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12.3 내란사태를 가능케 했나?

윤석열은 잠시 일탈한 것인가? 연속적 맥락에서 본 윤석열의 행동 반국가세력 비난부터 ‘안보전략’ 훼손 명태균 폭로 이어지면서 위기감 느껴 그를 키운 정치양극화와 기계적 중립 “민주주의는 단순 자동화시스템 아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오전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자, 시청하고 있는 시민들은 얼굴이 굳어졌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오전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자, 시청하고 있는 시민들은 얼굴이 굳어졌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의 광기’ 맥락으로 이해하기

12월 3일 저녁 10시 30분경 대다수 국민들이 경악했고, 밤사이 공포가 지속되었다. 국민들 뿐아니라 전세계가 놀랐던 것 같다. 한국에서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곧이어 무장한 군이 국회에 침투했으며, 국회를 둘러싸고 군·경과 시민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윤석열이 도대체 왜 그랬냐는 질문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 질문에는 계엄령 선포가 윤석열의 이해하기 힘든 일탈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 사태는 윤석열의 광기어린 극단성을 제외하고 설명되기 힘들지만, 그것이 실제로 작동될 수 있었던 조건에도 주목해야 한다. ‘충동적 광기’라도 그 결행이 가능할 수 있었고, 이를 막지 못했던 조건이 이 사건의 원인이자 배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언론보도들이 이 사건의 일탈적 단절성을 강조했다면, 좀더 맥락적 연속성 측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국가세력’이라는 극언의 시작

윤석열은 후보시기부터 공식석상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혐오발언을 반복했고, 대통령 임기 시작 이후에는 자신과 정부를 비판하는 정당, 언론, 시민사회나 개인들을 파렴치한 ‘반국가세력’이라고 규정해왔다. 이번 계엄령 선포와 군 동원이 내란이라면, 그는 반복적으로 내란선동을 해왔던 셈이다. 그는 그동안 검찰통치를 통해 이러한 자신의 의사를 실행해 왔는데 12월 3일에 가까워지면서 검찰통치로 감당하기 힘든 정치상황이 전개되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그 직전 검찰수사를 받던 명태균이 국회 특검을 요청했고, 뉴스토마토, 서울의 소리 등 뉴미디어들은 추가 증거 폭로를 예고했던 것이다. 비상계엄선포 담화문에 있는 풍전등화의 위기상황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그 자신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12.3 비상계엄은 친위 쿠데타였고, 이것은 검찰통치의 연장선이자 그의 반복된 약속의 이행인 셈이다.

‘안보전략’까지 정치에 악용

12.3계엄선포의 심각성은 국회와 시민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실패한 이후 언론보도로 확인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오물풍선 대응 합참 전술토의에 참석하여 원점타격을 포함한 군사적 대응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평양 무인기도 그의 지시였다는 군 내부 제보 주장이 제기되었고, 이에 통일부 대변인과 군은 반박하지 않은 채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이외에도 김용현은 지난 11월 우크라이나에 참관단 파견, 단계적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제기해 러시아-북한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그 이전에 윤석열은 ‘가짜평화론’을 제기하며, 남북간 오인으로 인한 군사적 충돌 방지시스템 폐기 등에 적극적이었다. 한국을 전쟁상황으로 치닫게 할 수 있는 계엄선포 요건으로서 외환(外患)의 조건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와 ‘안보전략’에 내재되어 있었던 셈이다.

‘전시’ 또는 ‘사변’이라는 계엄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지만 윤석열은 계엄령 선포 뿐아니라, 계엄군 작전을 직접 주도하려했던 것 같다. 그는 또한 국정원 1차장에게 정치인 등에 대한 체포를 지시했고, 지시에 따르지 않자 그를 해임시켰다. 이것은 정치인 체포에 윤석열이 민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군병원은 계엄선포 전날 환자 수 폭증에 대비하여 전시 기준에 따라 환자를 선별하는 훈련을 했다고 보도되었다. 군 병원은 국지전 여부와 관계없이 계엄에 따른 다수 사상자 발생을 대비했던 것이다.

