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강달러 다시 올 때 신흥국 경제위기 온다
[김성재의 국제 정치경제학] 다시 불거진 미 고용시장 ‘수수께끼’ 잡히지 않는 고용지표...금리인상 재시동 美강달러 복귀 가능성...한국 등 위기에
지난 3일 전까지의 금융시장
지난 주 금요일(3일) 미국 고용시장 통계가 발표되기 전까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금융시장은 순조로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주가는 전년 말 바닥과 비교해서 급등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고 비트코인을 포함해 가상화폐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무엇보다 채권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금리가 안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신호였다. 미국의 장기국채 수익률이 연일 하락세를 타면서 금융시장 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있었다.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금융시장 여건을 측정하는 美시카고연방준비은행의 금융여건지표는 2021년 6월에서 작년 10월까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으나, 그 이후 최근까지 크게 개선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인 모기지 금리가 1% 이상 하락하면서 주택시장에도 희미하나마 청신호가 켜지고 있었다. 물론 유동성 개선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달초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긴축적 통화정책의 완화를 시사하는 피벗(pivot, 정책전환)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모처럼만에 화색이 돌았다.
이에 국제투자자본이 그간 글로벌 금융경색 국면에서 크게 하락했던 신흥시장(이머징마켓)으로 몰려들면서 달러 약세가 심화하고 이들 국가의 자산가격이 크게 올랐다. 그것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달러당 1500원대를 위협하던 원화 환율은 1200원대 초반으로 안정됐고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국내 금융여건이 개선되자 국제 핫머니가 자본시장으로 대거 유입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 추세대로 간다면 연말쯤엔 인플레이션이 2%대로 안정되고 연준도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에는 화사한 봄이 찾아오는 것이 거의 명확하다고 믿었다. 호재는 호재로, 악재도 호재로 해석하면서 시장은 랠리를 거듭했다. 숨죽였던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들어오고 공매도 세력이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주가 폭등세를 멈출 힘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듯했다.

3일에 무슨 일이 있었나
그러다 지난 금요일(2월 3일) 전세계 금융시장은 일순 충격에 휩싸였다. 1년여에 가까운 연준의 고강도 긴축 효과가 나타나면서 고용시장도 서서히 식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듯 1월 신규고용 창출이 50만개를 훨씬 상회했다. 설상가상으로 실업률은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4%로 떨어졌다. 전월 꺾이는 듯했던 임금 상승률도 예상을 웃돌았다.
최근 줄어들던 신규채용공고숫자가 다시 1천1백만을 회복한 것도 경제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 지표들은 도무지 믿기 힘들 정도로 미국 고용시장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통계를 조작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실생활에서 느껴지는 고용시장의 강세는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일부 테크 기업과 부동산 관련 업체들이 과거 너무 공격적으로 늘였던 인력을 줄이면서 정리해고에 나서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구직자 우선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팬데믹이 초래한 대규모 은퇴의 빈자리를 메우려 기존 직원들은 상당폭 임금을 올려 받으면서 직장을 옮기고 있다. 그 빈자리를 신입으로 채우려 하지만 쉽지 않다.
코인시장과 주식시장에서의 쉬운 돈벌이에 물들어 있던 젊은 세대가 재택근무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노동강도가 높은 일자리에 선뜻 지원하려 하지 않고 있다. 많은 직장에서 엄청난 수의 직원들이 새 얼굴로 바뀌었지만 업무 효율성의 개선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팬데믹 기간 늘어난 수입과 소비 성향의 관성이 작용하면서 경제내 총소비는 줄지 않고 있다.
카드 빚을 내서라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세일을 하면 주저없이 구매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연준이 통화량을 줄이고 있지만 팬데믹 기간 늘어난 돈의 양(M)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물론 작년 한 해 주식을 포함한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자산시장에서 화폐의 유통속도(V)는 크게 떨어졌다. 그 여파로 실물부문의 금융여건이 악화하면서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었다.
물론 작년 하반기 물가 안정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봉쇄와 경기 침체에 힘입은 바가 크다. 세계 1위의 제조업 국가인 중국경제가 사실상 휴면 상태에 들어가면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전직하했다. 또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격적으로 전략비축유(SPR)를 풀어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킨 것도 결정적 물가 안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렇게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오히려 왕성한 ‘소비 죽이기’에는 실패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경제성장률은 3%에 육박했고 기업은 여전히 제품 수요에 응하느라 신규 채용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서비스 시장에서 더 두드러졌다. 육체적 활동이 수반되는 서비스 부문에서 팬데믹 기간 보다 많은 이들이 은퇴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럼에도 서비스 부문에서 순조로운 인력 충원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 부문은 배관을 수리하거나 차를 고치거나 병원에 가는 등 선택가능한 재량적 소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의 금융여건개선과 자산 가격 상승의 효과가 화폐의 유통속도를 자극하면서 인플레이션의 불길을 재점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무엇보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면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문제다. 현재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의 단기적 호조가 지속되고 중국이 경제 재개 후 여행과 산업 부문에서 석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연준은 고금리 상태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자산 시장의 붕괴를 막고 금융 경색을 줄이기 위해 강달러 정책을 재개할 가능성도 높다. 이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에는 1990년대 후반의 곤란한 상황이 재현될 여지가 높다. 당시에도 연준은 물가불안을 선제적으로 잠재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3%에서 6%로 올렸다.
그런데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완화정책으로 피벗하면서 금리를 5.25%까지 내린 1 ~ 2년 간 국제 핫머니가 이머징마켓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각국 통화가 강세를 보였고 자산 가격도 크게 올랐다. 그런데 클린턴 행정부의 루빈 재무장관이 강달러 정책을 지지하고 연준이 1997년초 금리를 다시 5.5%로 올리면서 문제가 터졌다.
그간 자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자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동시에 외환 보유고가 격감하면서 외채 상환능력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이를 눈치챈 국제투기자본이 일거에 이탈하면서 아시아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덩치로 보나 건전성으로 보나 괜찮을 듯했던 한국 경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따라서, 강력한 고용시장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당분간 연준의 피벗과 금리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 와중에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면 그간 유입되던 외국인 투자자금도 다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미국 경기도 침체에 빠지겠지만 그 이전에 이머징마켓에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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