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빠진 스페인...아름다운 이별은 없었다
[최지윤의 스페인 스토리] 13살에 입성, 34살에 떠나다...구단 재정난이 화근 바르셀로나시 관광수입 6% 일으켰던 스타 천재성 예견한 ‘냅킨 계약서’ 다시 눈길 파리 시민들 열광...21만원 메시 유니폼 벌써 동나
[최지윤 스페인 통신원] 포브스(Forbes) 선정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축구팀 1위인 FC 바르셀로나에서 21년간 활약한 리오넬 메시의 이적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선수 본인은 이적을 원하지 않았다. 단지 구단의 재정난으로 이적을 하게 된 메시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는 물론, 라이벌 구단인 레알마드리드의 팬들마저 “스페인은 세계적인 선수를 잃었다”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스페인 축구팬들은 다양한 트윗을 공유하며 그의 이적을 애통해했다. 지난 8일(현지시각) 스페인 언론인 카르메 바르셀로가 공중파 유명 프로그램인 ‘엘 치링기토’에 출연해 FC 바르셀로나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녀는 매우 흥분한 상태로 “메시는 잔류하고 싶었지만, 구단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펑펑 울 수 밖에 없었다. 팬들의 가슴은 미어진다. 팬들이 마음을 추스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성토했다.
가장 위대한 선수의 탄생...냅킨 계약서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열 번의 리그 우승, 네 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 일곱 번의 국왕컵(코파 델 레이), 세 번의 UEFA 슈퍼컵, 세 번의 클럽 월드컵을 이뤘다. 그뿐만 아니라, 총 778경기에 출전해 672골을 기록했고, 여섯 번의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지만, 그의 유년 시절은 평탄하지 않았다. 메시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겪었는데, 만 9살 때의 키가 125㎝밖에 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소년처럼 성장하기 위해 약 4년간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했다. 오직 축구에만 집착하던 천재 소년은 어느덧 열세 살이 되었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바르셀로나는 ‘세기의 계약’을 하게 된다. 당시 바르셀로나 기술 이사였던 카를로스 레사흐는 급히 레스토랑의 냅킨에 계약서를 작성했고, 메시의 아버지가 여기에 서명했다.

메시는 바르셀로나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선수로 성장하며,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에도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안겨다 주었다.
스페인에서 그 어떤 경기보다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더비인 ‘엘 클라시코’. 호날두와 메시를 중심으로 한 더비 매치는 흥행 보증 수표나 마찬가지였다. 여러 연구에서는 바르셀로나시에서 생성된 관광의 6%가 FC 바르셀로나를 통한 것이며, 이는 스페인 GDP의 1.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스페인 현지 언론은 메시의 파리 생제르맹(PSG) 이적은 바르셀로나에 연간 1억 3700만 유로(약 1835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2019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했을 당시, 레알 마드리드 구단의 브랜드 가치는 19%나 떨어졌다. 이 선수들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는 셈이다.
지난 6월에도 레알 마드리드의 세르히오 라모스가 PSG로 이적했다. 16년 동안 레알 마드리드에 몸담았던 스페인 국가대표 주장인 라모스가 PSG로 이적하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던 스페인 국민들에게는 끔찍한 소식이었다. 메시, 호날두, 라모스는 국적이 모두 다르지만, 스페인 라리가를 상징하는 스타 플레이어였기 때문이다.
구단 재정 낭비에 코로나 사태로 관중수입 줄어
FC 바르셀로나 측은 “메시와 계약 합의를 했지만, 구단의 경제적 사정으로 공식화하지 못했고, 급여 한도 때문에 선수 등록이 불가능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메시는 자신의 연봉을 50% 삭감하는 조건으로 바르셀로나와 계약을 체결한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이마저도 재계약을 위한 조건이 될 수 없었다.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이 밝힌데 따르면, 그의 연봉을 포함한 선수들의 주급은 ‘구단 전체 수입 대비 110%’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스페인 라리가에는 FFP(Financial Fair Play)를 위해 모든 클럽이 따라야 하는 샐러리캡 제도가 있다. 이는 1군에 등록된 선수, 코치, 트레이너의 급여에 대해 클럽이 지출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클럽 수익의 70%로 제한하는 것이다. 메시의 경우는 라리가 샐러리캡 규정에도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에 재계약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 개최 등으로 수입이 급격히 감소한 것도 영향이 컸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구단의 고질적인 재정 문제에 있었다. FC 바르셀로나의 부채는 2018년 1억 5900만 유로(약 2159억 원)에서 2021년 10억 4400만 유로(약 1조 4200억 원)로 늘어났다.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전 바르셀로나 회장이 유명 선수들을 무리해서 영입했고, 팀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을 지불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2014년부터 이적료로 10억 유로 이상을 지출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를 영입했다.
고액의 연봉으로 계약된 주요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뎀벨레(2017년 도르트문트, 이적료 1억 2000만 파운드) ▲쿠티뉴(2018년 리버풀, 1억 4200만 파운드) ▲그리즈만(2019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1억 파운드).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구단의 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급기야 얼마 전까지 메시를 제외한 주요 선수를 방출하고자 했다.
스페인 축구계 일각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재정난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지 않았다고 전한다. 최근 영국 사모펀드 CVC캐피탈은 스페인 라리가에 약 27억 유로의 금액을 투자하고, 대신 10%의 TV 판권, 중계권료 등을 가져가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 온 것.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현재 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전체 구단의 이익을 위해 동의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극구 반대했다. 바르셀로나가 CVC 프로젝트를 승인한다면, 약 2억 8400만 유로의 돈을 받게 되면서 그중 일부를 선수 영입에 사용할 수 있었다. 라포르타 회장 역시 “CVC의 제안에 동의했다면 메시의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단기적인 이득에 눈이 멀어 도박하려 하지 않았다.

파리에서 새로운 역사 쓸 메시
메시가 파리 공항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부터 공항은 메시를 환영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그의 연봉은 정확히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약 3500만 유로(약 474억 원)로 추정한다. 그는 2+1년 계약으로 PSG에 최대 3년간 머물 수 있게 된다.
메시의 PSG 입단이 확인되자마자 구단은 SNS를 통해 메시의 새로운 등번호 ‘30’이 찍힌 유니폼 판매를 알렸다. 157유로(약 21만 원)에 달하는 유니폼은 순식간에 팔려나가 전 사이즈 매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줄을 서서 유니폼을 사려고 하는 사람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함께했던 클럽과 이별한 메시의 기분은 그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리버풀의 전설 밥 샹클리의 말처럼, 30대의 나이에도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는 메시. 바르셀로나에서 흘린 눈물과 대조적으로 파리에 도착하며 보여준 환한 미소는 그가 쓸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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