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국된 렌즈 그자체...美 새 세계전략보고서

미국 내부 방어 중점...신먼로주의 대 중국전략은 제1도련선 유지 한국, 일본 동맹국에 ‘책임분담’ NATO동진 중단...유럽은 스스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미 트럼프 행정부가 6일 새로 수립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의 배경,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는 현재의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와 미국의 내부적 제약에 대응하는 현실적 필요를 배경으로 한다. 이 보고서는 제한된 자원을 가장 시급한 위협인 중국, 서반구 불안정 등에 집중하고 동맹에게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함으로써 미국 ‘우선주의’의 안정적 국제 질서를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동맹과의 관계 관리 및 다극화된 환경 속에서의 전략적 목표 달성이라는 측면에서 여러 도전 과제도 제기된다.

‘다극화된 글로벌’ 환경 인정

NSS보고서에서 미국은 우선 ’ 다극화된 경쟁 환경’을 받아들인다.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경쟁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고, 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여기에 NSS는 미국 내부의 자원 제약 및 내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에 대비 약화된 미국의 재정 및 군사 자원, 그리고 이민, 마약, 경제적 불평등 등 내부 문제의 심각성이 그어느 때보다 증대됐다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NSS가 제시하는 핵심 목표는 ‘미국 중심의 질서’를 유지해 미국의 이익과 가치를 보호하며 국제 질서 내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하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략적 자원을 재배치, 제한된 자원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지역과 위협에 집중하는 ‘우선순위 재조정’을 제시했다.

우선순위의 재조정에서 지역별 전략과 비중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특히 유럽에 대한 비중의 축소다.

신먼로주의의 천명

미국은 이번 NSS에서 남미를 최우선에 두는 ‘서반구 중심성’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신먼로주의’의 천명이다. 국경 안보와 이민, 마약 등 국내 사회 문제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내부 안정화를 달성하려는 실용적 접근을 택하고 있다. 이는 해외 분쟁에 자원 투입을 줄이고 자국 보호에 집중하는 고립주의적 경향과 실용주의가 혼합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제1도련선의 유지와 동맹에 대한 책임 분담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해양 진출 및 역내 억제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한 효율적인 억제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게 지역 억제에 대한 역할 및 재정적 책임을 더 많이 요구하고, 미국의 부담을 경감하고,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책임 분담(Burden Sharing)’ 원칙의 적용한다. 이는 동맹의 능력과 기여를 인정하고 활용하려는 의도이며,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게 될 전망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우려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도출된다.

미국은 반면에 북한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언급을 회피한 것은, 기존의 ‘비핵화’ 목표 실패를 공식화하지 않으려는 외교적 모호성을 유지하거나, 동맹을 통한 억제에 집중하며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유럽은 방어전략 후순위로

한편,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유럽에 대해 ‘후순위화’하면서 자체 방위를 강력히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안보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자체적인 방위 능력을 강화하여 궁극적으로 NATO의 부담을 줄이도록 압박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더이상 NATO의 동진(東進)에 대해선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제한된 자원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우선순위 조정의 결과로, 트럼프 행정부의 ‘공정한 기여’ 원칙을 유럽에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번 NSS가 유럽이 “문명의 소멸(civilizational erasure)이라는 엄혹한 전망”을 맞고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고 그 심각성을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이 고유의 가치를 잃은 채 그릇된 길로 가고 있으므로 “현 궤도를 수정할 수 있도록” 미국이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NSS 유럽 부문의 주요 내용이라는 것.

유럽의 개방적 이민 정책과 과도한 규제 등이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유럽의 존재감을 “미미한(unrecognizable)” 수준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시각이다. NYT는 이번 NSS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유럽의) 다른 국가주의 정치인들에게 정치체제를 개혁하라는 신호로 삼고자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국을 경제경쟁자로...집중 대응

NSS는 중국에 대한 안보전략을 어떻게 제시했을까. NSS는 중국을 미국의 장기적이고 가장 포괄적인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로 규정하고, 중국의 경제·기술·군사적 확장을 미국의 안보와 국제 질서에 대한 가장 큰 도전으로 명시했다. 주요 대응 전략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제1도련선 강화(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를 통한 해상 봉쇄 및 억제력 유지에 주안점을 뒀다. 또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고 규범 기반 질서를 유지하는 한편, AI,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공급망을 재편하여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NSS의 대중국 전략은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무장화를 통한 미국 무기 시장 유지라는 경제적 목적도 숨겨져 있다. 또 중국은 이미 러시아 및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미국의 도련선 감시망에 균열을 내고 있어, 도련선이 실질적인 봉쇄선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NSS보고서는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이 과거보다 줄었고, 오히려 중국의 경제적 선택에 이끌리는 모습까지 보인다는 지적도 받는다.

NSS 보고서에서 러시아에 대해서는 ‘급성 위협(Acute Threat)’이자 ‘현존하는 위협(Immediate Threat)’으로 규정하며,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요 행위자로 명시했다. 이에 NATO 동맹의 강화 및 동유럽 방위를 지원함으로서 유럽 동맹국들의 방위력 강화를 촉구하고, 러시아의 추가적인 침략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즉 유럽 동맹국들에게 자체 방위 책임을 요구하여, 미국의 자원을 중국 대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위협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에 ‘자체 방위’를 요구하고 NATO 확장에 부정적인 것은 미국이 동시에 여러 전선을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라 할 것이다. 이는 러시아 위협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보다는, 제한된 미국의 자원을 인도-태평양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포기에 가깝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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