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로 새 차 만든다...SDV가 대체 뭐길래
[권용주의 모빌리티 돋보기]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 하던 방식 요즘은 차 기능 전체 새롭게FOTA 폭스바겐, 현대기아차 대대적 투자 제조사는 좋은데 소비자도 좋을까
지난 2024년 1월 열린 미 CES 전시회의 주요 섹션인 모빌리티 현장 곳곳에 새겨진 수식어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였다. SDV는 소프트웨어로 일부 기능의 활성 여부를 결정하거나 바꾸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자동차의 업데이트는 단순한 시각적 변화에 머물지 않는다. 외모상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지만 머리가 똑똑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업데이트는 무선(OTA: Over The Air)으로 한다. 그래서 궁금한 것은 정말 ‘SDV가 소비자에게 좋은 것인가?’라는 생각이다.

SDV의 가치는 어디에
요즘 SDV라는 용어는 유행처럼 퍼진다. 소프트웨어가 없는 자동차를 상상할 수 없어서다. 특히 외부와 정보를 공유하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지능, 음원, 내비게이션, 도로 정보 등은 수시로 향상되거나 변하는 것이어서 언제나 업데이트 대상이다.
단순히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로 시작된 ‘SOTA(Software OTA)’는 최근 한층 진화된 ‘FOTA(Firmware OTA)’ 수준으로 진화 중이다. 업데이트만으로 브레이크 기능부터 주행거리 설정, 배터리 용량 조작, 운전자 보조 기능 개선 등 폭넓은 설정이 가능하다. FOTA가 확장되면 하드웨어까지 통제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다. 그렇게 가겠다는 개념에서 ‘SDV’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SDV에 대한 접근은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욕망 충족 대상의 자동차’와 그저 필요할 때 이동만 하는 ‘본질적 기능의 자동차’가 각자의 역할에서 영역을 확장하는 데서 비롯된다.
역할이 영역 확장을 거듭하면 소유와 공유는 서로 일정 부분 겹치는 교차 지대를 형성하고 이때부터 소유는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생산-판매’라는 미래 수익의 변동성을 뒷받침할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필요하고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는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기능의 ‘대여’를 주목한다. 폭스바겐이 이른바 소프트웨어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 프로젝트에 대대적인 인력과 자금을 투입한 배경이다.
주목받는 기아 EV9
국내 완성차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에 ‘SDV’ 개념을 접목시키기로 했다. 완성차 구입 이후에도 성능과 기능이 업데이트되고 언제나 최신 상태를 유지하는 자동차가 될수록 소비자들의 경험 만족도가 오를 수 있어서다. 그러자면 1차적으로 플랫폼의 각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통합돼야 한다. 그래야 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며 소비자의 유료 선택권이 만들어진다. 동시에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차의 생애주기 전반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정보를 서로 연결하고 가공해 물류, 쇼핑, 레저, 숙박 등의 서비스도 만들어내야 한다.
대표적인 제품이 기아 EV9이다.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HDP·Highway Driving Pilot), 기아 커넥트 스토어(Kia Connect Store), 무선(OTA·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이 적용된 덕분에 소비자는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를 기아에선 ‘FoD(Features on Demand) 서비스’라 명명했다.
실제 EV9을 통해 제공되는 기아 커넥트 스토어 상품은 원격 주차·출차 및 주차 보조를 지원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2’,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에 5가지 그래픽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라이팅 패턴’, 차에서 영상 및 고음질 음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플러스’ 등이 있으며 추후 더 많은 기능을 개발해 제공할 예정이다.
소비자는 기아 커넥트 스토어 홈페이지 또는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에서 원하는 기능을 필요한 기간 동안 적용할 수 있는데 출고 전 일괄 결정의 부담에서 벗어나 선택권이 부여된 셈이다. 물론 기능을 평생 이용하려면 일정 비용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움직이는 공간으로의 진화
흔히 ‘플랫폼(Platform)’은 무언가 모이는 곳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자동차로 들어오면 구동을 위한 각종 기계 장치가 모이는 뼈대로 이해되기도 한다. 동시에 기계 장치의 구동을 제어하는 각종 소프트웨어도 ‘OS’로 불리는 플랫폼에 통합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포함한 대부분의 움직이는 수단들은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돼 발전하는 게 일반적이다.
폭스바겐 그룹의 SDV 전략
이런 가운데 최근 폭스바겐그룹이 발표한 각각의 플랫폼 미래 전략은 흥미롭다. 먼저 차종별로 나눠진 하드웨어 플랫폼은 단일화하기로 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포르쉐 등이 사용하는 차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게 목표다. 하드웨어 효율 극대화를 위한 극강의 통합인 셈이다.
