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좋은 중고차는 없다

[권용주의 모빌리티 돋보기] 소비자 피해 속출한 中古車 시장 싸고 좋은 중고차 원하는 소비자 욕심 24일 중고차 판매 나서는 현대차 소비자에겐 유리한 점 더 많을 것

현대자동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 상품화동. 상품화 전담 인력이 매입한 중고차에 대해 272개 항목의 정밀진단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 상품화동. 상품화 전담 인력이 매입한 중고차에 대해 272개 항목의 정밀진단을 하고 있다.

악명 높은 중고차 시장

벌금을 물게 되면 최고 20만원 정도 나가지만 제대로 한 대 날리면 1000만원 벌이도 가능한 업종이 있다. ‘중고차 판매’ 사업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혹은 늘 도사린다.

일반적인 허위매물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돈이 필요한 중고차 사업자가 비싼 광고비를 내면서 다양한 인터넷 중고차 사이트에 매물을 보여준다. 비싼 광고비는 개의치 않는다. 시세보다 월등히 싼 매물을 보면 구입자의 마음이 순간 흔들리는 탓이다. 구입자 전화에 마치 행운이라도 잡은 듯 설명을 늘어 놓으며 방문 일정을 잡는다. 하지만 정작 방문하면 통화를 했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차를 보여준다. 차종은 같지만 번호판이 다르고, 주행거리도 제각각이다.

수법은 간단하다. 일단 방문하면 소비자를 이리저리 안내하며 지치게 만든다. 그래도 계약하지 않으면 서서히 윽박을 지르고 욕설과 협박도 다반사다. 그래서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비싼 값을 치룬다. 소비자는 피해를 호소해도 보상받을 방법이 막막하다. 때로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2021년 저렴한 중고차 매물을 보고 방문했던 60대 소비자는 200만원짜리 중고차를 700만원에 샀다. 여윳돈이 없다고 하소연했지만 판매자는 협박과 감금을 하고 대출까지 받게 했다. 결국 이 소비자는 스스로 세상과 이별을 선택했다. 경찰은 4명을 구속하고 22명을 입건했지만 허위매물은 여전히 활개를 친다. 돈의 유혹이 그만큼 강렬하기 때문이다.

판매자의 탐욕와 구매자의 슬픈 욕심

문제가 끊이지 않자 중고차 업계 스스로 ‘허위매물 근절’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소비자를 유인한다. 그러나 모든 사업자가 자정 노력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중고차 판매자 입장에서 허위매물은 소비자 심리를 자극하면서 짧은 기간에 자금을 회전시킬 수 있는 강력한 유혹인 탓이다.

허위매물이 사라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욕심이다. 허위매물로 돈을 벌려는 악덕 판매업자도 욕심이지만, 남들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중고차 소비자의 욕망이 존재하는 한 허위매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시세보다 적게는 20%, 많게는 50% 싼 문구는 그저 눈속임일 뿐이다.

중고차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는 새 차 가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때 자신이 찾는 차종의 연식과 주행거리를 감안했을 때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매물이 있다면 구매 욕망은 꿈틀거리기 마련이다. ‘중고(中古)’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중고차는 제품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가격이 달라질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중고차는 이미 사용된 자동차라는 점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 사려는 사람은 저렴하되 고장 없는 차를 원하지만 파는 사람은 누군가 이용했던 차여서 고장이 전혀 없음을 담보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조건을 하나 만들었다. 판매자가 ‘1개월 또는 2000㎞ 이내’ 보증수리를 해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부족해 해당 중고차의 성능 점검 후 그 결과를 구매자에게 건네주는 것도 도입했다. ‘성능점검기록부’ 발급제도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성능점검’ 자체에 대한 신뢰성 때문이다. 이유는 점검자가 곧 판매자의 고객이라는 점이다. 점검해주고 돈 버는 사람에게 판매자가 점검을 맡기지 않으면 검사자의 수익이 줄어든다. 그러니 판매자가 요구하면 ‘문제 있음’이 ‘문제 없음’으로 둔갑하기 일쑤다.

그래서 성능점검에 문제가 있다면 누군가 책임지는 보증 방식을 도입했다. 제 3자가 객관적으로 성능점검에 문제가 없음을 보증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증하는 사람이 손해를 배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보증은 의무가 아니어서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설령 보증한다 해도 점검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이 드러났을 때 책임을 미루기 급급하다.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현대차의 진출, 소비자에겐 어떤 의미일까

그러자 정부가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을 허용했고 현대차가 진출하겠다고 했다. 중고차 업계의 강력 반발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소비자가 원한다는 점을 들어 진입을 허락했다. 물론 그 배경에는 형평성 논란도 자리했다. 같은 자동차 회사인데 수입차는 하고 국산차는 못하게 막는 것이 곧 불공정이라는 논리다. 현대차는 24일부터 팰리세이드, 제네시스G80 인증 중고차에 대한 시판에 들어간다.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은 관점에 따라 강자와 약자의 시각이 분명하게 갈린다. 먼저 정치권은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강자와 약자로 구분한다. 따라서 약자인 중고차 업계를 보호하는 것이 정치의 본분이라 여긴다. 그런데 중고차 업계와 실제 소비자 관계에선 판매자가 강자이고 소비자가 약자다. 구매자가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없는 ‘레몬마켓’인 탓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중고차 피해구제 현황에 따르면 2021년 피해 구제 건수는 94건이지만 2022년은 112건에 달한다. 특히 표시광고와 애프터서비스 불만 구제가 각각 29건과 27건으로 많았다.

그렇다면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는 대기업과 소비자는 어떤 관계일까? 강자와 약자의 구분이 쉽지 않다. 대기업은 자칫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더욱 품질에 만전을 기하지만 그만큼 가격은 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 동일 제품을 구매할 때 백화점, 할인점, 재래시장의 판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통상 백화점이 가장 비싼 이유는 그만큼 이용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제품에 다양한 편의적 부대 비용이 포함됐다는 의미다. 반면 소비자는 오히려 선택권이 넓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리고 선택의 확장은 판매자 경쟁으로 연결돼 품질 불만이 줄어드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기업의 진출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오히려 소비자 관점에선 환영할 일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1년 또는 2만km’ 이내 보증이다. 현대차는 이미 전국에 정비 프랜차이즈를 구축하고 있다. 정비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중고차라도 보증 기간을 설정했다. 법이 허용하는 ‘1개월 또는 2000km’ 미만의 10배다. 당연히 보증은 일종의 보험과 같아서 비용은 올라간다. 그러나 문제 발생 위험에 따른 비용 손실 기회가 일정 기간 사라진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다. 소비자로선 언제, 어디서든 새 차와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심리적 위안을 받는다. 반면 정비 사업자는 자동차의 품질 향상과 전기차 증가로 점차 줄어드는 정비 수요를 늘릴 수 있어 환영한다. 동시에 제조사가 중고차를 보증하는 셈이어서 잔존가치는 오르기 마련이다. 새 차 구매 후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감가상각이 감소하면 소비자는 이익이다.

물론 그만큼 새 차 가격도 오를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선택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 바로 이 점이 핵심이다.

글쓴이

권용주 모빌리티 칼럼니스트

권용주는 자동차 전문기자 출신의 미래 모빌리티 부문의 칼럼니스트로 현재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에서 모빌리티 트렌드를 강의하고 있으며, MBC라디오 표준FM의 모빌리티 프로그램 <차카차카>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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