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살아있는 독일...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독일내 교권과 학생들의 인권에 대해] 학부모-교사, 직접 연락은 “절대 불가” 교사, 불량 학생·부모 확실하게 길들여 이기적인 학생, 최우수 졸업 사례 없어 ‘교권’은 분명 살아있고 도움도 확실했다

독일내에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부족문제에 심각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독일내에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부족문제에 심각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 주 서초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많은 분들이 슬픔에 잠긴 상황이다. 그동안 참아왔던 많은 선생님들은 터질 것이 터진 상황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학생들의 인권만 중요하지, 선생님들의 교권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독일 베를린에서 아이 2명을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다 보내본 경험을 되짚어보며, 독일에서의 교권과 학생들의 인권은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아래의 내용은 전적으로 필자인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독일 학교에도 왕따, 학교폭력 있다

우리 큰 아이는 독일 아이들보다 발달이 느린 편이라 특수학교 추천도 받은 바 있는 아이이다. 그러나 학업에 있어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 때문에 공립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승인은 받은 상태라 학비가 들지 않는 공립에 보내게 되었다. 물론 독일에도 왕따가 있고 학교폭력이 있다.

우리 아이가 왕따를 당했을 때 담임선생님께 상담요청을 했고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몇 차례 만났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처럼 선생님께 개인적인 연락처로 연락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절대 불가”다. 어떠한 정보와 대화가 오가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면담요청과 상호합의된 시간에 학교를 방문하는 것이고 그 방문기록은 상호 서명을 통해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는다.

큰 아이가 처음 ‘왕따’를 당해 필자가 학교를 방문했을 때 선생님은 혼자 참석하시지 않고 다른 영어교과 선생님과 함께 참석을 했다. 왜냐하면 보통 1대 1의 상황에서 뭔가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이 선생님에게도, 학부모에게도 객관적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담임, 부담임이 함께 참석을 한다. 아이 학교생활의 문제점을 포인트별로 이미 작성한 서류를 들고 매번 핵심행동발달에 대해 상호상담이 이루어진다.

아이가 가진 오해와 억울한 심정을 학부모가 전달하면 선생님은 거기에 추가 사항을 기입하고 상호 개선방향을 적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선생님의 개인감정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독일 교사들은 대부분 학생에 대한 개인감정을 드러내는 식으로 상담을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직장상사/직장동료와 문제해결을 위해 협의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 그런 작업방식으로 상담을 한다.

독일 학교안에서 괴롭힘, 왕따 현상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다. 필자의 아이도 한때 왕따당했다. 출처= www.mdr.de
독일 학교안에서 괴롭힘, 왕따 현상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다. 필자의 아이도 한때 왕따당했다. 출처= www.mdr.de

교사가 학생 성적에 개입할 여지도 많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 성적평가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많다. 그래서 시쳇말로 담임선생님께 잘 보여야 아이가 보이지 않는 그 선생님의 마법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것이 중요한가? 김나지움(인문계 중고등학교)에 아이를 진학시키고 싶어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베를린에서는 초등 6학년 때 김나지움이 결정되지만, 다른 주(州)에서는 4학년 때 한번, 6학년 때 또 한번 결정된다.

선생님의 보이지 않는 지지가 조금이라도 필요한 부모들은 아이의 학교생활에 엄청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럼 촌지를 주면 되지 않겠나? 독일에서는 선생님이 25유로(약 3만5천원) 이상의 선물을 받으면 안된다. 물론 독일 공무원도 25유로이상 대가성 선물을 받으면 뇌물죄로 기소될 수 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학부모 대표로 학급 일에 전폭 지원하는 것이 최선일 수 밖에 없다.

