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운전에 대한 인간의 나약한(?) 저항

[권용주의 모빌리티 돋보기] 자율주행 로봇은 사고처리 어떻게 하나 자율주행 업체와 인간 운전자간 다툼 주목 또 운전중 주행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인가 차 소유자 허락없이 자율주행업체가 가져가 인간은 저항하지만, 미래엔 인간이 불리할듯

영화 '토탈 리콜'의 한 장면. 로봇 운전기사가 주인공 아놀드 슈월츠제네거를 차로 데려다 주는 장면.
영화 '토탈 리콜'의 한 장면. 로봇 운전기사가 주인공 아놀드 슈월츠제네거를 차로 데려다 주는 장면.

▶ 유튜브로 칼럼 듣기

인간 운전과 로봇 운전이 맞붙는다. 로봇 운전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끊임없이 작동하는 반면 인간은 피로도에 따라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위험에 빠진다. 그래서 로봇 운전은 사전에 모든 위험 가능성을 배제하려 한다. 하지만 정작 위험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것은 인간 운전자가 우월하다. 그리고 둘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인간은 삼각대 세우는데 로봇은?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사고 예방 행위와 사고 이후의 조치를 두고 로봇과 인간이 맞붙었다. 현행법에선 고장 등으로 차가 정지했을 때 운전자는 주변에 반사 삼각대 또는 조명탄을 배치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로봇은 사람이 아니어서 삼각대를 설치할 수 없다. 대신 자율주행 설계자는 경고등을 사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리고 정부에 로봇의 경고등 점등을 처벌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인간 운전자 모임’인 미국 운수 노조가 “삼각대 설치 의무 면제는 로봇과 인간의 차별”이라며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규제를 면제해 달라고 신청한 곳은 미국의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WAYMO)와 오로라(AURORA)다. 양사(社)는 미국 연방 자동차안전청에 고장으로 멈춰 선 자율주행 트럭이 다른 운전자에게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방법으로 별도 경고등을 제안했다. 경고등을 삼각대 또는 조명탄 역할로 인정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인간 운전자 모임인 미국 운수노조는 자율주행차가 다른 차 또는 사람에게 위험을 알리는 방법으로 경고등만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도로 안전을 약화시킨다며 신청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자 웨이모는 자율주행의 궁극은 운전자 배제인데 여전히 ‘관리자’가 차에 탑승하는 것은 인류가 지향하는 기술 발전 목표에 맞지 않다고 맞섰다. 한마디로 로봇과 인간의 본격적인 일자리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미 시작된 인간과 로봇의 충돌

‘운전’이라는 기능적 행위에 대한 인간과 로봇의 충돌은 사실 오래전에 시작됐다. 2017년 미국 내 자율주행 기업을 중심으로 비상시 운전자 안전 조치를 면제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인간 운전자 반대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치 지도자에겐 유권자에 해당되는 인간 운전자 요구를 들어주는 게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술 진보는 막을 수 없어 당시 총중량 4.5t 미만은 경고등의 대체 사용을 허락했다. 그리고 5년 후, 이번에는 대형 트럭도 안전조치 면제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게 자율주행 기업의 요청이다. 반대로 대형 트럭은 로봇에게 절대 시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 인간 운전자의 입장이다.

남의 나라 얘기 같지만 자율주행의 규제 관련으로 접근하면 한국도 마찬가지다. 로봇을 운전자로 규정하면 운전하다 사고를 냈을 때 사상자를 구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로교통법 54조 위반이다. 동시에 도로교통법 66조 및 시행규칙 40조는 사고 후 본인 및 타인의 안전을 위한 조치도 취하도록 돼 있다.

야간이라면 500m 지점에 식별 가능한 섬광신호, 전기제등 또는 불꽃신호를 해야 한다. 하지만 로봇은 이를 할 수 없으니 도로교통법 40조를 위반하게 된다. 이때 처벌은 로봇 자동차, 즉 자율주행차 소유자에게 부과된다.

자율주행 기업이 운전자 안전 조치 의무에 민감한 이유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소유권이 대부분 제조사에 남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필요할 때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동’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굳이 고가의 자율주행 차를 개인 또는 법인이 소유할 이유가 없다. 또한 사람 운전이라면 근로시간, 근로여건, 근로자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운행 시간이 제한적이지만 로봇은 시간, 질병, 건강 등에 전혀 제약을 받지도 않는다. 마치 과거 마차 시대에서 내연기관으로 전환된 것과 같다. 말(馬)이 아프거나 힘들면 마차 운행에 제약이 생겼지만 내연기관이 등장해 질병과 피로가 없는 동력을 구현했고 덕분에 운행 제약도 크게 줄었다.

그리고 이제는 또 하나 ‘제약’으로 남아 있는 ‘운전’이라는 인간 행위를 로봇이 대체하려는데, 인간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과거 내연기관은 말보다 빠르고 지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편의성을 부여했지만, 지금의 로봇 운전은 ‘편의’ 측면에서 인간 운전보다 낫다고 볼 수 없는 탓이다.

