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는 정말 재미없는 도시일까?

[최지윤의 스페인 스토리] 안달루시아, 바르셀로나, 산티아고 등 관광지 유명 통일 스페인때 마드리드 수도 이전...덜 오래된 도시 프라도 미술관 등 보유...예술과 문화의 도시로 유명 파란 하늘과 풍부한 일조량...여유와 낭만 가득한 곳

마드리드의 중심에 위치한 시벨레스 광장. 1782년에 만들어진 시벨레스 분수가 인상적이다. 광장 남쪽으로는 프라도 대로가 연결되어 있다. 사진=astelus.com
마드리드의 중심에 위치한 시벨레스 광장. 1782년에 만들어진 시벨레스 분수가 인상적이다. 광장 남쪽으로는 프라도 대로가 연결되어 있다. 사진=astelus.com

[최지윤 스페인 통신원] 며칠 전,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티로 공원과 프라도 대로(Paseo del Prado)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스페인의 총 세계문화유산 수는 49개로, 이탈리아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다. 그러나 정작 수도인 마드리드 시에 지정된 문화유산이 하나도 없었다. 따라서 이번 소식은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우리의 역사적, 예술적, 문화적 유산을 풍부하게 하는 공간에 대한 가치 있는 인정”이라며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노잼의 도시’로 오명 쓰게 된 마드리드

잘 알려진대로 스페인은 관광으로 유명한 국가다. 관광 수입이 전체 GDP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KOTRA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837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스페인을 방문했는데, 이는 세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그 해 스페인을 방문한 한국인의 수도 63만 명이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스페인 여행 후기를 보면 보통 한국 여행객 대부분은 스페인의 화려한 역사를 잘 보존하고 있는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을 주로 여행하거나, 파블로 피카소나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을 위해 바르셀로나에 방문한다.

혹은 ‘산티아고 순례길’로 유명한 도시를 이어서 걷거나 미식의 도시 ‘산 세바스티안’을 중심으로 하여 북쪽을, 아예 마요르카와 이비자, 테네리페처럼 유명한 섬을 여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심심치 않게 ‘마드리드는 생각보다 볼 게 별로 없었다’, ‘노잼의 도시’라는 의견이 가끔 보인다. 왜 마드리드는 이런 오명을 쓰게 된 것일까?

가톨릭 군주라고 불리는 이사벨 1세(오른쪽)와 페르난도 2세. 둘은 혈연관계지만, 교황의 허락을 받아 1469년 부부가 되었다. 사진=위키피디아
가톨릭 군주라고 불리는 이사벨 1세(오른쪽)와 페르난도 2세. 둘은 혈연관계지만, 교황의 허락을 받아 1469년 부부가 되었다. 사진=위키피디아

스페인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나라로 흩어져 있었는데,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1세와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의 결혼이 훗날 스페인 통일의 초석이 됐다. 이 시기에는 로마 가톨릭 왕국이 이슬람에 빼앗긴 이베리아반도를 되찾기 위한 ‘레콩키스타’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7세기부터 시작된 레콩키스타는 1492년 1월, 약 800년 만에 이베리아반도 남부에 남아있던 이슬람 국가인 그라나다 왕국을 제압하고 영토를 모두 회복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렇게 스페인이 한 나라로 통일되고 나서 실질적으로 왕이 된 카를로스 1세의 아들 펠리페 2세가 1561년 톨레도에 있던 수도를 마드리드로 이전했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수도였던 톨레도를 비롯한 카스티야 지역의 레온, 바야돌리드, 살라망카는 주요 도시로 번영을 누렸고, 안달루시아의 도시들 역시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은 게 사실이다. 반면 마드리드는 주요 도시로서의 역사가 긴 편이 아니다. 스페인은 지역마다 독특한 고유의 매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드리드가 지루하게 느껴질만도 있겠다.

또한 물이 풍부해서 수도로 지정되었다고 알려진 마드리드에는 ‘만사나레스’라는 강이 있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강이 있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필자가 느끼기에 마드리드는 참 매력적인 도시라서 이런 평가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숨겨진 매력을 찾아서

먼저, 마드리드는 ‘숨겨진’ 예술과 문화의 도시다.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프라도 대로(Paseo del prado)는 마드리드의 상징과도 같다. 길이 1.1km에 달하는 프라도 대로에는 시벨레스 광장부터 도보 10분 이내에 마드리드의 3대 미술관인 프라도 미술관,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이 위치한다. 또 국립고고학박물관과 왕실식물원까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관광하기에 더없이 좋다. 예술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스페인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다.

