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국회의원수 확대로 풀어보자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는 실패해 권역별 비례제는 군소정당에 불리해 비례대표 중심으로 의석수를 늘리자 대신 의원 세비 권한 줄이는 방법을

사진=참여연대
사진=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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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4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다시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 글을 통해 그 원인과 대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19년 선거법 개정협의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지 못해서 나온 절충적 대안이었다.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나지 못한 이유는 국회의석 증가를 반대하는 여론, 지역대표 감소를 반대하는 국회의원 이해관계 때문이었다고 할 것이다. 비례대표를 늘릴 수 없다면 47석 중에서 30석만이라도 정당득표에 비해 지역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정당에게 비례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 준연동제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였다. 그런데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으로 오히려 30석의 연동제 비례대표제가 거대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모든 제도는 한계를 지니지만, 위성정당이라는 맹점은 제도 취지를 역행하는 치명적인 것일 뿐아니라, 제도 보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문제다. 거대 양당에게 도덕적 선택을 강요하는 것으로 제도 실패를 바꾸기는 힘들다. 이들 정당은 상대정당을 이겨야한다는 현실정치의 목표를 갖고 있고, 국회의석 확보는 정당의 기본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위성정당방지법이 위성정당을 방지할 가능성도 낮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나 추후 국고보조금 관련 소송까지 고려할 때 그 실효성은 더욱 낮아진다.

제도개혁이 실패했더라도 바뀐 제도를 다시 바꾸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다시 어떤 방식으로 바꾸어야 할지 불확실하고, 현재의 제도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바꾸기가 쉽지 않다.

현행으로 갈거냐, 병립형으로 갈거냐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로 실시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병립형 비례대표로 전환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과거와 동일한 기존의 양상이 그대로 재현될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온전히 통합성을 유지하기 힘들어 보이는 것도 한 이유다.

먼저 현행 제도하에서 총선이 치루어진다고 가정해보자.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때와 같은 위성정당을 만들겠지만, 공천파동이후 또는 이준석 중심의 신당이 출범한다면 국민의힘과 연대하더라도 위성정당 효과는 약화되기 쉽다. 민주당의 경우 반윤석열 비례정당이 구성된다면, 이 정당은 민주당 위성정당이 아니라 자율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견제를 위해 비례정당에 비례의석을 집중시켜야 하지만, 민주당과 경쟁적이며 독자적인 비례정당이나 위성정당이 민주당의 정당지지율 수준의 득표를 독차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불확실성이 커진 현재의 선거제도를 선호할 것 같지 않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는 경우, 민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의사를 내비치고 이에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지역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군소정당에게는 불리한 선거제도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는 경우 권역별 배정 평균 의석수가 8개가 안되기 때문에 권역비례 1석을 배정받기 위해 정당은 최소 13%를 얻어야 한다. 그러므로 13% 미만의 정당득표는 사표가 될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들이 반대하고, 당초 선거제도 개혁 목적에 부합하기 힘들다.

선거제 개편 필요성을 다시 상기해보자

선거제도 개편논의는 득표율과 의석비율을 근접시키는 비례성을 제고하자는 당초 논의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은 비례대표 의석 비중을 높이는 것이고, 이를 위해 지역구 의석을 줄이든지, 비례대표 의석 증가 수만큼 국회의석 수를 늘여야 한다. 그런데 전자는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후자는 국민여론이 부정적이다. 국회의원들이 반대하는 경우 선거법 개정합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회의석 수 확대가 현실적 대안이다. 의석수 증가 비율만큼 의원들 세비를 줄인다면 국회 재정지출 증가는 막을 수 있고, 개별 국회의원 권한의 분산과 국회 능력 제고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설득의 여지가 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환원시키자면, 국회의석 수를 늘릴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대국민 설득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서야할 책임이 크다. 선거법 개정을 민주당이 주도했고, 이 대표가 이에 대해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두관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 포기를 민주당의 신뢰상실이자 분열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다당제와 연합정치 약속에 대한 재확인을 요구했다. 그런데 다당제와 연합정치 성격 강화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도, 비례의석이 증가하면 병립형으로도 가능하다.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 해결하자

김두관 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정치신념 재확인을 요구한 것은 책임윤리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 대표에게는 책임윤리가 신념윤리에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소속 정당의석을 높이고, 편법에 의해 상대정당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 처하는 것을 막는 것은 당대표의 책임윤리에 해당되고, 다당제와 연합정치는 정치인 개인으로서 신념윤리에 해당된다. 다만 당대표로서 신념윤리 포기에 대한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파병, 한미FTA 결정이 책임윤리에 기초한 것이었으며, 신념윤리 포기로 인한 지지세력의 이탈과 진보진영의 반발을 감수해야했다. 이재명 대표가 져야할 부담은 국회의석 수 확대에 대한 국민 설득에 있다.

분극적 다당제 경향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운영을 위해 연합정치가 중요하지만, 군소정당 정치인들이 거대정당보다 연합정치를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거부권 정치로 인한 교착상태가 심해질 가능성도 크다. 잠재적 군소정당 중심 인물들은 대부분 거대정당에서 이탈한 정치인 중심이며, 정의당 또한 진보진영 연합정치에 실패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군소정당들도 효과가 의심스러운 보완책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수하기보다, 국회의석 수 확대를 통한 비례대표 의석 증대로 민주당과 합의를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글쓴이

박용수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박용수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전임연구원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민주화 이후 한국의 규제개혁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에서 한국 대통령제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노무현 재단 민주주의 리더십 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민주화 이후 한국의 만성적 입법교착 연구”,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론에 대한 비판적 시론”, “제2차 북핵위기 전개과정과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김대중 정부의 자유주의적 대북대외전략의 현실주의적 측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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