를 누그러뜨리며 자산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다.

중국 베이징의 국제 공항에서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리오프닝이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국제 공항에서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리오프닝이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2. 중국이 리오픈한다면

둘째로,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경제 재개(reopening)가 희망적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은 어쩔 수 없겠지만 열악한 의료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숫자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어 ‘제로 코로나’ 봉쇄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이 경우 중국의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공급 측 물가 압박을 약화시킬 것이다.

또한, 중국 시장의 소비 여력이 회복되면서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줄여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중국에서 여행이 재개되면서 국제유가에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과 중국 경제가 동시에 침체에 빠지는 것보다는 그 영향이 적을 것이다.

푸틴, 바이든, 시진핑 이들 3人의 화해 여부가 세계 경제 회복의 결정적 조건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푸틴, 바이든, 시진핑 이들 3人의 화해 여부가 세계 경제 회복의 결정적 조건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 바이든-시진핑-푸틴이 화해한다면

셋째, 경제 상황의 악화를 인식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협상에 나서 미중관계가 개선되는 경우다. 현재 바이든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전제주의적 독재 정치 이념의 글로벌적 확산을 저지하고 인권과 자유를 우선시하는 서구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에 가득 차 있다. 그런데 만약 미국 경제가 침체 위기를 보이면 그 입장을 변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에서도 ‘제로 코로나’ 포기에 이어 경제 회복을 우선시하는 실용적 정책이 가시화하고 있어 3기 집권을 공고화한 시진핑이 미국에 유화적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실타래처럼 얽힌 바이든과 시진핑, 그리고 푸틴의 관계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듯 해결할 수 있는 외교적 수완이 발휘된다면 지정학적 위기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때로는 뜻하지 않은 계기를 통해 옳은 방향으로 선회하기도 한다. 새해에는 인류가 이성적 사고를 회복해 전쟁이 끝나고 안정 성장이 재개되는 희망 섞인 한 해가 되기를 꿈꿔 본다.

글쓴이

김성재 미 가드너웹대 교수

김성재 미 가드너웹 대학교 교수(경영학)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금사와 예금보험공사에서 12년 간 근무했다. 학업을 재개해 코넬대와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파이낸스)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가드너웹 대학교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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