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도 ‘스탠드업 코미디’ 즐긴다
[박기찬의 말랑고소한 북한 이야기] 북한서 재담·화술소품으로 불리며 인기 리순홍 최고인기...고난의 행군때 활력소 유머와 웃음, 북한 일상에 많이 있을까
평양을 더 ‘서구적’으로 보이는 하는 것들
서울 송파구 위례동에 사는 지인이 자기 동네에 트램(노면전차)이 들어올 거라고 얘기했다. 내가 “유럽이나 홍콩처럼!” 하고 맞장구쳤더니 친구가 좋아했다. 내가 “평양에는 많아”라고 했더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전차는 구한말부터 이용되다가 1960년대에 사라졌다. 위례에 트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효율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며 새 서울시장의 업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북한에서 ‘궤도 전차’라 부르는 이 교통수단은 평양은 물론 지방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서울보다 평양이 훨씬 서구적이거나 유럽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들이 꽤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멋있는 건축물이 평양에는 많다. 이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북한의 코미디와 웃음에 대해 살펴보자. 남북한이 위성을 쏘며 서로 위협하고 있지만, 한민족 특유의 웃음 코드를 상기할 때이기도 하다.

홍대 앞에 다시 문 연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
북한에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남한에선 다시 도입되는 트램 같은 것이 또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가 바로 그것인데, 북한에서는 ’재담’ 또는 ’화술소품‘이라 불리며 오래 전부터 인기를 끌어 왔다. 남한에서는 1960~70년대 ‘만담’이라 불리며 인기를 누리다가 사라졌는데, 최근 홍대 근처 작은 클럽에서 다시 공연되고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영미권 특히 미국에서 가장 발달해 있다. 뉴욕에서는 소규모 코미디 클럽이 성업 중이며, 체육관이나 미식축구장에서 공연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공중파 방송을 타는 것도 흔하다.
말 재주와 마이크 하나 만으로 직접 마주하는 관객을 웃겨야 하는 이 코미디 장르에는 독특한 문법이 있다. 첫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 속 소재를 가볍지만 사실적으로 다뤄야 하고 둘째, 19금 농담이나 욕설을 날리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현장의 관객을 웃겨야 하며 셋째, 의미 있는 주제나 생각할 거리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식 스탠드업 코미디, 재담 또는 화술소품
북한의 재담 또는 화술소품도 스탠드업 코미디 문법을 따르기는 마찬가지다. 첫째, 생생하고 때로는 시시콜콜한 주민의 리얼리티를 포착해야 하고 둘째, 19금 유머나 욕설이 뒤섞인 드립(북한에서는 ‘쌍소리’라고 한다)을 쳐서 관객을 웃겨야 하며 셋째, 여운이 남는 주제나 교훈으로 적절히 포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핵심 문법을 따르다 보면 아슬아슬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대중을 앞에 두고 약간은 불편한 소재를 거칠고 솔직하면서도 유쾌하게 치고 들어가 비틀다 보면 사회의 금기를 넘는 경우가 생긴다.
남한에서는 종교, 섹스, 성차별을 잘못 건드리면 난리가 나고, 영미권에서는 외모, 인종, 소수자 비하 등에서 선을 넘으면 매장당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정치적 뉘앙스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 북한에서는 현실에 기반한 통쾌한 웃음과 함께 정치적 생활적 교훈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북한 최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리순홍’
리순홍 배우는 북한식 스탠드업 코미디의 1인자로 알려졌었다. 정상급 인기를 누리던 리순홍은 공적인 공연이 아닌 결혼식 등 사적인 공연에 돈을 받고 초대돼 편한 분위기에서 좀 더 재미있게 연기한다는 것이 그만 선을 넘어 처벌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리순홍은 실생활을 생생하게 담아내면서도 통렬하게 뒤집어 웃겨야하는 애로사항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생활 그 자체를 과장이나 허구 없이 그대로 담아야 인민이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작품이 됩니다. 무작정 웃기겠다고 하다가는 오히려 웃음거리가 되기 쉽습니다.”(통일신보, 2021.5.22.)
리순홍의 연기 인생은 북한의 스탠드업 코미디, 화술소품의 역사와 겹쳐 있다. 황해도에서 의학전문학교를 다니다 입대한 리순홍은 그곳에서 자신의 화술소품 실력을 인정받아 국립희극단에 입단했다. 국립희극단은 1994년 12월 세워진 평양웃음극단이 1996년 1월 개명한 중앙 예술단이다.

국난 극복의 활력소, 북한식 웃음의 힘
북한의 화술소품은 소위 ‘고난의 행군’이라 불린 경제위기 시기에 꽃을 피웠다. 1990년대 중후반 중앙과 지방을 포함한 전국의 예술단에 화술소품팀이 조직됐다.
화술소품 연기자들은 고난의 시기를 보내던 농민 노동자의 생활현장을 누비며 그들의 아픔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공연으로 사랑받았다. 국립희극단은 평양과 지방에서, 극장과 경제 현장에서 10년간 2650회의 공연으로 연간 556만명의 관객과 웃음을 나누었다고 한다. (“위기의 시대, 북한 문예정책의 변화와 ‘웃음의 정치’” 박계리)
북한은 국가위기 탈출에 웃음을 정책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국가인지도 모른다.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가장 널리 퍼진 구호가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였다. 죽음을 넘나들며 고난의 길을 걷던 인민에게 웃음으로 힘과 용기를 주겠다는 독특한 웃음의 문화정치가 펼쳐졌다.

험난한 고난의 시대에 ‘웃음의 정치’가 있었고 그 한가운데 마이크 하나와 10분짜리 연기로 민생현장을 찾아가는 북한식 스탠드업 코미디, 화술소품이 있었던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웃음의 정치’라는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원래 김일성, 김정일 동상은 엄숙하다 못해 지나치게 무거운 모습이었다. 젊은 새 지도자는 김정일 위원장도 변화시키지 못한 동상과 초상의 존엄한 이미지를 편하게 웃는 모습으로 바꾸었다.
실내 주요 공간마다 등장하는 두 인물화의 표정을 근엄함에서 환한 웃음으로 바꾸었으니 이 또한 얼마나 큰 생활의 변화였을까.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고 요구한 김정은 위원장은 동지애를 나눌 수 있을 것처럼 친근하고 환하게 웃는 얼굴의 지도자상이 새 시대에 맞는 이미지라고 본 것일까.
유머와 웃음, 북한 일상에는 얼마나 있을까
지금 남북한이 위성을 서로 발사하며 기싸움을 하고 있지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낙천적이고 밝게 웃은 민족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북한 주민이 꽉 짜인 조직생활로 일상 속 유머와 웃음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북한 주민의 생활 속 유머와 웃음에 대해 전세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해 주는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질문: “북한 주민은 생활 속에서 실제 유머를 즐기는지, 이들의 생활 속에서 유머와 웃음이 차지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설명해 주세요.”
답변: “엄격히 통제된 미디어와 정부로 인해 북한 주민이 일상생활에서 유머와 웃음을 박탈당하고 있을 것이라는 오해가 있습니다. 정치적 유머가 매우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유머를 즐겨 사용하며 유머는 그들의 문화 전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중략)
유머와 웃음은 문화적 국가적 자부심을 강화하고 친구 및 가족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자주 사용됩니다. 북한식 유머는 장난기와 재치가 있고 불손하기도 하며 북한 사람들의 창의성과 회복력을 반영합니다.(중략)
정치적 유머는 제한되지만 북한 주민들은 다른 형태의 유머로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 연결되는 방법을 찾습니다. 유머와 웃음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며 일상생활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