동시에 지능은 ‘캐리어드(Cariad)’로 이름을 붙인 소프트웨어 통합 전략으로 뒷받침한다. 이를 위해 반도체의 직접 생산도 하기로 했다. 지능 고도화에 필요한 코딩은 물론, 핵심 부품까지 만들어 향후 등장할 SDV 차종의 지능으로 쓰겠다는 뜻이다. 실제 지능 고도화로 개발될 차종은 아우디 ‘아르테미스(Artemis)’다. 자율주행 레벨4를 목표로 그룹의 모든 소프트웨어 역량이 집중되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는다.
그런 다음 2026년부터 아르테미스의 하드웨어마저 통합되면 폭스바겐 제품으로 아르테미스의 남동생을 의미하는 ‘아폴론(Apollon)’ 제품이 등장한다. 아우디의 아르테미스와 폭스바겐의 아폴론이 그룹의 미래 제품 전략에 있어 일종의 선봉장이 되는 셈이다.
이후 모든 하드웨어 플랫폼이 통합되고 소프트웨어 또한 통합에 따른 지능 고도화 효과로 레벨4 수준에 도달하면 폭스바겐이 추가로 ‘트리니티(Trinity)’ 제품을 내놓는다. 전동화 된 자율주행 제품으로 로보택시 등에 활용될 수준의 소프트웨어의 완성도가 높아 본격적인 교통사업은 물론 이동이 필요한 다양한 곳에 투입된다. 흔히 ‘삼위일체’를 의미하는 트리니티를 프로젝트 이름으로 명명한 배경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새로운 생산 방식의 완전 결합을 이룬다는 뜻을 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략도 눈길
생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의 혁신으로 세상에 등장하는 자율주행차는 개인 구매 뿐 아니라 대중교통 사업에 투입된다. 여러 완성차기업이 무인 교통사업에 적극 나서려는 계획을 가진 것도 같은 배경이다. 단순히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직접 만든 제품으로 교통의 영역에 진입, 운행 수익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국내의 현대차그룹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융합하고 모빌리티 기술 역량을 고도화·내재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술력 강화에 총 18조원을 투입한다.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고 이동 경험을 새롭게 하는 자동차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겠다는 시도다.
소비자가 서비스센터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법규에 맞춰 차의 성능을 개선하고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려 한다. 자동차는 항상 최신의 상태로 유지되고 덕분에 잔존 가치도 높아진다. 또,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과 성능을 조합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이동 수단을 제공할 수도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2025년 새롭게 적용할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eM’이라는 명찰을 붙였고 PBV(Purpose Built Vehicle) 전용 전기차 플랫폼엔 ‘eS’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eM은 모든 전기 승용차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며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현재 대비 50% 이상 개선된다. 또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적용 및 무선 업데이트 기본화 등이 목표다.
eS는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유연한 구조로 개발돼 배달 및 배송, 호출 등 기업 간 거래(B2B) 수요에 대응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eM과 eS 플랫폼은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 체계 아래에서 탄생한다.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차급별로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제품군을 확대한다. 그런 다음 다양한 제품을 모두 연결해 이동을 지배하는 게 최종 목표다. 이때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궁극적으로 ‘수소’를 지목할 뿐이다.
SDV는 소비자에게 뭐가 좋을까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동하는 것, 즉 모빌리티는 이동에 있어 정확한 목적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면 ‘SDV가 대체 소비자에게 뭐가 좋은 건데?’라고 반문할 수 있다.
이때 제조사는 크게 세 가지 장점을 늘어 놓는다. 첫째는 ‘공간의 활용성’이다.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만큼 구동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줄여 공간을 넓게 가져갈 수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새로운 경험’ 제공이다. 디지털화 된 자동차 실내 분위기를 수시로 업데이트 할 수 있어서다. 세 번째는 ‘개인 맞춤형’이다. 운전자와 자동차의 소통 능력을 고도화해 일종의 개인화 된 비서 역할을 자동차에 부여하려 한다. 하지만 이 세 가지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추진 중이며 미래에도 당연하게 가야 할 길이다. 그래서 SDV를 두고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모빌리티 관련 기업들이 2024 CES에 한결같이 내건 슬로건은 SDV였다. 소비자에게 좋고 나쁨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제조사 관점에선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SDV를 어떻게 포장해야 소비자들이 ‘좋은 것’으로 인식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분명 제조사에는 ‘좋은 것’이니 말이다.
이때 자꾸 언급하는 단어가 ‘로봇자동차’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는 만큼 자동차에서 로봇 지능의 역할을 강화하고 통신 기반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원격 조종 또는 운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 말이다. 그때마다 제조사들은 이동하는 것과 고정된 것을 서로 연결해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SDV의 소비자적 시각의 장점은 ‘공간의 연결 또는 확장’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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