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사과 아닌 특검 수용해야 한다

김여사 논란, 급기야 한동훈 사퇴 요구까지 특검법은 민주당 아닌 정의당 발의한 법안 검찰이 김건희 주가조작 증거 이미 밝혀내 윤 대통령, 공적 권한으로 가족비리 수사 거부 국민의힘 협조 가능성...전략적 재의결 추진해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특검 추진에 전국민의 70%가 찬성의사를 보이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특검 추진에 전국민의 70%가 찬성의사를 보이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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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용이 아니라 ‘사과’표명이라니

최근 어이없고 충격적인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지만, 쉽게 덮이고 묻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테러사건조차 얼마 못가 언론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리 의혹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사과 가능성을 언급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대통령실은 “사퇴”를 요구해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이후에도 정치 쟁점으로 지속되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국회 재의결 문턱이 높아, 거부권 이후 의미있는 상황 진전을 기대하기 힘든데도 여전히 정국의 뇌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건희 여사의 비리 혐의가 다양하고 ‘비난의 강도’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 특별검사법의 수사 대상이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이외에도 명품백 수수,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사건은 물론, 리투아니아 순방중 명품매장 방문, 지인들의 대통령 행사 동행, 학위논문 표절, 이력 허위 기재, 건강보험료 월 7만원 납부 등 다양하기가 이를 데 없고, 하나하나 대통령 부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특히 이들 비리 혐의 사례 중에는 국정 시스템이 무시된 경우마저 있었으며, 발생 시점 역시 대부분 윤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시절이거나, 검찰총장, 고위검사로 있을 때 발생해 ‘권력형 비리 의혹’의 성격마저 띤다.

그런데도 그동안 경찰이나 검찰은 무혐의 결정으로 일관해왔기에 수사나 기소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당시 현장 동영상을 보면, 김 여사 접견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사람들과 보안검색 시스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장소는 윤 대통령 부부 사저가 있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건물내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로 알려졌다. 현재의 대통령 관저로 옮기기 직전 또는 직후까지 대통령 비서실 또는 경호실 시스템 일부가 김여사 뇌물수수 의혹 현장에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6일 이 사건 수사를 시작했다고 했지만, 아직 수사 진전이나 기소 관련한 어떤 발표도 없다. 대통령 가족의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아닌 이유도 의문이다.

검찰 스스로 밝힌 증거...무시되는 국정시스템

특검법의 수사대상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김 여사의 다양한 비리 의혹 사례 중에서도 범죄증거가 명백히 제시되었고, 검찰 수사를 위한 기간도 충분했던 사례다.(이 사건이 발생한 2010년 시점은 김건희와 윤석열 부부가 결혼한 2012년 이전으로 수사는 공수처가 아니라 검찰이 담당했다.) 2022년 12월 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공판 중에 담당검사는 김 여사 주가조작 증거를 제시하며 명백하게 드러났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위해 공범과 서로 연락하고, 증권사 영업점 단말기 통화로 거래 결과를 확인한 내역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사건 공범들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증거가 공식적인 재판과정에서 검사에 의해 제시되었음에도,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소환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국회의 특검 추진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이를 추진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직무유기인 셈이다.

민주당 아닌, 정의당 발의한 1년 넘은 특검법안

그러나 국회의 특검법 발의 과정도 험난하기 이를 데 없었다. 민주당은 2022년 9월 이 사건을 포함한 김건희 여사 비리 의혹 사건들을 묶어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그렇지만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상황에서 당시 민주당 이외의 야당 의원들에게 이 법안은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민주당 단독으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에 필요한 상임위 의석이 1석 모자랐다. 결국 지난해 3월 24일 정의당이 특검법안을 발의하고 이에 민주당이 합의한 끝에 김건희 특검법안이 발의되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합의하고 다른 우호적인 정당 및 무소속 의원들이 가세해 신속처리안건 본회의 통과 조건인 국회의석 3/5인 180석 확보가 가능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사안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 쟁점이라는 논리로 대응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기존에 발의한 법안을 포기하고 정의당 발의안에 동의한 것인 만큼 이재명 방탄 법안으로 규정할 근거는 없는 것이다.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한동훈은 특별검사를 정의당이 지정하고, 수사상황 생중계가 독소조항이며, 민주당의 총선용 선전선동에 유리한 악법이고, 법 앞에 예외는 없다면서도 김건희 여사를 대상으로 예외적으로 만들어진 법안인 양 표현했다. 총선 이후에나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정도로 해석되는 그의 주장은, 오히려 총선 1년 이전에 발의된 법안을 이 경우만 예외적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 공적 권한으로 가족 비리 방어

