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병외교, 중견국의 ‘무절제한’ 대외전략
북-러 밀착, 윤석열 정부의 외교실패 결과 ‘실패’ 키워 전쟁 연루로 치닫는 윤 정부 노무현 정부 ‘이라크 파병’과는 크게 달라 중견국 한국, ‘편승과 균형’-’모호성과 틈새’ 강대국 전략인 ‘봉쇄와 개입’ 택하면 안돼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는 시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24일 한국-폴란드 정상회담 직후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제공 가능성을 공식화했고, 이어 10월 29일에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 공동대응전략 협의추진을 발표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전황분석팀 파견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상응조치라는 조건이 있지만, 실은 이미 2023년 7월 한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때 우크라이나 지원을 안보, 인도, 재건 부문 각 3가지 총 9개 패키지로 구성했었고 미국의 비밀문서 유출로 155㎜포탄 우회지원한 사실까지 보도된 전례가 있다. 이번에 살상무기 제공 가능성 공식화는 윤석열 정부의 배타적 ‘가치외교’가 대통령 발언이나 외교적 마찰 수준을 넘어 ‘전쟁연루’ 문턱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의 전쟁연루 가능성은 우크라이나로 제한되지 않는다. 현재 남북관계는 현재 민주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군사적 긴장 상태에 올라있다. 휴전선을 경계로 상대지역으로 송출하는 방송은 접경지역을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로 만들고, 상대측으로 보내는 풍선과 무인비행기는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 우려마저 있다. 사실상 남북간의 우발적 군사충돌 예방장치가 모두 사라졌다.
또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반대한다”는 대만해협 관련 발언은 한편으로 중국의 반발을 초래했다. 또 지난 10월 필리핀 방문 당시 윤 대통령은 남중국해 항해 및 비행의 자유와 해양질서, 그리고 필리핀과의 국방협력 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미국과 필리핀 주도 다국적 훈련에도 한국군이 참여한 바 있다. 이처럼 한반도 긴장은 깊어지고, 한국의 전쟁연루 가능 지역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반면 북한은 윤 정부의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추구’에도 불구하고 대외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고, 1996년에 폐기된 냉전시대 북한과 소련의 군사동맹을 회복했다. 북한은 탈냉전 이래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면서 외교적 고립상태를 감수해야 했지만,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고립에서 벗어나 냉전시대 동맹관계를 회복하며 외화와 핵미사일 첨단기술 확보 기회를 맞고 있다. 이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지 않은 배타적 ‘가치외교’의 결과라 할 것이다. 또 상대의 선의에 의존한다는 ‘가짜평화론’을 주장하며, 우리의 선의에 대한 북한의 의존성 제고와 한반도 평화 주도전략을 포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중견국’ 한국이 취해야할 외교안보 전략
전쟁이나 분쟁 연루 가능성은 ‘중견국’으로서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과 주도성 제고보다, 한국과 같이 경제나 문화의 ‘틈새 전략’이 필요한 중견국의 입지와 자원을 위축시킨다. 강대국의 대외전략은 대략 ‘봉쇄와 개입’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중견국의 경우 ‘편승과 균형’ 전략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현실은 두 전략의 조합으로 나타나는데, 중견국의 ‘편승과 균형’ 전략의 조합은 회피(헤징, 모호성), 주도(틈새) 전략으로 나타난다. 회피나 주도는 편승과 균형의 조합구도를 유지한 채 사안별로 중견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다.
탈냉전과 민주화 이래 노태우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한국은 한미동맹의 편승전략을 전제로, 주변 강대국과 우호관계를 진전시키는 균형전략 조합의 전략구도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전략 구도 하에서 각 정부에 따라 차이를 드러냈다면, 윤석열 정부는 아예 이 구도를 벗어나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편승과 균형’의 조합 구도를 무너뜨리고 있다.
중견국이란 개념은 약소국과 구분되지만 강대국과도 구분하기 위한 개념이다. 중견국은 국제관계에서 약소국과는 다른 수준의 역할과 책임을 요구받지만, 강대국과 같은 권한을 행사하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선택 역시 위험하다. 중견국이 주도할 수 있는 영역은 ‘틈새’에 해당되고, 이것도 ‘준비’와 ‘절제’가 누적된 경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대국들에게 치명적이거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중견국의 기존 관점 유지나 모호한 회피전략이 현실적으로 유효할 때가 많다. 연루가 불가피하다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와 능력 제고, 치명적 위험 요인으로부터 거리 유지, 관련국들과 대응공조 및 입장공유를 위한 복합적이고 중층적 협조관계 구축 및 강화가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가치외교’를 천명한 윤석열 정부의 발언이나 조치들은 신중하고 절제된 중견국의 행태라기보다 상황주도 능력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강대국의 태도에 가깝다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의 이라크 파병 사례를 보자. 지난 2003년에 결정되고 2004년 파병이 이뤄졌다. 당시 정부와 시민사회는 치열한 논쟁과 2차례 현지답사, 그리고 주변국 정상의 자문 등을 거쳐 평화와 재건 목적으로 이라크 파병이 결정되었다. 후세인 정부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후에 밝혀졌지만, 9.11테러 직후 미국 부시 정부의 파병요청을 한국 정부가 거부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파병 지역, 규모, 성격 등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검토를 통해 결정했고, 그 결과 파병부대의 안전과 주둔지역의 치안 유지 업무에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국내에서 정치적 지지기반을 상실했지만, 정부는 부시 정부로부터 북핵문제의 평화적 접근방식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냈다. 결정적 차이는 파병부대 자이툰의 상대가 이라크 저항세력이었다면,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및 요원파견 상대는 북한군이 포함되어 있는 러시아 군과 정부라는 점이다.
