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중국 정책, 방향 바뀔 수 있을까?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9월 메르켈 총리 퇴임...이후 독일의 대중정책 ‘초미의 관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사진=A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사진=AP/연합뉴스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 미·독 정상회담, 친밀했지만 여전히 다른 생각 중

지난 7월 1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했다. 독일 총리로서 마지막 방문인 만큼 바이든 행정부는 메르켈 총리를 매우 극진히 예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방문기간 동안 양국이 여전히 풀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러시아와 독일의 천연가스 송유관 건설사업인 노르트스트림2(Nord-stream 2)에 대한 미국의 제재 문제였다.

최근 5월까지 미국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13척의 선박에 대한 제재가능성과 관련 기업인에 대한 제재를 고려했다. 그러나 양국 정상회담 이후 7월 21일, 양국은 적극적인 타협점 찾기를 통해 2가지 사안에 합의, 독일-러시아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사업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독일은 미국이 우려하는 문제의 핵심인 ‘러시아의 에너지문제 정치화’를 방지하기 위한 독일의 대책마련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였다.

독일의 노르트스트림2에 대한 미국의 제재완화는 중국과 유독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독일의 대중국 디커플링을 위한 새로운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EU의 실질적인 지도력과 경제력을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협력파트너인 독일과의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계승하고 있는 것은 대중국 정책이다. 이 정책이 오늘날 미국의 외교관계를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시아 정세에 대한 우선 관심사항이 북핵에서 대중국 견제로 바뀌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오늘날의 판세일 것이다.

미국의 대서양 동반자, 과도한 ‘중국 의존’ 경제가 문제

이러한 미국의 의중을 독일은 충분히 감지했을 것이다. 독일도 미국이 원하는 세계질서의 동반자로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에 힘을 실어줄 나름의 기대를 부과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이 과연 이러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강력한 지지자가 될 수 있을까? 다른 말로 하자면 독일이 중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청산하고 미국과 함께 중국을 세계질서에서 고립시킬 의지와 능력이 과연 있을까?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친중국적인 국가라 해도 거짓말이 아닐 정도로 중국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 경제와의 커플링이 정치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비인도적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일부는 독일이 대중국에 대해 발표된 대중국 비난성명을 예로 들면서 독일은 늘 중국에 당당히 할 말은 하는 나라라고 하지만, 독일의 대중국 의존 문제는 그리 간단한 상황이 아니다.

출처 = www.de.statista.com
출처 = www.de.statista.com

2020년 기준으로 보면 독일의 대외경제의존도 1위 국가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다. 독일의 폭스바겐, 지멘스, 바스프 같은 기업들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이 독일을 향해 중국 의존도를 줄일 것을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줄 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중국 시장은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수익의 35~5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벤츠, BMW, 아우디 같은 자동차 브랜드는 중국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시장이 중국이다.

독일연방의회, 신장위구르지역에서 영업 중인 자국내 기업의 기업윤리 압박

이러한 경제의존도에도 불구, 지난 6월 11일 독일 연방의회는 인권과 환경 남용 방지를 이유로 독일 기업윤리 강화를 위한 ‘서플라이체인법’을 채택했다. 이 법은 2023년부터 3천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약 600여개의 회사에 적용되며, 2024년부터는 1천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3천여개 회사가 추가적으로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지난 6월11일 독일 연방의회는 기업윤리법인 '서플라이체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인도, 중동, 중국등지의 독일기업이 어린이 강제노동을 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사진 캡처= www.dw.com
지난 6월11일 독일 연방의회는 기업윤리법인 ‘서플라이체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인도, 중동, 중국등지의 독일기업이 어린이 강제노동을 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다. 사진 캡처= www.dw.com

이 법은 인도와 중동 국가들의 어린이 노동에 대한 강력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활발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독일계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할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연방의회 보고에 따르면 현재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일계 회사는 폭스바겐, BMW, 아디다스, 퓨마, 보쉬, 지멘스, 바스프 등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업들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강제노동에 의한 고용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과 자국 의회를 통한 강제노동 의혹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면 독일 기업들의 중국내 기업활동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입법 움직임은 단순히 독일의 단독적인 움직임만은 아니다. 다가오는 9월, 영국과 EU 회원국중 프랑스, 네덜란드가 유사 법률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EU국가들은 ‘반중’기류 확연