5.18 광주 진압을 답습하려 해

이를 종합하면 이번 계엄은 주요 정치인 체포, 시민들의 저항, 군의 진압이라는 5.18광주의 재현 기획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윤석열의 2023년 6월 28일 자유총연맹 연설 중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고)…자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는 세력들이 도처에 조직과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표현과 연결된다. 또 오늘(12월12일) 아침 담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계엄군 배치 장소와 체포대상을 보면 공식적 계엄 기획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계엄군의 주둔 대상은 국회, 선관위, ‘뉴스공장’(여론조사꽃) 등이었고, 체포대상은 국회의장, 여야 정당 대표, 여론조사꽃 대표는 확인되었다. 특이점은 국회 이외에 선관위와 여론조사꽃 건물이 점거 대상이자 체포대상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계엄주도자들은 국회를 통제하여 계엄령 철회 결정을 막아 법률적 정당성을 유지하면서, 선관위 자료를 기반으로 지난 4.13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여 ‘국회해산’을 공식화하려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계엄령의 배경에는 명태균에 대응하는 인물로 김어준이 설정된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가 실무적으로 지난 총선에서 부정선거를 주도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극우 유튜버 영향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윤석열은 자신의 부정선거 경험을 기초로 지난 총선을 부정선거로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은 오늘 국정원이 선관위에 보안점검은 한 결과, 취약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곧이 믿을 수가 없다.

국민이 막아선 내란, 여당은 방관을

정치적 망상이 아니고는 이해하기 힘든 인식을 배경으로 기획된 12.3내란기획이 시민들의 용기와 국회의 신속함으로 저지된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내란에 해당되는 현장범죄를 다수 국민이 목격했지만, 이를 주도한 사람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국민의힘이 응집력을 유지하며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부정적 헌정체제의 불안정한 교착상태를 지속시키며, 국민의힘은 내란수괴에 해당되는 자의 대통령직을 지속시킨 것이다.

또한 계엄선포 직후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 단계에서 보여준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행태는 내란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한동훈 대표는 한덕수 총리와 당정 공동 국정운영 기자회견이 헌정질서 불안정을 가중시킨 책임이 크다. 계엄 해제 이후에도 협조적 의사를 표명한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내란기획에 묵인 및 방조의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계엄령 선포는 요건과 절차를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 대통령에게 계엄령 선포권한이 부여되어있지만, 그 행사의 조건과 절차는 제한되어 있다. 비상계엄은 전시사변의 극단적 상황에 국회동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포될 수 있으며, 선포 즉시 국회 통보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이번 계엄령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불법 계엄령에 해당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담화는 반성이 아닌 합리화한 것으로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담화는 반성이 아닌 합리화한 것으로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방치된 불법, 방관한 극단화

문제는 대통령의 불법성 권한행사를 그 이전에도 윤석열이 반복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입법권과 사법권에 해당되는 거부권과 사면권을 윤석열은 비리의혹 대상인 자신의 가족 보호나 선거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다. 집권 초부터 지속된 검찰통치는 관련법을 시행령으로 무시한 채 시행됐으며, 야당대표에 대한 무한반복 압수수색과 기소는 견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절차가 무시되는 권한행사는 그 절차를 담당하는 공직자들의 협조나 묵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자기부정적 헌정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에서, 1차에 실패했던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통과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 탄핵의결 의사를 밝히는 수가 늘어난 결과인데, 이것은 국민여론의 압박의 효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대부분의 경우 언론이나 학자들은 여야 정당 대립의 관점에서 보도할 뿐 사안별 내용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다. 이로 인해 국회는 당파적 이익만 추구하는 정당 간의 정쟁의 장으로 폄하되며, 국회에 대한 신뢰하락은 곧 제도에 대한 불신, 나아가 민주주의 또는 정치에 대한 냉소로 전개된다. 예를 들어 정치양극화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 개념이 사용되는 경우 대부분 누가 극단화를 주도하는지 밝히지 않는다. 이러한 기계적 중립성에서 극단화를 주도하는 집단이 비판받지 않은 채 정치양극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은 지속된다.

12.3내란사태는 윤석열의 광기어린 극단성이 주요인이지만, 이것이 실행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를 묵인방조하는 조건이 지속되고, 이를 제약하는 조건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에 분명히 알려진 것은 계엄령은 국회를 해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계엄령이 시행되려면 국회가 작동되어야하고, 효력이 지속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정치제도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지만, 현 제도는 불법을 막을 장치를 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제도를 작동시키는 행위자들이 이를 마비시키고, 불법이나 편법 행위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데에 있다. 민주주의는 도입하면 바로 원활히 돌아가는 단순한 자동화된 시스템이 아니라, 이를 작동시키는 행위자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대의제는 대표의 책임성 원리에 기초한다. 어떤 정부형태든 이를 작동시키지 못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글쓴이

박용수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박용수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전임연구원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민주화 이후 한국의 규제개혁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에서 한국 대통령제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노무현 재단 민주주의 리더십 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민주화 이후 한국의 만성적 입법교착 연구”,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론에 대한 비판적 시론”, “제2차 북핵위기 전개과정과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김대중 정부의 자유주의적 대북대외전략의 현실주의적 측면” 등이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