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고국 대통령을 만날 때
[최지윤의 스페인 이야기] 1년전 문재인 대통령 뜨거운 환대 김건희 여사 패션 평가는 ‘긍정적’ 윤 대통령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길
이른 아침, 잠이 덜 깬 눈으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고국의 소식. 아주 반가운 소식이 있었으니, 내가 사는 스페인에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스페인 수교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스페인에 국빈으로 초청받아 극진한 환대를 받고 간 게 정확히 1년 전인데, 다시 스페인에 우리 대통령이 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년전, 문재인 대통령 방문에 반응 뜨거워
문 전 대통령이 마드리드 왕궁에 롤스로이스를 타고 멋지게 도착한 모습은 자랑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당시 동포 간담회는 없었지만, 마드리드 한인회에서는 한국인 커뮤니티에 대통령을 태극기로 맞이하자는 깜짝 아이디어를 냈다. 동포 및 교민들은 대통령을 보기 위해 태극기를 흔들며 거리를 가득 메웠고, SNS 라이브와 사진으로 현지 상황을 생생히 전하기도 했다.
타지에서 태극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자랑스럽고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대통령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얼마나 감동적인 일이겠는가. 교민의 성원에 밝은 미소로 화답했던 문 대통령 내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해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스페인 왕실 채널에서 생중계는 물론,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하며 문 전 대통령 내외의 방문 소식과 일정을 자세하게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2016년 멕시코에 거주할 때는 마침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멕시코를 방문했었다. 당시 동포 간담회에 박 전대통령이 멕시코 국기 색으로 매치한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등장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 총 3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멕시코 순방은 현재까지도 한국-멕시코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 해에 기아차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생산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현지 일자리 창출, 적극적인 사회 공헌 활동 등으로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멕시코 내 입지를 단단히 굳히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방문한 윤대통령 내외
필자로서는, 이번 윤 대통령 내외의 방문이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세 번째로 대통령 순방을 보는 것이니 각별한 느낌이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안보 문제가 제일 중요한 안건으로 대두되는 요즘, 한국이 나토 초청국이 된 건 더욱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후 74년 만에 청와대를 개방하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다. 특히 이번 나토 회의 참석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처음 국제무대에 오르는 것이라 나를 포함해 국내외 모든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이 대단했을 것이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개최한 스페인은 올해로 나토에 가입한 지 40주년이 됐다. 불안정한 국제정세 탓에 안보에 더욱 신경 쓰게 되면서 개최지인 마드리드는 그야말로 비상이었다. 현지 언론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도시를 완전히 무장했다고 전했다. 스페인 군대는 헬리콥터로 순찰했고, 만 명에 달하는 경찰과 군인은 주요 도로의 교통을 통제하며 테러 방지에 힘을 쏟았다.
나토 동맹 30개국의 국가 원수가 참석하는 만큼 강력한 보안을 위해 막대한 액수의 지출을 했다는 후문이다.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스페인 행정부는 지출 금액이 5천만 유로(약 680억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마드리드 도착 후, 첫 일정으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4년 9개월 만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포함해 네덜란드, 아시아-태평양 4개국, 폴란드, 프랑스, 체코, 캐나다, 영국 등의 정상을 만나 다자외교를 펼쳤다. 외교 일정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일이 있었다. 첫날 저녁에는 마드리드 왕궁에서 스페인 국왕 부부 주최 갈라 만찬이 열렸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스페인 국왕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교민들에게 적극 다가온 대통령 내외
짧은 시간 동안 대통령 내외는 외교뿐만 아니라 스페인 내 동포들과의 만남에도 적극적이었다. 김건희 여사는 스페인에 도착하자마자 주스페인한국문화원으로 향했는데, 2011년 개원 이래 한국 영부인의 첫 방문이었다고 한다. 다음날인 29일 저녁에는 대통령 내외가 동포 초청 간담회를 갖고 100여 명의 교민을 만나 시간을 함께했다. 김 여사의 마지막 일정은 33년간 마드리드에 거주하며 한국 식품점 ‘서울마켓’을 운영하는 교민과의 만남이었다. 교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 영부인으로서의 노력이 돋보였다 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15년 동안 스페인에서 동포 간담회는 열린 적이 없었다. 필자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결국 기회가 오지 않았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 심지어 동포 간담회가 있다는 사실을 한국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아마 교민 사회에서 오랜 시간 애써오신 훌륭한 분들이 대부분 초청을 받으신 모양이다. 인원이 정해져 있어 더 많은 동포와 교민을 초대할 수 없었던 대사관 관계자들도 굉장히 안타까웠을 것이다. 다만, 다음에는 스페인 동포·교민 사회의 주역이 될 청년층을 조금 더 초청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모든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 내외가 한국으로 귀국했다. 첫 해외 일정이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참석한 나토 정상회의인 만큼 윤 대통령의 어깨가 매우 무거웠을 것이다. 취소된 회담도 있었지만, 3박 5일 동안 총 16건의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고 들었다.
“김건희 여사는 예쁜 드레스 전문가”
대통령뿐만 아니라 영부인의 옷, 행동, 말 한마디는 언제나 시선이 집중되는 만큼 김건희 여사도 여러 방면으로 준비를 했을 것이다. 나토 공식 일정에서 화이트톤의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의상을 선보인 김 여사의 패션에 대한 스페인 언론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갈라 만찬에서 입었던 흰색 칵테일 드레스에 대해서는 “자수가 있는 섬세한, 흠잡을 데 없는(impecable) 미디 드레스”라는 일간지(semana)의 호평이 있었다.
패션 잡지 <글래머>는 많은 영부인 중 특히 김건희 여사의 패션에 주목하며 “레티시아 왕비가 알파르가타(웨지 슈즈)에 대해 많이 안다면, 가장 우아한 초대 손님(김건희 여사)은 심플하고 예쁜 드레스 전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면서 “김 여사의 옷은 정상회담 동안 주목할 만한(destacables) 스타일이었다”고 전했다. 둘째 날 일정에 착용했던 흰색 원피스 역시 “아시아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영부인의 흠잡을 데 없는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현지 평가가 있었다.

김 여사는 배우자 프로그램에서도 레티시아 왕비, 질 바이든 여사와 담소를 나누며 친교의 시간을 가진 모습을 현지 언론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스페인에 살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스페인에서 스몰 토크(small talk)는 굉장히 일반적이다. 누군가를 길에서 잠깐 만나더라도 “안녕하세요?”만 하고 지나가지 않고, 길에 서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김 여사가 처음 만난 레티시아 왕비와 동갑이라 말하며 자연스럽게 편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스페인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만약 이것이 왕비에 대한 결례였다면 스페인 언론에 제일 먼저 기사가 올라오지 않았을까?
국민기대에 부응하는 나라 되길
최근 한국은 문화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스페인에서 한국은 트렌드다. 이제는 일본도, 중국도 아닌 한국이 아시아의 떠오르는 나라이자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나라가 되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선대의 노력 덕분에 한국은 빛을 보게 되었다.
해외에 사는 교민이 된 지금, 대통령의 현지 방문은 그 자체로도 뜻깊은 일이라고 본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사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이 각국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국빈으로 초청받는 모습을 보면 해외 생활의 고된 순간을 잠시나마 잊게 된다.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고, 대통령과 정치인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민으로서의 작은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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