유럽 선진국들은 중국의 아동 강제노동에 대해 자국 기업들을 제재함으로써 중국의 노동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방법을 취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러한 시도에 반발하고 있지만 지난 7월 6일, 독일·프랑스·중국 3국 화상 정상회의에서도 신장위구르의 강제노동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중국은 유럽과의 관계를 어그러뜨리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자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중국이 경쟁자이며, 파트너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공정경쟁과 법치주의에 준하는 시장관행을 수립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협력파트너가 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다만 독일이 채택한 자국 기업에 대한 노동조건 강화가 과연 중국에게 유효한 압박수단이 될지는 미지수다. 독일 경영자협회와 시장주의자들은 장기적으로는 독일 기업의 중국내 경영부담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이 중국의 기업 및 노동관행을 변화시키면서도 계속해서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메르켈 총리의 경제우선정책이 남긴 친중국 유산 ‘부담’

다가온 9월 메르켈 총리 퇴임 이후 독일이 중국에 대한 기존의 ‘경제우선’의 친중국 성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메르켈 총리의 치적 중 하나는 친중국적인 관계를 통해 독일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한 것이다. 영국 국립정책연구원인 차탐하우스는 지난 5월에 발간한 ‘독일의 중국정책 제고(Rethinking German Policy towards China)’에서 메르켈 총리가 기울어가는 유럽 경제와 독일 경제에 에너지를 불어넣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며 그녀의 치적인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에 있는 독일 폭스바겐 공장. 사진= www.cathamhouse.org
중국에 있는 독일 폭스바겐 공장. 사진= www.cathamhouse.org

지난 2020년 12월 독일이 EU이사회 의장국의 지위를 발휘해 성사시켰던 ‘EU-중국 포괄적투자협정(Comprehensive Act of Investment, CAI)’이 바로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중국이 유럽의회 의원 5명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하면서 이 협정은 물건너 간 것으로 판단된다. 독일은 또 중국의 화웨이를 5G 설비기업 후보군에서 공식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있는 EU내 유일한 국가다. 끝까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안보에 우선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독일내에서도 반중기류 ‘명확’

그러나 차탐하우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EU내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은 이미 중국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내 정치판도 포스트-메르켈 이후 기존의 친중국 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상황으로 평가했다. 기독연합당(CDU/CSU)이 연합정부를 구성할 경우 가능성 있는 녹색당과 사민당(SPC)중 어느 당도 메르켈의 친중국적 태도에 대해 호의적인 당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독일 차기 총리 후보. 왼쪽부터 아르민 라셰트(CDU), 안날레나 베어보크(녹색당), 올라프 숄츠(SPD). 사진= www.dw.com
독일 차기 총리 후보. 왼쪽부터 아르민 라셰트(CDU), 안날레나 베어보크(녹색당), 올라프 숄츠(SPD). 사진= www.dw.com

바이든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대서양 민주주의 협력관계의 복원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독일을 비롯한 EU 회원국들은 미국의 이러한 태도에 깊은 안도감과 함께 미국을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 다시 한번 높이 평가할 것이다. 영국 또한 EU 체제 탈퇴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에 보다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포스트 메르켈의 대중국 정책 ‘매우 불투명’

그러나 앞으로 독일이 중국경제의 트랩에서 독자적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 할 수 있다. 독일이 홍콩사태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과 중국 첨단기업의 사이버안보에 대한 손절이 불가능한 이유는 독일 경제의 현주소를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것은 독일이 민주주의 가치를 경시해서가 아니라 독일이 경제혁신에 대한 활력이 떨어지면서 겪게 되는 대안의 부재라고 봐야 할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는 독일 경제의 미래를 한층 어둡게 하고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오는 9월이후 독일의 외교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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