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핵잠수함이 필요하다

[하준서, 전장(戰場)의 안개 밝히기] 중국 북한 위협에 대한 적절한 대응 동해 2천m 심해에 ‘킬 웹’으로는 한계 천문학적 비용 들어도 실기는 안돼 美서 1호함 건조 후 후속함은 우리가!

장영실함(SS-087) 진수 장면. 대한민국은 이미 KSS-III 계열 3천톤급대 재래식 잠수함을 독자 설계·건조·운용할 역량을 갖췄다. 사진= 연합뉴스
장영실함(SS-087) 진수 장면. 대한민국은 이미 KSS-III 계열 3천톤급대 재래식 잠수함을 독자 설계·건조·운용할 역량을 갖췄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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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회의를 전후로 대한민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가 부상했다. 중국·북한의 반발 우려부터 천문학적 비용과 긴 건조기간, 미국 내 건조 여부를 둘러싼 논란까지 반대론이 적지 않다. 이러한 우려들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주변 안보환경 변화와 이번 기회가 시사하는 바를 감안하면 대한민국에 핵잠수함 전력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중국·북한 자극 우려 있어도

핵잠수함 반대론의 한 축은 “주변국을 자극해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오커스(AUKUS)에 대해서도 핵확산 위험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이 핵잠수함을 추진할 경우 “한·미의 위험한 군사적 책동”이라 비난하며 외교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 역시 현재 진행 중인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고도화의 명분으로 대한민국의 핵잠수함 보유 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다. 이런 군비경쟁 촉발 우려는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다만 안정을 해치는 근본 원인을 차분히 보자. 한반도 주변의 해양·핵위협 구조는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북한은 SLBM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고, 2023년에는 ‘김군옥 영웅함’으로 알려진 핵미사일 탑재 가능 잠수함을 공개했으며, 핵추진 잠수함 개발 의지도 거듭 시사해왔다. 실전성에 논쟁은 있어도, SLBM 운반 플랫폼의 증가는 분명한 추세다.

중국 역시 094형 SSBN(전략 핵탄도 미사일 잠수함) 운용, 093B·095형 공격원잠 확대 등 잠수함 전력의 양적, 질적 증강을 지속해 왔다. 이는 한국에 영해와 주변 해역에서 위협 요소를 안정적으로 감시·추적·차단할 역량을 보유하라는 숙제를 던지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는 방어 태세의 향상 수단으로 봐야 한다. 대한민국이 보유하려는 핵잠수함은 SLBM을 탑재하는 SSBN이 아니며, 임무 역시 해역내 연속 초계, 장기 추적, 위기시 수중전 수행 등에 초점을 맞춘 방어 지향적 무기다.

핵잠수함은 적대국의 위험한 잠수함을 추적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무기체계로 평가된다. 핵잠수함의 진가는 적의 잠수함을 탐지 후 추적하는 단계에서 디젤 잠수함이 배터리 충전 혹은 기타 추적 능력의 부족으로 다른 잠수함이나 대잠 수단에게 이를 인계해야 하는데, 핵잠수함을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디젤 잠수함으로는 도저히 추종할 수 없는 장기간 은밀 추적능력과 고속 기동성을 바탕으로, 예를 들어 북한이 함부로 핵공격을 꿈꾸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과거 냉전 시기 미·소 간에도 잠수함 간 추격전이 상시 전개되었고, 미 해군의 공격원잠들은 소련의 SSBN 잠수함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전시 5분 이내 적 SSBN을 타격하는 체계를 갖춰 유사시 기습공격을 억제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핵잠수함은 북한 잠수함의 움직임을 깊은 바다 속에서 실시간 감시하고 유사시 격파할 수 있는 최고의 억제 수단이다.

