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없고, 독일엔 있는 월7만원 교통카드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코로나 위기때 월 1.3만원 교통카드 경험 끝나자 인플레 피해 보전용으로 다시 정부가 기업에 보조해 5만원 티켓도 연방-주 정부, 시민 어려움 적극해결 노력
‘9유로 티켓’ 이어 ‘49유로’ 교통카드
지난 5월 1일부터 독일 교통당국은 기존의 9유로 (1만3천원) 티켓 대신 월 정액 49유로(7만원)짜리 정기권 교통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이 혜택은 독일에서 정기적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모두 보장된다.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독일에 거주하고 정기권 결제가 가능한 계좌가 있다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마무리될 즈음 친환경정책의 일환으로 국민들의 국내 대중교통이용 촉진하고 지역경제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 지난 ‘9유로 티켓’ 정책이었다. 이를 이어받아 각 지자체가 49유로짜리 월정액 티켓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기존 교통카드에 비해 ‘반값’
새로 이용할 수 있는 49유로 티켓을 가지면 버스, 지하철, 교외구간 버스 및 철도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전국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다만 비싼 고속철도는 이용할 수 없으며, 철도서비스는 1등칸이 아닌 2등칸만 이용할 수 있다. 과거 9유로 티켓과 같은 특별할인카드가 나오지 않았던 2021년, 베를린 시내 교통시설만 탈 수 있게 한 모나츠카르테(Monatskarte)의 경우 81유로였다. 이와 비교해 보면 49유로 카드는 거의 반값에 전국을 다닐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수혜대상은 노동자 및 시민들
실제 베를린의 쉐네펠트 공항처럼 베를린 도심에서 벗어나 있는 외곽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는 시외교통요금아 100유로(14만원)를 넘어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획기적인 정부지원책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베를린의 경우, 초등학생 및 중고등학생은 학생증을 등록하면 무료통근권을 지급받기 때문에 교외로 나가는 경우 아니고는 일상생활에서 교통비가 들지 않는다. 그리고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은 매학기 내는 학교행정비의 대부분에 정기권 이용보장 혜택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들도 교통비를 따로 지불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들 대학생들은 9유로 티켓 발급이후 정기권 이용비용을 되돌려받기도 했다. 따라서 49유로 정기권의 핵심 수혜계층은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이다.
이런 다양한 제도 덕에 49유로 정기권도 싼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때문에 정기적인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은 이번 기회에 이 카드를 산다고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경우에도 사는 곳에서 아이들의 학교까지 대중교통이 있으나 등하교 시간이 2배로 늘어나는 탓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 시내에 차를 가지고 가기 어렵고 주차하기 어려울 것 같을 때 버스를 이용하기는 하나, 버스 왕복비용은 6유로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49유로카드가 필자에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분명히 이 카드는 정기통근자들을 위한 것이다.
인플레 피해로 실질소득감소 보전효과
이 정책은 정기통근자들에게는 사실상의 비용절감효과를 보장해준다는 측면이 있다.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소득감소에 따른 피해에 보탬이 되는 효과가 크다. 코로나 시기가 마무리되면서 세계적인 공급망 파괴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독일 시민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보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많은 소상공인들은 생업을 접고 있으며 이를 제외한 생필품의 가격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10월 최고 10%를 찍었던 인플레이션은 그 후 7~8%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식료품 가격은 2022년보다 22% 이상 상승했으며, 서비스 물가도 여전히 4~5%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의 서구유럽국가들 내에서 실질임금 감소로 지속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독일에게 있어서도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재원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간 대타협후 조달
9유로 카드와 그 후속 49유로 정기권, 그리고 한달-두달 에너지 공과금 감면 정책 등은 인플레이션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당하는 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작년 10월 연방교통부장관과 16개 주정부교통장관이 오랜 토론을 통해 전국적으로 후속모델을 채택하는데 합의했다. 물론 그 토론의 핵심은 예산마련이 문제였다. 자금조달에 관한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연방정부와 주정부간 합의가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였으며 이로인해 49유로 카드 발급이 원래 계획인 2023년 1월 1일에서 5개월이나 늦어졌다.
연방감사원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50%씩 부담하기로 한 자금조달방식이 헌법에 위반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즉 전국교통망에 대한 예산책임은 전적으로 연방정부의 몫인데 이것을 주정부에 일부 떠넘긴 것은 장기적으로 위헌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것은 독일 국내법의 특성으로 인한 문제로, 올해 3월 의회에서 신규 입법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선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회사 직원복리후생 정책으로도 인기
작년에 9유로 카드 발행 후 국민들의 호응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이번 49유로 교통카드 하나로 국민들을 위로할 수는 없겠으나 실제 정기적인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지원책이 아닐 수 없다. 직원이 5인 이상인 회사에 근무하는 경우 회사를 통해 이 교통카드(Firmenticket: 회사 티켓)를 받게 되면 매월 34.30유로(5만원)로 이용할 수도 있다. 회사의 기부 25%와 정부의 기업보조 5%를 더해 30%의 할인이 적용된 것이다. 이 외에도 기업들은 직원의 월급보조수단으로 교통카드 전액에서부터 거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지원해줌으로써 직원 복리후생 개선책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유럽으로 확대될까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이런 정책을 주변 EU회원국과 협의해 확대하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친환경정책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교통망이 촘촘히 갖추어지지 못한 교외지역의 주민들에게 이 정책이 주는 혜택을 피부로 와닿게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대중교통이용 노동자와 시민에게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시대에 분명 단비 같은 정부보조정책이며,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복지행정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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