올해 1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는 두 측면에서 새로운 문제와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직후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이 문제다. 내용으로는 대통령이 공적 권한을 가족 비리 방어를 위한 사적 목적으로 행사했다는 점이 결정적 문제다. 이후 대통령실은 특검법안이 관례상 여야합의가 전제되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합의는 협상 주체들의 상호 협상과 숙의 노력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 사안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설득력 없는 주장 이외에 분명한 반대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의 입장은 국회 의결 당시 본회의장을 퇴장한 여당을 내세워 거부권 의미를 주관적으로 부여한 것일 뿐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국민의힘은 특별감사관 임명과 대통령실내 제2부속실 설치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별감사관은 대통령 임기 후 임명준비조차 없었던 것이고 지금도 임명시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임명되더라도 임명 이전 추진된 특검을 배제시킬 이유가 될 수 없다.

또한 제2부속실은 김 여사 비리에 대한 처벌이나 견제가 아니라 보좌기구를 설치하는 것일 뿐이어서 특검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장조차 제2부속실을 콘트롤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이다. 또 김 여사의 추후 비리에 대한 감시와 수사는 공수처가 담당해야 하는데, 공수처는 현재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최근 김 여사의 직접 사과 필요성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사과로 매듭지을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 이는 감성적인 호소를 통해 총선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키고 싶다는 의사일 뿐이다. 불법의혹 책임을 사과로 면할 수 있다는 주장은 피해자와 사법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다. 어떤 것도 김건희 여사의 반복적인 비리의혹에 대한 책임있는 수사와 처벌로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의 사과 정도를 놓고 용산 대통령실의 이관섭 비서실장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할 정도다. 그만큼 김 여사의 법적 문제가 여권내에서도 손대기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나라의 권력서열 1위가 김 여사라는 세간의 풍문이 틀리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명품백 수수에 대해 김건희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한동훈 국민희힘 비상대책위원장. 한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사진=YTN뉴스 캡쳐
명품백 수수에 대해 김건희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한동훈 국민희힘 비상대책위원장. 한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사진=YTN뉴스 캡쳐

국민의힘 의원 재의결 협조하게 시간 줘야

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실적인 방법은 재의결해 법을 공포하는 것 뿐이다. 특히 총선 공천이 확정된 후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 국회 재의결에 찬성하거나, 기권표가 나올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 20명이 찬성하거나, 찬성 의원이 없더라도 36명이 표결에 기권하면 대통령 거부권 효력은 상실되고 특검법은 바로 발효된다. 물론 국민의힘 찬성과 기권 의원 수가 그 범위에서 섞여도 특검법이 살아날 수 있다.

김건희 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의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무절제한 검찰국가에 대한 실질적 견제가 필요하다는 반증인 셈이다. 지금은 국회는 견제 능력을 절제할 때가 아니라, 여야 합심해 행정부와 대통령 권한에 대한 견제 능력을 보여줄 때다.

글쓴이

박용수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박용수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전임연구원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민주화 이후 한국의 규제개혁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에서 한국 대통령제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노무현 재단 민주주의 리더십 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민주화 이후 한국의 만성적 입법교착 연구”,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론에 대한 비판적 시론”, “제2차 북핵위기 전개과정과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김대중 정부의 자유주의적 대북대외전략의 현실주의적 측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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