힘의 균형이 맞을 때 평화가 유지된다. 한국의 핵잠수함 전력화는 북한의 핵공격 의지를 꺾고 중국도 함부로 해양에서 군사적 우위를 주장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093형 공격원잠. 중국은 현재 091형 2척, 093형 10척(4척 건조 중)을 확보했고, 추가적으로 095형 차기 공격원잠도 건조가 예정되어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093형 공격원잠. 중국은 현재 091형 2척, 093형 10척(4척 건조 중)을 확보했고, 추가적으로 095형 차기 공격원잠도 건조가 예정되어 있다.

킬 웹 등의 수단으로 충분?

일각에서는 “굳이 핵잠수함에 집착할 필요 없이, 킬 웹(Kill Web)과 같은 첨단 네트워크 중심 대응으로 충분하다”는 주장도 들린다. 예를 들어 고정식 음향 센서망과 초계기, 무인기, 인공위성 등을 통합 운용하는 대잠 탐지망을 구축하면, 굳이 비싼 핵잠수함 없이도 북한 잠수함을 탐지 후 타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대안 전략들은 분명 중요하고 관련 관심과 발전이 이뤄져야 하지만, 적절한 대체제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이런 체계는 연안 방어엔 효과적이어도 핵잠수함의 주요 활동지역인 동해처럼 수심이 1,000~2,000m인 곳에서는 효율적이지 않다. 동해는 우리 관할 수역의 최대심도는 2985m이고 동해 전체에서 최대 수심은 3742m에 이른다.

원해에서의 연속적인 추적, 대응 능력이 가장 큰 문제다. 킬 웹 개념은 센서와 화력을 정보로 촘촘히 연결해 ‘보이지 않는 거미줄’처럼 위협을 감시·격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넓은 동해에 항시 빈틈없이 센서를 깔고, 탐지 즉시 공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냉전 시기 미 해군은 북대서양에 GIUK(그린란드-아이슬란다-영국으로 이어지는 좁은 해로)라인을 따라 해저 청음 센서와 기타 수단들을 활용해 대양으로 나오는 소련 잠수함들을 탐지하려 했지만, 모든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탐지 및 추적하진 못했다. 오늘날 잠수함의 정숙도와 은폐 기술은 더 발전했고, 정형화된 탐지망은 뚫릴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핵잠수함의 추적 능력이 더 빛을 발하는 것이다.

킬 웹과 같은 체계는 탐지와 타격 간 간극의 문제도 있다. 무인 센서 등이 잠수함의 신호를 포착해도 이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공격까지 연결하려면 유효한 유인전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수상함이나 초계기는 작전 지속시간에 제한이 있지만 핵잠수함은 지속적으로 수중에서 은밀히 적을 따라붙을 수 있다.

즉 킬 웹은 핵잠수함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며, 상호 보완이 될 수 있는 관계다. 한국의 영해 주변 얕은 바다에 킬 웹과 같은 다양한 감시자산을 배치, 방어망을 깔고 깊고 넓은 공해에서는 핵잠수함이 적의 잠수함을 억제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더라도

핵잠수함 도입에 회의적인 이들은 막대한 비용과 긴 개발 일정도 문제 삼는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 고위 관료를 지낸 도브 자크하임은 “작전 중인 핵잠수함을 항상 유지하려면 최소 3척은 필요하고, 이들 건조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 이상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강동길 해군참모총장 역시 지난달 30일 국감에서 ‘착수 후 10년 이상 소요’ 가능성을 언급했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최소 4척 이상’ 필요 언급까지 고려하면 부담스럽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에게는 지금이 드물게 열린 ‘기회의 창’이다. 우리 현실에선 미국의 동의가 사실상 필요조건이었다. 과거 한·미 원자력 협정 틀 아래에서는 연료 공급·기술 이전이 구조적으로 막혀 있었다. 그 결과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시도는 반복적으로 좌절되었다.

