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왜 그렇게 만나기 어려운가?

[지질해설사 박태웅의 지구 속 이야기] 화석의 99.98%는 발견되지 않아 고온·고압 화성암에선 화석 녹아버려 퇴적암에선 생물 물속서 죽은 침전물 덮여 미네랄로 분해된 후 고압에 눌려져 생성

2023년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티라노사우르스 화석이 경매에 나왔다. 이 공룡의 화석이 전세계적으로 많지 않아 당시 경매 예상가가 100억원 안팎이나 됐다. 사진= YTN
2023년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티라노사우르스 화석이 경매에 나왔다. 이 공룡의 화석이 전세계적으로 많지 않아 당시 경매 예상가가 100억원 안팎이나 됐다. 사진=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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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이 살아있다니

근대 철학은 세계를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로 파악했다. 그래서 그들은 ‘정지’를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왜 정지할까?”란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화석에 대해 던질 만하다. 화석은 고대 동물과 식물의 보존된 유해 또는 유해의 흔적이다. 제기할 만한 질문이란 “왜 그렇게 화석은 만나기 어려운가?”이다.

화석이란 말은 익숙하다.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 형태가 크게 변하지 않은 채 존재하는 식물이나 동물의 종을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부른다. 은행(銀杏)이 살아 있는 화석의 대표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은 공룡이 살아 있던 2억년 전인 쥐라기부터 존재해온 종이기 때문이다. 은행 나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은행나무문, 은행나무강, 은행나무목, 은행나무과, 은행나무속에 속하는 단 하나의 종이다. 수억 년 전부터 존재했으나 오직 은행나무 하나만 살아남아 사람들은 은행을 살아있는 화석이라 말한다.

두 과학자

분자생물학자 캐서린 쿨렌의 『천재들의 과학노트 지구과학(Earth Science)』에 두 명의 유명 과학자가 나온다. 조르주 퀴비에(1769~1832)와 스티븐 제이 굴드(1941~2002)가 주인공들이다. 전자는 척추동물 고생물학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19세기 프랑스의 동물학자이고, 후자는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이 증가하는 것일뿐’이라는 주장을 한 20세기 미국의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다.

지구의 역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느리게 변화한 것이 아니라 지진, 화산, 소행성 충돌 등의 대규모 격변에 의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는 ‘격변론’을 제시한 퀴비에는 ‘왜 동물들이 멸종했는지?’ 하는 의문을 가졌다. 퀴비에가 제시한 격변론은 과거 지질시대에 지구를 변화시켰던 과정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과정들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동일과정설’에 대한 반론이었다. 동일과정설은 점진적이고 느린 변화를 전제한다. 현대 지질학은 동일과정설을 기본으로 하고 격변적 사건도 함께 수용하는 통합적 시각을 취한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생은?

화석 기록을 바탕으로 진화 이론에 중요한 기여를 한 스티븐 제이 굴드는 ‘단속평형설’(斷續平衡說)을 제시했다. 끊어질 단(斷), 이어질 속(續)이라는 상반된 단어가 함께 하는 단속평형설은 생물은 오랜 기간 큰 변화 없이 평형 즉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다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한 변화(종 분화)를 통해 진화한다는 이론이다. 굴드 역시 ‘왜 변화의 속도는 변하지 않고 일정한가?‘하는 의문을 가졌다.

한 연구자는 지금껏 99.98%의 화석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을 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란 말은 화석에 기초해 사용하는 용어다. 화석이란 생물 화석을 말하니 고, 중, 신생대의 생(生)과 생물 화석의 생(生)은 같은 글자다. 이는 영국 최초의 지질도를 만든 윌리엄 스미스를 통해 알 수 있는 바이기도 하다. 그는 특정 화석이 특정 지층의 속성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덕분에 영국 전역에 걸친 지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퇴적암에만 화석 있다

화석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부분은 1990년대 후반 한국지질자원연구원(硏究院)들의 연구원(硏究員)들이 발견한 고생대 데본기의 퇴적기원 변성암(4억 1900만년전~ 3억 5000만년전)에 대해, 한 연구자가 압력과 온도가 아주 높아 화석이 다 없어졌다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아주 높은 압력과 온도에 화석이 다 녹아 없어졌다는 의미다.

캐나다의 북극권 엘즈미어섬에서 물고기와 육상 동물 사이의 중간 단계 생물인 3억 7,500만 년전의 육기(肉鰭) 어류인 틱타알릭 화석을 발견한 고생물학자 닐 슈빈(1960~)은 화석 보존에 이상적인 암석은 석회암, 사암, 실트암, 셰일 같은 퇴적암이란 말을 했다. 셰일은 지름이 0.0625 ㎜보다 작은 알갱이들 즉 진흙이 쌓여 다져진 퇴적암인 이암(泥巖)의 알갱이들의 입자 크기가 달라짐에 따라 차곡차곡 만들어진 줄무늬 흔적인 층리(層理)를 따라 쪼개짐이 발달한 암석을 말한다.(이승배 지음 ’우리 땅 돌 이야기‘ 101 p)

육기동물 화석으로 발견된 틱타알릭의 실물 상상도.
육기동물 화석으로 발견된 틱타알릭의 실물 상상도.

