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봄향기` 화장품이 프랑스 랑콤보다 낫다고?

[박기찬의 말랑고소한 북한이야기] 북한이 화장품을 전략산업으로 키우는 이유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 북한 여성. 사진= 연합뉴스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 북한 여성. 사진= 연합뉴스

[박기찬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대외협력회장] 세계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최근 성장은 정말 놀랍고 신기한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의하면, 2020년에 한국은 전년 대비 16.1% 증가한 75억 7210만 달러의 화장품을 수출했다.

한국이 일본과 독일을 앞지르면서 프랑스,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수출국이 된 것이다. 이는 국내시장 규모로 8~9위 수준인 한국 화장품산업이 얼마나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한국 화장품산업이 성공하고 있는 바탕에는 우리의 ‘외모중시문화’가 있다는 가설에 동의하는 편이다. 우리 민족 사람들이 유독 외모와 옷차림에 신경을 더 쓰고 확실히 깔끔하다는 말을, 미국계 아시아인들과 비교되는 재미동포들 뿐 아니라, 중국인들과 비교되는 조선족 재중동포들로부터 직접 들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신문이나 잡지들도 다양하고 혁신적인 K-뷰티 화장품을 긍정적으로 소개하면서 살짝 비꼬는 투로 이런 내용을 섞어 넣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느낀다’거나 ‘젊은이들이 외모에 의한 경쟁우위를 당연하게 여길 정도’라는 식이다.

북한 왜 화장품산업에 집중하나?

그럼 북한의 화장품과 화장품 산업은 어떨까. 최근 북한이 국가적으로 화장품산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원이 매우 제한된 상황 하에서, 화장품은 그렇게 선택, 집중할 정도로 북한에게 승산이 있는 전략 산업일까.

전영선, 한승호의 새 책 『공화국의 립스틱 – 김정은 시대의 뷰티와 화장품』은 이러한 질문에 직접적인 해답은 아니라 하더라도 생생하고 입체적인 분석으로 충분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화장품 회사들에 대한 최고 지도자의 빈번한 현지방문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북한은 화장품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화장품산업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가장 큰 주문 중 하나는 ‘기술’ 개발이다.

이들의 R&D 노력은 고려개성인삼 등 천연물질 추출과 생물공학적 방법으로 미백제, 보습제는 물론, 줄기세포를 활용한 노화방지제 등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하는 것과 함께, 생산설비를 자동화 무인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봄향기’ 브랜드로 250여종의 화장품을 생산하는 신의주화장품공장은 품질관리체계 ISO 9001, 생산 및 품질관리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s), 스위스 SGS (Société Générale de Surveillance) 검사검역 등의 인증을 받은 생산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화장품 주문이 가능한 신의주화장품공장 홈페이지. 사진= 아리랑메아리
화장품 주문이 가능한 신의주화장품공장 홈페이지. 사진= 아리랑메아리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의 발명공보에 나타난 발명과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출연 건수에서 신의주화장품공장은 전 기업체 중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를 포함해 산업재산권을 10건이상 발명한 개인 52명 중에서도 3명이 이 회사 소속으로 나타나고 있어 신의주화장품공장의 지속적인 R&D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산업재산권 경쟁력 분석 및 남북 산업재산권 협력방안(2019년 66쪽)
북한의 산업재산권 경쟁력 분석 및 남북 산업재산권 협력방안(2019년 66쪽)

