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잠재성장률, 청년 ‘자산 절벽’ 허물자
[홍정민의 ‘경제정치를 읽어드립니다’] 곧 성장이 멈출 절체절명의 대한민국 최악의 자산 불평등, 2030세대의 절망 인적자본 축적 못하면 국가경쟁력 약화 스페인 ‘3천만원 청년 기초자산’ 실험 기획예산처 출범, 국가예산 청년에게로
2026년, 대한민국 잠재성장률 0%대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수출은 지표상 회복세를 보이지만 서민들의 경기체감 온도는 여전히 영하권이다. 토마 피케티 교수의 ‘2026년 세계 불평등 보고서’가 발표한 극단적 양극화 수치는 우리 저성장의 근본 원인을 아프게 지목하고 있다. ‘인적 자본의 소멸’과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정책적 대안이 시급하다.
2026년의 문이 열렸다. OECD와 한국은행, KDI 등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으로 전망한다. 지난해의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재정정책의 온기가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표의 회복이 곧 경제의 건강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KDI와 IMF가 꼽은 2026년 한국 경제의 3대 핵심 키워드는 ▲경제안보와 관세장벽 ▲AI·반도체의 초격차 투자 ▲그리고 우리 경제의 가장 깊은 병소인 ‘자산격차와 잠재성장률 위기’다. 이들은 서로 얽혀 있지만, 우리가 마주한 가장 근본적인 위협은 단연 ‘자산 양극화’다. 불평등이 단순한 사회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경제 엔진의 출력 자체를 떨어뜨리는 구조적 장애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피케티의 경고 “세계는 부의 함정에 빠졌다”
2025년 12월 발표된 ‘2026 세계 불평등 보고서’는 10년 전 토마 피케티 교수가 던진 경고가 전 지구적 현실이 되었음을 수치로 증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0.001%의 부자 약 6만 명은 1인당 평균 10억 유로(약 1조 7,000억 원)를 가졌지만, 하위 50%인 40억 명의 평균 자산은 6,500유로(약 1,100만 원)에 불과하다. 상위 10%가 전체 부의 75%를 독점하는 동안 하위 50%는 고작 2%를 나누어 가질 뿐이다.
불평등 연구진은 “극소수가 전례 없는 재력을 쌓는 동안 수십 억 명은 기본적인 안정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 격차가 기회를 제한하고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글로벌 부의 함정’이 되었다고 짚었다.

‘64배’라는 절벽, 우리 청년의 꿈 가로막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현실은 이보다 더 가혹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2030세대내 자산 격차는 무려 64배에 달한다. 상위 20%가 평균 10억 원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할 때, 하위 20%는 1,500만 원 남짓을 쥐고 있을 뿐이다. 10년 전 약 30배였던 이 간극이 불과 한 세대도 지나기 전에 두 배 넘게 벌어진 셈이다.
과거에는 ‘노력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시작점부터 거대한 벽과 마주한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출발선이 아예 다른 상황에서, 인적 자본에 투자할 기회도, 실패를 무릅쓸 역동성도 이 ‘64배의 절벽’ 앞에서 무력해진다. 취업문은 좁고 주거비는 치솟는 현실 속에서, 자산 없는 청년들에게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 아닌 ‘포기해야 할 것들의 리스트’가 되어가고 있다.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멈추게 하는가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대 0.8%로 하락하고, 2040년대 이후에는 0%대에 진입할 것이라 경고한다. 저성장 고착화의 늪이다. 경제학자들은 양극화가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인적자본 투자의 결핍이다. 경제학자 갈로르(Galor)와 제이라(Zeira)의 분석처럼,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면 재능 있는 인재들이 교육과 혁신에 투자할 기회를 잃는다. 국가 전체로 보면 가장 효율적으로 쓰여야 할 인적 자원이 부모의 경제력 탓에 사장되는 것이며, 이는 생산성 하락으로 직결된다.
둘째, 역동성의 소멸이다. 자산 격차가 임계점을 넘으면 사다리는 끊긴다. 안전망이 없는 이들에게 도전은 곧 도박이다. 사회 전체가 혁신 대신 안정적인 직업이나 지대 추구(Rent-seeking)에만 매몰될 때, 국가의 성장 엔진은 식어갈 수밖에 없다.

스페인의 실험, 시혜가 아닌 ‘투자’
이제 자산 형성 지원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것은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멈춰 선 경제 엔진을 다시 돌리기 위한 국가적 ‘투자’다.
스페인의 혁신적인 복지 실험은 주목할 만하다. 스페인은 이미 ‘기본소득’ 등 파격적인 사회 정책을 선도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최근 이곳에서 시작된 ‘청년 기초자산(Universal Inheritance)’ 담론은 단순히 현금을 나눠주는 차원을 넘어선다. 국가가 주는 ‘보편적 상속’이라는 개념을 사회적 의제로 던진 것이다.
욜란다 디아스 스페인 부총리가 제안한 이 정책의 핵심은 18세가 된 모든 청년에게 사회경제적 배경과 무관하게 2만 유로(약 3,000만 원)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지급된 자금은 단순히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고등 교육, 직업 훈련, 혹은 창업 자금으로만 사용처를 제한하여 청년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자산의 벽에 막혀 도전 자체를 포기했던 청년들에게 교육과 창업의 ‘미래 결정권’을 되찾아주겠다는 이 선언은, 우리나라서도 참고할 만한 보편적 기회의 인프라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기회의 사다리: 기획예산처 신설과 이혜훈의 과제
기초자산이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면, 그 위에서 마음껏 혁신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넓히는 것은 국가 재정의 몫이다.
특히 2026년 1월 2일 기획재정부의 분리 개편은 단순한 부처 쪼개기가 아니다. 세입과 거시 지표 중심의 관리에서 벗어나,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우선 투입할 것인지 결정하는 ‘전략적 예산 기획’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나라 살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획예산처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작년 말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발표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재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담보나 배경 없이도 국가가 투자와 보육을 지원하는 이 시스템은, 자산의 벽에 가로막혔던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전의 사다리’를 제공하는 혁신적 예산 운용의 모델이다.
당시 이 보고를 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수요자의 관점에서 고민한 사고의 결과인 것 같아 대단하다”며 전폭적인 공감을 표했고, 현장에서 즉각 작동하는 역동적인 성장 엔진을 주문했다. 이제 이 혁신의 불꽃을 예산이라는 연료로 뒷받침해야 할 책임이 신설된 기획예산처의 초대 수장으로 지명된 이혜훈 장관 후보자에게 넘어왔다.

2026년 경제정치의 숙제, 사다리를 다시 잇는 결단
2026년 대한민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지는 ‘자산의 벽’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
재원 마련과 사회적 합의의 과정은 분명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끊어진 사다리를 방치한 채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기술 혁신만으로는 사회 전체의 고른 번영을 담보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구조적 불평등을 외면하지 않고 청년들의 앞을 가로막은 벽을 허물 때, 비로소 누구나 노력한 만큼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복원될 것이다.
이혜훈 장관 후보자는 과거의 관행적인 예산 배분에 머물지 않고, 기획예산처 신설 취지에 걸맞게 ‘기회의 확장’을 위한 과감한 재정의 역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증명해야 할 것은 단순한 살림 관리 능력이 아니다.
청년들의 ‘64배의 벽’을 허물고 기초자산과 혁신 사다리를 구축하기 위해 예산의 물길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확고한 전략이다. 기획예산처가 단순한 ‘곳간지기’를 넘어 대한민국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미래 기획자’가 되길 강력히 당부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뛰게 할 가장 확실한 열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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