독일에서는 성적표가 두 개로 나뉜다. 하나는 ‘학업성취도’ 점수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발달’ 점수이다. 형식적으로는 성적 평가와 행동에 대한 평가가 구분되어 있으니 선생님의 주관적인 평가가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생님의 학업성취도 평가에는 수업시간 발표와 수업시간 협력자세, 정리정돈, 친구존중 등 행동발달이 모두 보여지기 때문에 한 학기 크게 두 번 보는 성적평가시험과 쪽지시험 외에 세분화된 ‘정성적 평가’에 선생님의 주관이 개입한다. 당연히 선생님이 예뻐하는 아이가 성적도 잘 받는다. 이것은 다른 나라도 다 마찬가지라고 본다.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항의하다가는

만약 이에 대해 선생님에게 항의를 할 경우, 학부모가 사전에 생각해야 할 것은 이런 항의 자체가 우리 아이에게 이익이 될지, 아니면 손해가 될지 잘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선생님에게 거세게 항의해서 자기 아이가 더 나은 대접을 받는 경우는 절대 없다. 정말 그 때는 교장까지 참석해 학부모에게 정중하게 “아이 데리고 다른 학교로 가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학기 중 학교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아이를 위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함부로 나서기 보다 좀 더 협력적이고 합리적인 협의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 아이의 단점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절대 선생님을 비난하는 자세로 나가면 안된다. 이런 자세는 결국 선생님과 싸우겠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학교와 싸우겠다는 것으로 서로 생각이 번지기 쉽기 때문이다.

필자의 큰아이는 행동발달이 느렸기 때문에 늘 행동발달 점수가 가장 안 좋은 쪽에 모두 몰려 있었다. 성적표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전 성적표와 어떤 면에서 다른지 그 차이점을 찾아내고 어떻게 개선할 지 담임선생님과 상의해야 했다.

독일의 초등학교에서는 반 친구와 담임은 바뀌지 않는다. 한번 담임이 매 학년 계속 담임이기 때문에 똑같은 행동발달에 대해 계속 지켜보며 평가를 한다. 선생님과 협의 후 다시 개선해야 할 포인트를 적고 집에서 늘 그 문제를 같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12학년이 되는 큰아이는 그렇게 길고 긴 독일교육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많은 행동발달을 이루었다. 학부모인 필자는 늘 조마조마한 가슴을 안고 학부모상담을 지난하게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만약 교실에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고 수업을 방해하면 독일 선생님은 어떻게 할까? 독일에서는 당연히 체벌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한 두 차례 경고를 보내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고 계속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교실 밖에 책상으로 내쫓는다. 거기에서 혼자 숙제를 하든, 그림을 그리든 해야 한다.

“계속 불려다니지 않으려면 아이 제대로 교정시켜라”

어느날 학부모 상담을 하러 갔더니 내 작은아이가 교실 밖 책상에 나와 있었다. 친구와 나와서 거기서도 떠들고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내가 이유를 물어보고 주의를 준 뒤에야 조용해졌다. 이렇게 밖으로 내보내지는 게 아이들 사이에 심각한 문제일까? 그렇지도 않다. 까불다가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몇 번 혼난 상황을 선생님께 설명받고 집에서도 이 문제를 함께 얘기해 보겠다는 약속을 한 뒤 한 달 정도 지났더니 선생님이 작은 편지를 아이 편에 보내왔다. ‘요즘 많이 나아지고 수업태도가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선생님과 학부모의 소통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선생님은 가정에서의 행동개선 노력에 대해 매우 감사해했다.

그러나 만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 특히 학부모가 협조적이지 않는 경우, 학교가 학부모를 길들이는 방법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계속 상담 요청을 하고 학교로 불러내는 것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직장일도 해야 하는데 계속 불려다니니 그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러나 학교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계속 불려다니고 싶지 않으면 아이 행동교정을 제대로 해라.” 학생의 행동교정은 학부모와 학교에서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교는 그런 절차적 수단을 동원해 학부모를 훈련시킨다. 아이를 데리고 다른 학교로 전학가든지, 아니면 문제행동을 교정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반드시 학교 행정라인에 있는 교장선생님에게 공유되고 기록에 남는다. 학부모가 억울해서 소송을 하려면 우선적으로 교장과의 상담, 그리고 그 지역구 교육감과의 상담을 진행한 후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물론 필자도 이 절차를 진행해 보았다. 이런 절차는 보통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가겠다고 마음먹는다면 학부모나 학교 모두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큰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아이의 왕따 문제로 이 절차를 밟게 되었다. 다행히 교육감의 극적인 중재노력으로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나 그 사이 독일학교의 이면 또한 볼 수 밖에 없었다. 독일은 선생님의 훈육과 체벌은 절대 불가다. 다만 다양한 페널티와 학부모 상담, 제3자 개입 등등을 통해 학생을 지도한다.