미-중, ‘패권전쟁’ 벌일 상황이 아니다
한편, 미-중 갈등으로 대표되는 ‘신냉전’은 윤석열 정부의 대외전략을 정당화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과거 냉전체제가 양분화된 체제대립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미중관계나 국제관계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정부측에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대북 압박을 촉구했다. 이는 (첨단핵심기술 보호를 제외하고)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으로 미중관계의 관리를 원하는 미국의 입장과 연결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와 레바논 공격, 이란과 군사적 공방은 미국이 중국압박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외에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국 인도는 브릭스(BRICS)에 참여하고, 나토 회원국 튀르키예도 최근 브릭스 참여를 신청했다. 그리고 높은 성장률과 성장 잠재력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아세안(ASEAN) 국가에서도 이슬람,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냉전구도의 재현으로서 신냉전 개념은 현재의 국제관계에 적용되기 힘든 측면이 많다.
현재 국제상황은 ‘패권전쟁’ 개념으로는 그 방향성을 규정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미국은 국내 정치 양극화가 더 심각해졌으며, 중국 또한 부동산 거품 붕괴로 성장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공지능(AI) 혁명으로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며 자원과 능력을 키우는 데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가속화되는 듯한 기후변화 양상과 그 피해는 모든 국가의 갈등을 초월하여 공동 대응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핵전쟁으로 인한 공멸의 위협이 아니더라도, 미중 패권전쟁을 전제로 현재의 국제관계를 설명하기 힘들어 보인다. 패권전쟁의 필연성에 대한 역사적 근거로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사』가 많이 인용되는데, 이 책은 전쟁을 겪은 후 그 과정과 원인을 정리한 것이지 패권전쟁의 불가피성을 증명한 것이 아니다.
『펠로폰네소스전쟁사』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이외의 여러 동맹국들 간의 전쟁이다. 반면 20세기의 제2차 세계대전은 패권국과 도전국의 전쟁이 아닌, 히틀러와 독일 민족주의, 그리고 배경으로서 대공황과 제1차 세계대전 전후처리 방식에 따른 갈등이 배경이 됐다. 제1차 세계대전 또한 영국과 독일의 패권전쟁이기보다 이들 동맹국 간의 민족주의 대립과 충돌, 단기에 끝나리라는 낙관적 예측에 기반한 것이었다. 결국 세계패권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전쟁없이 이전되었다. 이어서 냉전은 소련체제의 자체 붕괴로 전쟁없이 탈냉전시대로 전환되었다.
남북한, 우크라 전쟁 확산시킬 이유 없어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현재의 복잡한 국제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국제상황은 큰 변화와 함께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러시아 및 북한과 관계개선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려 들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당선 직후 24기간 내에 종료시킬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고, 최근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전쟁 개시자’와 ‘패배자’로 규정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없이 전쟁을 지속하기 힘든 만큼,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우크라이나는 불리한 조건의 휴전을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는 압도적인 군사력의 러시아를 상대로 이미 충분히 선전했다. 우크라이나에게 지금 시급한 것은 무기보다 ‘평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책임은 분명하지만, 그 배경에 나토의 동진(東進)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우크라이나 평화의 기본적이고 직접적인 조건은 나토와 러시아의 합의 즉 미국과 러시아의 합의다. 전선이 교착되고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러시아의 피해도 크며, 미국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피로도 누적된 상황에서 종전 또는 휴전 협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과 남한이 순서대로 전쟁에 개입하기 시작했거나 하려는 것은 올바른 외교안보적 선택이 아니다. 남한과 북한은 우크라이나의 전쟁 피해와 부담을 한반도로 이전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려는 것인가? 그것은 전쟁 부담과 피해를 경감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약소국에 해당되는 북한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면, 윤석열 정부의 선택은 중견국으로서 입지와 자원을 고갈시키며 북한과 같은 수준의 약소국이 되기 위한 조치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범해서는 안될 외교적 실수를 막아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