1994년 김영삼 정부의 잠수함용 원자로 설계 지시, 2003년 노무현 정부의 비공개 추진이 있었지만 모두 중단되었고, 2017년 문재인 정부도 미 측 협력을 타진했으나 트럼프의 동의에도 미국내 관련법규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요컨대 연료·원자로의 ‘밸브’를 미국이 쥔 구조에서 한국의 독자 추진은 벽에 막혀 있었다.

이번 APEC을 전후해 그 밸브가 처음으로 돌아갔다. 핵추진 기술 공유 및 건조 승인이 공개적으로 확인되었고, 연료 문제를 포함한 후속 협상의 길도 열렸다. 물론 현 체계에도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미 의회 검토 등 절차 리스크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정치적 승인 신호가 켜져 있을 때 구속력 있는 계약 틀로 고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미국이 연료도, 기술도 ‘원칙적 불가’였으나, 지금은 ‘가능’이라는 예외적 창이 열렸다. 이 창이 열려있는 시간은 길지 않을 수 있다. 창이 열려 있을 때 역할 분담, IAEA(국제원자력기구) 검토 등의 추가 절차, 국내 규제와 인력 확보 등의 묶음 합의를 통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줄여야 한다.

‘미국 내 건조’ 논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표로 불거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건조 문제는 논란거리다. 모든 선박을 미국에서 건조한다면 한국 조선업 기반이 활용되지 못하고, 비용 상승·일정 지연·기술 통제권 제약 등을 이유로 “우리 돈으로 미국 조선소만 살리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이 사안은 실리 협상의 문제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아직 구체적 합의는 없다. 한미 협상을 통해 조선소 역할 분담과 기술이전 범위를 조율할 여지가 충분하다. AUKUS 사례에서 보듯, 미국은 동맹에 핵추진 잠수함 역량을 공유하는 대신 자국 조선·공급망 이익을 함께 도모한다. 한국 안에서도 필라델피아 한화 조선소를 미 측 잠수함 생산 라인의 보완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구상이 거론된다.

핵심은 한국의 주권적 통제와 기술 축적이다. 초도함 일부가 미국에서 건조되더라도 국내 기술자 파견·공동 건조로 노하우를 흡수하고, 원자로와 기타 영역의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협상 전략으로는 “초도함은 미국의 협력으로 속도 확보 → 2번함부터 국내 비중 확대” 같은 단계적 제안이 효과적일 것이다. 미국도 동맹의 조선 능력을 활용해 자국 잠수함 생산 병목을 완화하려는 이해가 있는 만큼, 한국이 분담·국내화의 기준선을 명확히 세우면, 손해만 보는 거래가 아닐 것이다.

창이 열렸을 때, 구조를 바꿀 결단

북한의 SLBM 운반 잠수함이 증가하고 중국의 잠수함 역량이 커져만 가는 지금, 동해에서 끊기지 않는 추적과 필요할 때의 신속한 차단은 ‘억지의 핵심’이 됐다. 이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수단은 디젤이 아니라 핵추진 방식의 잠수함이다.

비용과 기간이 과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핵잠수함은 결정하고 나서 효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리는 전력이다. 그래서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시작해야 필요할 때 자리를 지킨다. 게다가 과거 수 차례 막혔던 연료·원자로 문제가 이번에야 비로소 풀리기 시작했다. 이런 기회는 오래 열려 있지 않다.

결국 핵잠수함은 지금의 위협 환경에 맞게 억지의 구조를 개선시키는 최소한의 선택이다. 결심하지 않으면 창은 닫히게 된다. 그래서, 그럼에도 핵잠수함이 필요하다.

글쓴이

하준서 동국대 국제정치학 석사과정

하준서는 동국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관계학, 그 중에서도 국제안보를 전공하고 있다. 전쟁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해야 이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구성된 학문 속에서 이론, 데이터, 현장의 관찰을 삼각 검증하고 정책에 닿는 지식을 만드는 것을 목표한다. 주된 관심은 무기체계와 전력구조의 진화가 전쟁의 발발, 지속, 종결, 그리고 억제의 문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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