품질로 ‘경쟁’해야 발전한다

둘째, 북한은 화장품산업에 시장경제 방식의 ‘경쟁’ 요소를 적극 도입해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독점적인 기술력과 브랜드파워를 가진 신의주화장품공장의 봄향기 화장품과 경쟁할 평양화장품공장을 현대적인 설비로 완성시켜 치열한 품질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경쟁을 하여야 제품의 질이 높아지고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하고, “평양화장품공장의 제품이 신의주 화장품 보다 나은가”하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품질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화장품산업의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화장품의 품질경쟁은 국내시장은 물론 사실상 세계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화장품이 세계적 화장품과 경쟁해 그 우수성이 소문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봄향기’ 화장품이 프랑스의 ‘랑콤’ 화장품 보다 노화방지 효과가 크다는 비교 실험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 봄향기화장품과 랑콤 화장품간 노화방지 효과에 대한 비교실험 결과.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봄향기화장품과 랑콤 화장품간 노화방지 효과에 대한 비교실험 결과.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생산재가 아닌 소비재 상품인 화장품의 국산화가 최근 북한에서 계속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화장품시장이 공식 및 비공식적으로 상당부분 개방되어 있으며, 세계시장 범위에서 전개되는 품질경쟁의 영향권에 놓여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고객의 미적 요구를 충족해야 생존 가능

셋째,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북한의 화장 문화는 매우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민들의 높아진 미적 요구’를 화장품산업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조되고 있다.

2017년에 나온 화장법 안내책자인 『화장과 우리 생활: 누구나 아름다워질 수 있다』(조선출판물수입사)에는 “시대의 요구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낡은 화장방법을 추구하거나 지나치게 우리식이 아닌 이색적인 방식을 지향하면 아름다움을 파괴하게 되다.”며 밝은 화장을 권장하고 색조 화장도 허용하고 있다.

이 책자는 “화장은 때와 장소, 직업과 나이에 맞게 하여야 하며, 지나친 화장이나 화장을 하지 않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고 하며 화장을 인민들의 권리이자 의무처럼 표현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좋은 화장품을 적극 사용해 보라는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

2015년 평양화장품공장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은 “사람마다 기호와 요구가 다른 만큼 여러 가지 기능과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천연적이고 저자극적이며 기능적인 화장품을 개발하라”고 강조하면서, “이 회사 화장품에 대한 인민들의 반영이 어떤지 모르겠다”고 문제 제기를 하기도 한다. 화장품 제품들이 미적 요구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로부터 평가받고 이것들이 제품 개발과 생산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급은 인민들에게는 인민대중제일주의 또는 이민위천(以民爲天)으로 읽혀 질 수 있으나, 화장품 업계로서는 인민들의 높은 미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북한의 화장품산업 육성 전략은

최근 북한은 화장품산업을 국가적 자원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화장품산업에 대한 성장 전략은 지속적인 ‘R&D 투자’에 역점을 두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투자와 성과를 ‘경쟁 원리’ 속에서 작동시키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미적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제품개발 체계를 그 바탕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화장품산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산업육성 전략의 원칙에 있어서, 과거 보다 크게 진전된 형태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봄향기 화장품은 징둥닷컴(jd.com) 등 중국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100위안에서 600위안 등 중간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2019년 5월에는 중국 관영 CCTV가 신의주화장품공장을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특집 보도했다.

“신의주화장품공장은 ‘춘향기(春香記)’라는 브랜드의 화장품을 WHO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에서 천연약재 성분 등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피부에 자극적이지 않아 호평을 받고 있으며, 이 회사는 외국과의 합작도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한 고객이 성장 원동력

북한에서 여성 인물사진을 찍었던 여성 사진작가 미하엘라 노로크는, 2015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여성의 남다른 외모중시문화를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북한 여성들은 외모에 매우 관심이 많다. 특히 여성의 외모 관심도가 남성의 그것과 차이나는 정도는 세계 어느 나라 보다 크다. 그리고 한반도의 북쪽에 아름다운 여성이 더 많다는 의미로 남남북녀라는 말을 모두가 한결같이 소개했다.”

‘외모중시문화’ 또는 ‘K-뷰티 DNA’... 그 무엇이라고 부르든 분명한 것은, 높은 미적 감각으로 무장한 스마트하고 능동적 소비자들이야말로 남한과 북한의 화장품산업을 이끌어가는 또다른 원동력이 아닐까? ‘K-빨리빨리 문화’가 ICT 혁신에 밑거름이 되었듯이...

글쓴이

박기찬 북한학 박사

필자인 박기찬은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MBA를 마친 금융인으로, 글로벌하고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한반도 이슈에 접근하는 북한연구자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개발협력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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