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갈등에 대한 변명
‘현역의원 물갈이 요구’ 여론이 배경 유리한 현역, 어떻게 바꿀 것인가 ‘시스템 공천’방식 택할 수 밖에 임종석은 계파안배 ‘사천’요구한 것 공천보다 공천후 갈등 관리에 한계 보여
왜 시스템 공천을 선택했을까
선거를 앞둔 시기마다 발생하는 공천갈등, 이번 제22대 총선도 예외는 아니다. 2월 29일 현재 공천 과정에서 민주당내 5명 국회의원이 탈당을 선언했고, 이외에 전략지역으로 선정된 의원들 중에 추가 탈당 가능성도 남아있다.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민주당 공천 탈락에 맞서고 있으며,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에 호응하며 최고위원직도 사퇴했다. 민주당 공천이 개별 국회의원의 탈당과 당지도부 수준의 갈등으로 가시화된 것이다.
이번 민주당 공천은 무엇보다 여론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 교체 요구가 강한 것이 배경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민주당이 국회 전체의석 3/5에 달하는 의석을 확보하고도, 윤석열 정부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다수 의석 확보 뿐아니라, 검찰국가로 대표되는 윤석열 정부 견제를 강화하라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한테 부여된 과제이자 목표다. 그러므로 현역의원 교체는 공천방식에서 계파갈등을 초월한 명분을 지닌다 할 것이다.
현역의원 교체 여론을 반영하기 위한 공천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번째는 당 지도부 주도의 인위적 전략공천(이른바 사천)이다. 이 방식의 대표적 사례는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공천이었다. 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중심의 ‘친이계’ 주도로 다수의 ‘친박계’가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는 위계적 성격의 조직 문화가 강한 보수당에서 가능한 방식이다. 그 후유증으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던 인사들 중심으로 ‘친박연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두 번째는 시스템 공천이다. 수평적인 계파갈등 경향이 강하고 당대표 견제가 심한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처럼 해서는 당대표와 지도부의 부담을 키울 뿐이다. 더구나 자치단체장 출신 이재명 당대표는 국회의원들을 포함해 다수의 자기 계파를 형성하지 못한 상태다. 그의 정치적 기반은 당내 의원들이 아니라 대선 과정에서 형성된 당원과 지지자들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민주당의 현역 의원 교체는 시스템 공천이라는 방식이어야 가능하다.
현역 바꿀 수 있는 민주당식 방법
필자는 민주당의 공천 결과가 이재명 대표 중심의 사천이 아니라, 시스템 공천의 결과라고 정리한다. 먼저, 현역 의원에 대한 민주당 공천평가기준은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 방식이다. 개별 의원 입장에서 의정활동 성과가 크더라도, 동료의원들에 비해 미흡한 누군가는 낮은 공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의 말을 빌면, 3월 1일 현재 공천결과는 현역 의원 교체율이 1/3이 넘고, 여성과 청년 및 정치신인 공천비율이 국민의힘보다 높다. 당내 기반이 약한 당대표는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대표가 이를 어겼을 것으로 짐작하고 공격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에 따라 살아남은 현역의원은 친명계이고, 탈락한 현역의원은 비명(친문)계로 구분할 수 있을까. 탈당을 선언한 이수진, 김영주 의원은 친명계로 구분되던 인물이었고, 탈당하지 않았지만 컷오프된 안민석, 변재일 의원도 친명계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반면, 단수 공천을 받은 고민정, 김영배, 윤건영, 김한규 의원 등은 비명계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이러한 공천결과를 친명계 주도라고 보기는 힘들다.
공천 과정에 당지도부가 개입했다는 근거도 찾기 힘들다. 민주당 특별당규에 따르면 공천 관련 내용 유출은 당규상 징계를 넘어 형사고발 대상이 될 수 있고, 당대표나 공관위원장에 대한 심사내용 보고 절차가 없어, 보고가 내용 유출로 해석될 수 있다.의혹이 제기된 여론조사기관의 경우 규정된 방식과 다른 부당한 방식의 여론조사가 아니라,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 당시 성남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의 공천을 계파갈등의 연장선에서 사천으로 규정하기에는 근거가 다소 미흡하다할 것이다.

계파갈등이냐 계파담합이냐
그런데 우리 정당의 공천은 어떤 방식이든 계파갈등 효과를 차단할 수 없다. 계파갈등은 모든 정당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고, 공천은 정당의 핵심 기능이다. 내각을 국회의원으로 구성하는 의원내각제에서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경우 정당득표율이 높은 주요 정당의 공천은 의원직과 내각 참여를 보장하는 티켓이다. 그런데 정당이 정체성을 강조하며 후보의 자격조건을 엄격하게 설정하면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선택하는 예비경선제에서도 정치 신인들에 비해 현역 의원들이 유리하다. 현역 의원들이 재공천을 받는 비율이 높다면, 이는 계파정치와 무관하기보다, 계파담합이 지배한 공천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에 대한 불만 여론이 큰 상황을 정당이 반영하려면, 현역 의원에게 불리한 기준을 공천과정에 적용시켜야 한다. 공천방식의 개방성을 높이는 것으로 현역 의원 공천 비율에 영향을 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의원 연임 한계를 설정하는 방식은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고, 현역 의원 중 일부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식도 확실한 방식이다. 어떤 방식이든 현역 의원 모두에게 공평할 수는 없다. 계파에 따라 의원 선수에 차이가 있으며, 특정 기준에 모든 의원들이 동일한 점수를 받을 수는 없다. 공천과정에 적용되는 그 차이는 계파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공천이 계파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명문정당’이라는 표현은 현재의 민주당을 이재명 대표 중심의 친명계와 문재인 전대통령 중심의 친문계의 계파연합 이미지를 드러낸 것이다. 임종석 전 실장은 전략공천 지역에 출마하려 당지도부에게 전략공천 지정 재고를 요청했다가 기각당했다. 고민정 의원도 같은 주장을 하며 당무거부에 이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임종석 전실장이 언급한 ‘명문정당’은 현재의 민주당 성격을 계파연합으로 규정한 셈이고, 자신에 대한 공천에 이러한 계파 성격을 반영하는 사천을 요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다면 현재의 민주당 공천은 시스템 공천 방식을 진행하고 있는 데 대해, 반발하는 사람들이 사천을 요구하는 양상이라고 할 것이다.
이재명, 갈등관리능력은 많이 부족해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이 계파정치의 산물은 아니지만, 그 연계성이나 영향을 차단시키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시스템 공천 결과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정당 차원의 시스템 관리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현역 의원 공천탈락이 예상되는 방식의 공천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파갈등의 과잉보다 그 부실한 갈등관리가 민주당의 보다 근본적인 한계로 보여진다. 비명계가 당내 소수파로서 차기 대안을 준비하는 방식의 계파정치를 모색하기 보다, 당 외부의 과도하고 근거가 미흡한 공격에 손쉽게 편승해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는 이미 탈당한 의원들 뿐 아니라, 공천탈락한 기존의 친명계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지도부가 당규율을 강화하고, 계파간 합의 수준을 제고하는 것도 향후 필요한 과제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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