그럼에도 인간 운전의 대체 가능성에 ‘경제성’ 개념이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동 수단을 소유하지 않고도 이동 제약이 없다면 가급적 저렴한 비용을 투입하려는 게 속성이기 때문이다. 말에서 내연기관으로 전환될 때도 초기에는 이용 가격보다 편의성이었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내연기관의 저렴한 이동이 부각되면서 마차 시대는 빠르게 저물었다.

마찬가지로 로봇 운전의 편의성이 떨어져도 이동 비용이 지금보다 내려간다면 인간이 밀릴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뜻이다. 게다가 로봇은 교통사고 제로에 도전한다. 지금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로봇만의 안전 조치 방법을 요구하지만 인간이 반대할수록 사고 없는 지능으로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여기서 로봇의 거센 도전을 막아내는 것은 인간만이 보유한 ‘참정권’이다. 정치는 미래보다 현실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지가 중요하다. 미국 내에서 벌어진 ‘인간 vs 로봇’ 운전 대립에서 인간이 그나마 로봇을 막아낸(?) 것도 결국은 투표권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현실의 투표권이 인류의 미래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행 데이터 소유권, 분쟁의 서막이 오르다

또 하나 자율주행에서 갈등 요소는 주행 데이터 소유권이다. 서울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자가용을 운전해 갔을 때 만들어지는 주행 데이터는 여러 가지다. 속도, 이동 경로, 주차를 돕기 위해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물, 연료 소비, 운전 습관, 타이어 마모율, 심지어 이동 중에 들었던 라디오 주파수까지 ‘정보’ 및 ‘데이터’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사람의 ‘운전’이라는 행위를 통해 생성된 정보인 만큼 소유권은 운전자에게 있지 않을까? 게다가 자동차라는 물건도 소유권이 운전자에게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나아가 운전자도 자신의 주행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소유권은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소유권이 운전자에게 있다면 주행 정보를 활용하려는 사람은 운전자 허락을 받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을 이유로 주행 데이터를 허락받고 가져가는 완성차 기업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동과 동시에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실시간 통신으로 서버에 전달하고 회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물론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관리하고 비밀로 취급한다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허락 없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자율주행차 업체 입장에서는 주행 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해 다양한 비지니스 데이터로 활용하려 하는데, 차 소유자가 이를 반대할 수 있어 이를 둘러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 업체 입장에서는 주행 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해 다양한 비지니스 데이터로 활용하려 하는데, 차 소유자가 이를 반대할 수 있어 이를 둘러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의 개인 영상 유출이다. 테슬라 제품에 부착된 카메라가 주행 데이터 확보 차원으로 촬영한 영상을 제조사가 실시간 전달받았고 이 가운데 선정적인 장면을 직원들이 돌려 봤다. 결국 일부 소비자가 테슬라를 상대로 법원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고 테슬라는 개인정보 취급방침을 앞세워 반박했다. ‘고객이 데이터 공유에 동의할 때 차가 수집한 데이터를 테슬라에 제공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해당 데이터가 개인 계정이나 차량 식별번호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개인 영상이 유출됐고 개인 계정이 차의 식별번호와 연결된 것이 논란이다. 제조사가 얼마든지 차 소유자와 개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논의를 시작했다. 운전자 주행으로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어디까지 개인 정보로 인정해야 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그래야 주행 데이터에 대한 제조사의 공정한 접근은 물론 소비자의 개인 정보도 관리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제아무리 유럽연합이라도 기준을 확정하는 시점은 장담하지 못한다. 기준에 포함되는 항목을 분류하는 것부터가 거대한 장애물인 탓이다.

실제 주행 데이터 소유권은 유럽연합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아직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2월 제안한 ‘데이터 법’의 보완을 목표로 새로운 법률 제정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소유권 항목을 분류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그럼에도 주행에 따른 개인 정보의 소유권 구분은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오히려 자율주행 기업에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자율주행의 완성도가 데이터 축적에서 비롯되는 탓이다. 심지어 자율주행 지능을 개발하는 구글의 경우 여러 자동차 회사와 손잡으며 확보한 주행 데이터의 소유권 여부를 명확히 규정해 달라고 입법을 요청했다. 지금처럼 개인 정보를 사용하다 혹시 모를 분쟁이 발생해 자칫 거액의 손해배상에 나설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그래서 주행 정보의 소유권 구분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중이다.

나의 운전으로 만들어진 주행 정보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때다.

글쓴이

권용주 모빌리티 칼럼니스트

권용주는 자동차 전문기자 출신의 미래 모빌리티 부문의 칼럼니스트로 현재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에서 모빌리티 트렌드를 강의하고 있으며, MBC라디오 표준FM의 모빌리티 프로그램 <차카차카>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