그뿐만 아니라,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 역시 많아서 지루할 틈 없이 유럽 및 스페인 역사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내전의 아픔을 잘 나타낸 작품으로 유명한 피카소의 ‘게르니카’ 역시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에 전시되어 있다. 런던과 파리 못지않게 다양한 컬렉션을 보유한 마드리드는 예술과 문화의 도시라는 칭호를 충분히 받을 만하다.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디움을 목표하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관객 8만1000명 수용 가능한 좌석, 360도 스크린을 포함한 최첨단 시스템, 개폐식 지붕 등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마드리드 시민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사진=www.xataka.com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디움을 목표하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관객 8만1000명 수용 가능한 좌석, 360도 스크린을 포함한 최첨단 시스템, 개폐식 지붕 등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마드리드 시민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사진=www.xataka.com

또한, 세계 최고의 축구 명문 구단으로 손꼽히는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가 마드리드에 있다. 2022년에 재개장을 목표로 현재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또 마드리드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완다 메트로폴리타노’도 있는데, 유명한 구단이 두 개나 존재하는 마드리드에서는 언제나 축구의 열기를 듬뿍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수도답게 다른 도시보다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언제나 젊음이 느껴지는 도시이기도 하다. 식사 시간이 늦기로 유명한 스페인은 여름철에는 밤 10시까지 해가 떠 있다. 늦은 시간까지 열려 있는 음식점이나 상점이 많아 안전하게 로컬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마드리드의 큰 장점이다.

스페인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 마드리드 지도를 보고 있다가 음식점과 카페, 바의 수가 아주 많다는 걸 깨달았다. 마드리드에서는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고, 1725년에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이라고 알려진 곳부터 미슐랭 스타를 보유한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종류의 미식 체험이 가능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음식은 여행의 묘미를 살려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따뜻한 봄부터 추운 겨울까지 스페인 사람들의 테라스 사랑은 유별나다. 일조량이 풍부한 마드리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 자리는 언제나 테라스 자리다. 추운 겨울, 더운 여름 가릴 것 없이 남녀노소들이 테라스에서 맛있는 음식과 여유를 즐긴다.

마드리드 시민들의 최고 휴식처, 레티로 공원. 호수 뒤편에 알폰소 12세의 기마상이 보인다. [사진=위키피디아]
마드리드 시민들의 최고 휴식처, 레티로 공원. 호수 뒤편에 알폰소 12세의 기마상이 보인다. [사진=위키피디아]

테라스에서 한껏 여유 부리는 마드릴레뇨

음식과 현지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두 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많다. 이런 여유는 좋은 날씨 덕분이다. 강수량이 적은 마드리드는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있는 날이 많다. 여름에는 건조해 그늘에 앉아 있으면 더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 자연스레 사람들이 테라스에 앉아 더 여유 있고, 느긋해지는 것 같다. 항상 조급해하는 토종 한국인인 필자에게 “¡No pasa nada!(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마드릴레뇨(마드리드 사람을 일컫는 말)를 통해 느긋함의 미덕을 몸소 경험한다.

프라도 대로와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레티로 공원은 마드리드 도심에 위치한 녹지 가득한 공원으로, 마드리드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한 박자 멈추어 가는 삶의 지혜를 엿본다.

지난 6월 스페인 왕 펠리페 6세(뒷줄 오른쪽)와 마르셀루 헤벨루 드 소자 포르투갈 대통령(뒷줄 왼쪽)이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오른쪽) 총리와 포르투갈의 안토니오 코스타 총리가 양국의 월드컵 공동 개최 유치 협정에 서명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gencia Efe/Casa de S. M. el Rey
지난 6월 스페인 왕 펠리페 6세(뒷줄 오른쪽)와 마르셀루 헤벨루 드 소자 포르투갈 대통령(뒷줄 왼쪽)이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오른쪽) 총리와 포르투갈의 안토니오 코스타 총리가 양국의 월드컵 공동 개최 유치 협정에 서명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gencia Efe/Casa de S. M. el Rey

마드리드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유럽 수도 중 한 곳이다. 병상이 부족해 쇼핑센터를 임시 병동으로 사용해야 할 정도로 처참했던 마드리드는 그 아픔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은 포르투갈과 2030년 월드컵 공동 유치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마드리드는 현재 도쿄에서 열린 2020올림픽 유치에 도전했었지만, 이스탄불과 함께 최종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 패한데 이은 3연속 올림픽 유치 실패였다. 스페인은 2030년 월드컵 유치 성공으로 수도인 마드리드의 재기에 다시 한번 도전중이다. 성공한다면 마드리드의 진면목을 알릴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될 것이다.

글쓴이

최지윤 칼럼니스트

최지윤 통신원은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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