아이는 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

고학년인 자녀가 학교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거나 학교폭력에 노출될 경우 더 골치가 아프다. 왜냐하면 고학년 자녀의 문제에 부모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저학년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가 10대인데 부모가 여전히 초등학생처럼 개입하면 아이의 학교생활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어린아이 취급받을 수 있다. 독일 학교에서는 10대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어른들과 똑같은 존칭을 사용한다. 절대 반말하지 않는다. 어른 대접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어른스럽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는 아이들의 경우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 특히 필자의 아이들처럼 유색인종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들의 교묘한 선입견과 맞서야 할 때는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몇 번은 학교를 찾아가고 싶었으나 큰아이의 경우 자기가 혼자 해결해보겠다고 했기에 그냥 아이와의 대화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여러 교우관계와 성적평가의 불합리함 등이 해결되었지만 독일 교사들의 완고함 또한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독일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이민자 자녀에 대한 종교적 괴롭힘은 여전하다. 출처= www.tagesspiel.de
독일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이민자 자녀에 대한 종교적 괴롭힘은 여전하다. 출처= www.tagesspiel.de

독일 공교육 특징 ‘느슨한 경쟁제도’

독일에서 교권과 학생인권이 서로 존중되는 수준으로 유지되는 가장 큰 틀은 독일 공교육의 다소 느슨한 경쟁제도 때문이라고 본다. 독일은 대학 수업료가 무료이고 대학합격자격만 취득하면 언제든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리고 특정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가 열려있기 때문에 성적 1점을 두고 살벌한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일례로 선생님이 필자 아이와 다른 동양학생의 이름을 착각하여 성적을 바꿔서 준 경우에도 대세에 큰 지장없으면 그냥 지나간다. 바꿔달라고 했을 때 바꾸어주기도 하지만 여러 행정절차를 핑계대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나 영미권에서 온 아이들은 대학을 모국으로 돌아가서 다녀야할 지 모르기 때문에 예민하게 따지는 경우가 있다. 억울하면 약식소송을 제기하여 재채점할 수도 있다. 대학입학자격시험(Abitur)의 경우 종종 그런 사례가 있긴 하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점수가 크게 달라지느냐 하면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생님이 학생을 특별하게 보는 때

본격적인 공부는 대학가서 하면 되기 때문에 아이들 사이의 경쟁도 선의의 경쟁일 뿐이다. 학교는 10학년까지 선생님들이 행동발달 점수를 따로 주는데 그 성적이 아이의 학교생활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는데 결정적이다. 필기시험 점수는 같은 데 최종성적이 차이날 수 있다. 그 비결은 보이지 않는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말해준다.

체육시간 끝나고 나가면서 마지막 정리정돈을 하고 가는 아이에 대해 선생님이 지켜보고 있다가 그것을 성적에 반영해준다. 이기적인 행동으로 일관하거나 친구들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면 최종성적이 예상점수보다 깎일 수 밖에 없다. 발표시험에서 팀에 기여하지 못한 경우, 친구들의 성적까지 모두 깎는 이유가 될 경우 당연히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상호존중과 배려가 없는 이기적인 학생이 독보적인 성적으로 졸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12년의 공교육 과정을 건강하게 마치기는 쉽지 않다. 공동작업을 외면하고 자신이 가장 우수하다고 자기의견만 강요하면 팀워크 점수가 나쁠 수밖에 없다. 이것에 불만을 품고 학부모가 상담을 요청하면 선생님은 다양한 기록을 들고 나온다. 그 기록을 보고도 수긍하지 못한다면 교사와 학교를 상대로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교권’이 살아있는 독일 방식의 교훈

독일 학교는 선생님의 ‘교권’이 분명 살아있다. 그리고 그것에 도전하는 학부형은 분명 패배한다. 억울하면 독일사회가 원하고 독일학교가 원하는 아이로 키워내야 한다. 이것이 독일방식이다. 필자의 경우 독일에서 적응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독일의 교사들이 늘 힘들게만 한 것은 절대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 우리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일으킨 이들도 그들이었다. 많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고 그것이 필자 가족이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들은 배우려고, 또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을 무척 아껴주었다. 그것은 어느 나라나 똑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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