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음모론적 인식은 왜 잘못됐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발언, 음모론에 빠져 부인할 수 없는 정황은 발언 신빙성 높여 참모들과 숙의 대신, 극우 유튜버에 의존 헌법상 대통령 권한행사 방식 벗어난 것 무책임한 태도는 정치부담만 키울 것

김진표 전국회의장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YTN
김진표 전국회의장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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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대통령의 음모론적 인식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이상민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다.”

이 인용문은 김진표 전국회의장의 최근 발간한 회고록 중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김 전의장에게 한 발언 내용이다. 회고록 내용의 신빙성 확인을 위해 교차검증이 필요하지만,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반응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김진표 전의장이 윤 대통령과 독대 내용을 왜곡했다고 반박했지만, 대통령실 반박 내용은 오히려 회고록의 신빙성을 확인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실 주장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은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도록 지시했는데, 그 다양한 의혹에 이태원 참사 발생 유도와 조작 음모론이 배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전의장의 회고록이 굳이 없는 말을 지었을 것 같지 않기에 시민들은 오히려 김 전의장이 인용한 내용을 사실로 믿고, 음모론에 가득한 유튜브에 빠진 윤 대통령의 모습을 연상하며 혀를 차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음모론적 인식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제기된 적이 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당시 원내대표로서 김 전의장과 나눈 대화 메모를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내용을 확인했고,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현 개혁신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 김웅 전의원, 진수희 전 복지부장관 등이 김전의장의 회고 내용 당시 상황적 개연성을 인정하며, 윤 대통령의 극우 유튜버 의존성을 우려했다. 이는 김 전의장 회고의 신빙성이 크다는 반응들이다.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 발언의 신빙성은 이태원 참사 사건 직후 있었던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고발생 다음 날인 2022년 10월 30일 윤 대통령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압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태원 사고’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11월 7일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시민으로서 본 우리 경찰의 역량에 비추어 이 사고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경찰을 두둔했고, 이상민 장관 해임론에 대해서는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장관에 대한 인식은 김 전의장이 들었다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실제 대규모 구독자를 보유한 보수 유튜버들이 윤 대통령의 음모론에 부합하는 주장을 먼저 제기했다. 가령 “사고 당일 현장에서 토끼귀 모양 머리띠, 또는 각시탈 착용 남성이 의도적으로 밀고 기름을 뿌려 길이 미끄러웠다”, “MBC, KBS, JTBC 등 방송과 종편에서 마스크 없는 할로윈 축제를 보도하여 대규모 인파를 선동했다”, “당시 용산경찰서장이 문재인 정부 시기 임명되었고, 그 이전 전남 구례경찰서장이었으며, 전남 함평 출신이어서 대응이 늦었다”, 또한 “당시 민주노총이 촛불집회 참여 이후 이태원으로 몰렸다”는 음모론적인 내용을 극우 유튜버들이 방송했었다.

윤 대통령의 극단적 주장은 이태원 참사 사례 하나에 제한되지 않는다는 데에 심각성을 더한다. 202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은 우리의 파트너”, “공산주의 및 전체주의 세력이 민주, 진보운동가 세력으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패륜적 공작을 해 왔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 뿐 아니라 2023년 7월 임명된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은 극우 유튜버로 활동했다. 그는 민주진보세력이 세월호 및 이태원 참사를 이용하고 있으며, 문재인 전대통령이 K-방역 홍보를 위해 군인에게 생체실험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의 극우 유튜버 주장에 대한 높은 의존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독재권력의 속성을 드러낸 인식

이번 이태원 참사 사고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용된 내용의 심각성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초래한 사건 발생에 대한 음모론적 인식이고, 다른 하나는 대규모 행사 안전에 대한 통합조정 책임이 있는 장관을 ‘피해자’로 규정한 대통령의 인식이다.

대통령은 이 발언에서 안전관리 실패의 책임을 공공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전가하고 싶어하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 대상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책임 장관의 해임이 억울할 수 있다는 감성은, 측근에 대한 보호가 희생자에 대한 보호보다 먼저라는 의식을 드러낸다. 이렇게 권력 유지와 강화를 위해 핵심 내부집단에 대해서는 보호 및 후원하고, 반대세력에 대해서는 배제와 억압을 하는 것은 독재(dictatorship) 권력일수록 강하다.

하지만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의 권한행사는 첫째 헌법과 법률에 의해 제한되고, 둘째 자신의 의사와 다른 여론에도 반응해야 하며, 셋째 정책결정은 행정부 차원의 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행사 방식이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는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재임중 검찰국가, 시행령 통치, 거부권과 사면권의 과도한 행사는 첫 번째 조건을 벗어나고 있다. 또 총선 패배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국정기조와 통치행태는 두 번째 조건을 무시한 것이다. 지속되는 무속논란과 음모론적 인식은 행정부 수준의 부처보고와 정책조정 과정의 사실상 마비상태를 의미한다고 판단된다.

임기 중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윤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참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윤 대통령의 극단적 인식에 대한 국회의장 증언에 놀랐다기보다, 많은 국민들의 누적된 우려와 불안감이 참기 힘든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대통령 탄핵은 대통령제가 보장한 대통령 임기를 중간에 환수하는 것으로, 정치적 부담이 큰 방식이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상태로 윤 대통령 임기가 지속되는 경우, 대통령의 무책임성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더 커지고 계속 누적될 것이다. 극우적 음모론 인식은 대통령의 책임성 원리 뿐 아니라 자유와 법치 등 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고 침식시키고 있다. 좀 더 많은 국민들이 선택해야하겠지만, 임기를 중간시킬지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글쓴이

박용수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박용수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전임연구원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민주화 이후 한국의 규제개혁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에서 한국 대통령제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노무현 재단 민주주의 리더십 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민주화 이후 한국의 만성적 입법교착 연구”,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론에 대한 비판적 시론”, “제2차 북핵위기 전개과정과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김대중 정부의 자유주의적 대북대외전략의 현실주의적 측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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