셰일오일이란 말을 통해 익숙한 셰일은 혈암(頁巖)이라 부르곤 하지만 얇게 쌓였다는 의미이기에 頁을 머리 혈이 아닌 책면(冊面)처럼 얇다는 의미의 엽으로 써서 엽암이라 해야 자연스럽다. 고기 육, 지느러미 기를 쓰는 육기(肉鰭)란 말은 살과 뼈가 있어 두껍고 팔다리처럼 움직일 수 있는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를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연구자(닐 슈빈과 장순근 교수)가 그 시기(3억5천만년전 무렵)에 대해 비슷한 표현을 썼다는 점이다. 전자는 잃어버린 퍼즐(인 화석)을 찾았다는 말을 했다. 후자는 큰 대, 빠질 결을 써서 대결층(大缺層)이었던 암석을 찾았다고 말했다.

닐 슈빈은 퇴적암은 주로 강, 호수, 바다에서 일어난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그런 곳에서는 생물이 서식했을 가능성이 높고 화석을 잘 보존하는 퇴적 작용도 일어난’다.

세렌디피티를 위해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이란 의미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가 화석 연구자들에게 얼마나 자주 찾아올지 궁금하다.

슈빈은 자신의 팀이 그린란드에서 마치 비둘기가 빵 부스러기들을 쫓아 나아가듯 땅에서 발견되는 화석 조각들을 추적하면서 나아갔다는 말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지질학자 윌리엄 글래슬리(1947~2023)가 빙상이 식물이 그 자리를 장악하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물러나면서 자신이 수천 년 동안 머물렀던 곳의 매끄러운 기반암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린란드를 ‘꿈의 장소’라 칭했다는 점이다. 슈빈에 의하면 퇴적암은 화산암이나 변성암에 비해 한결 부드러운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이를 받아들이면 화석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퇴적암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화석을 통해 퇴적암의 연대도 알 수 있다. 화성암, 변성암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암석의 생성시기를 알 수 있지만 퇴적암의 절대연령은 알 수 없다. 퇴적암의 퇴적 시기가 아니라 퇴적암을 이루는 광물 알갱이의 생성시기가 나오는 탓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화석 연구다. 그래야 퇴적암의 생성 시기를 알 수 있다.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있는 삼엽충 화석의 모습.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있는 삼엽충 화석의 모습.

화석과 만날 확률

슈빈의 어조는 온건하다. 화성암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아주 높은 온도(약 800℃에서 1100℃도 사이)에서 마그마나 용암이 식어서 굳은 암석인 까닭에 화석이 생성될 수 없다는 의미의 말은 하지 않았다. 단호한 어조를 보인 과학자는 진화생물학자 제리 코인(1949~)이다.

그는 화석 형성 과정은 단순 명쾌하지만 굉장히 특수한 조건들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화석이 만들어지려면 동식물의 유해가 물에 빠져 바닥으로 가라앉아야 하고, 썩지 않고 청소동물들의 훼손을 피하려면 바로 침전물에 덮여야 한다. 하지만 죽은 식물이나 육상 동물이 호수나 바다 바닥에 가라앉는 것은 드물다.

우리가 발굴한 화석의 대부분은 바다 표면이나 해저에 살았던 해양 생물들이다. 그것들은 죽어 자연스럽게 바다에 가라앉는다. 유해가 침전물에 묻히면 골격의 단단한 부분에 용해 미네랄이 침투하거나 미네랄이 아예 그 자리를 대치한다. 결국 생물체의 주형만 남고 계속해서 그 위에 쌓이는 침전물의 무게에 짓눌려 주형은 돌로 굳는다.

여러 유형의 암석 그리고 화석의 가치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의 화석은 땅속 깊이 묻혀 있는 까닭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절한 시기에 고생물학자의 눈에 띄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지질현상의 핵심은 모든 암석은 조금씩 연속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지구과학자 로렌 레이몬드(1943~)는 암석학자들이 암석을 세분하는 기준은 연속적으로 변하는 암석의 성분 범위 내에서 중요하고 유의미한 지점에서 설정된 인위적인 경계라고 말한다. 화성암과 퇴적암, 퇴적암과 변성암, 변성암과 화성암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는 말이다.

분명한 점은 세상의 암석은 점진적으로 변하는 까닭에 즉 하나의 암석이 전부가 아니기에 현무암(玄武巖)이나 화강암(花崗巖) 같은 화성암, 석회암(石灰巖)이나 사암(砂巖) 같은 퇴적암, 편마암(片麻巖)이나 규암(硅巖) 같은 변성암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암석은 형성 과정이 하나가 아니다. 그런 까닭에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이 존재하고 퇴적암이 존재하기에 화석도 존재한다.

글쓴이

박태웅 자연 칼럼니스트

박태웅 자연 칼럼니스트는 자연과 인문의 창의적 어울림을 목표로 하는 독서인이다. '새와 생명의 터(Birds Korea)'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평소에는 서울 역사/문화해설사(2017년~ )로 활약중이다. 특히 한탄강(연천) 세계지질공원해설사(2020년~ ) 일을 하고 있다, 해인사(海印寺) 월간지 해인지 등에 기고했다. 저서로는 ’공공역사를 실천중입니다‘를 출간(2023년; 푸른역사 刊 공저)했고 ’한국의 세계지질공원‘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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