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만 일본 끌어들여 한국 투자 굳히기

대만 44억달러 지분 투자·20년간 LNG 구매 약속 발표 한국은 투자 미확정 일본의 210억달러 반도체 투자도 홍보 중간선거 앞두고 무역·투자 성과 강조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한국, 대만, 일본의 투자를 과대 홍보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MBC뉴스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한국, 대만, 일본의 투자를 과대 홍보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MBC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한국의 알래스카 LNG 사업 500억달러 투자를 거듭 기정사실화하며, 대만과 일본의 투자·구매 계획까지 잇달아 끌어와 자신의 무역정책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국의 투자 약속을 선거 성과로 포장하면서 한국의 투자도 되돌리기 어렵게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이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는 양국 간 무역·투자 합의의 일부라고 재차 주장했다. 전날 알래스카주 와실라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도 한국의 투자 약속을 언급하며 사업 추진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의 투자 여부와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투자 대상과 사업성, 위험 부담 등을 놓고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 약속이 이미 성립한 것처럼 반복해서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 규모를 강조하는 동시에 대만과 일본의 참여 계획도 잇달아 공개했다.

대만 정부는 14일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에 참여할 계획을 공식 확인했다. 대만 경제부에 따르면 국영 에너지 기업인 대만중유는 LNG 생산이 시작되면 연간 600만t을 구매하고 개발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예상 투자 규모는 최대 44억 달러다.

대만 경제부는 지난해 3월 미국 측과 LNG 구매 및 투자 의향서를 체결한 뒤 약 1년 6개월 동안 협상과 사업성 평가를 진행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지분율, 관련 조건은 추가 협상과 상업계약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대만 측은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이르면 2032년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유세에서 대만의 44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20년간 알래스카 가스관에서 생산되는 가스의 30%를 대만이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14일에는 대만의 LNG 구매 약정 규모가 700억~800억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지분 투자와 장기간의 가스 구매 계약을 함께 제시하며 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부각한 것이다.

한국의 투자 약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만의 투자와 구매 계획이 공개된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의 참여를 알리면서 한국의 500억달러 투자를 이미 약속된 금액으로 함께 언급했다. 대만의 사업 참여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성과로 내세우는 동시에 한국의 투자도 확정된 합의라는 인상을 강화한 셈이다.

일본의 반도체 투자 계획도 같은 맥락에서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별도의 트루스소셜 글에서 일본이 미국 뉴욕주 몰타에 반도체 제조시설 2곳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210억달러다. 사업은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와 미국 상무부가 추진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무역 합의에 따른 성과로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투자로 건설·공급망 분야 일자리 2만7000개와 고숙련 제조업 일자리 1000개 이상이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 대만의 투자 약속을 미국 내 대형 건설·산업 프로젝트로 전환하고 있다며 자신의 경제정책이 미국 산업 기반과 일자리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표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정치 일정과 맞물려 있다. 선거까지 약 20일을 남겨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 사업을 비롯해 외국 자본을 유치한 성과를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알래스카는 공화당이 상원 의석을 지키기 위해 공을 들이는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현지를 찾아 사업의 규모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하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알래스카 유세에 참석해 한국이 가스관 건설에 50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00억달러보다 1억달러 많은 금액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어 대만이 가스관을 통해 생산되는 물량의 30%를 구매하고 44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행정부는 한국과의 투자 합의, 대만의 LNG 구매·투자, 일본의 반도체 투자 등을 하나의 경제적 성과로 묶어 홍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관세 정책과 무역 합의가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를 끌어냈다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기업과 정부의 투자·구매 계획이 발표됐다고 해서 모든 사업의 투자 조건과 실행 절차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대만 역시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지분율에 대해서는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알래스카 LNG 사업의 참여 여부와 투자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발표와 한국 정부의 설명 사이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500억달러 투자를 반복해 기정사실화하면서 대만과 일본의 계획을 추가로 내세우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 성과를 최대한 부각하려는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미확정 투자 계획이 미국의 선거용 성과 발표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쓴이

정경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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