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쳐버린 다이아몬드’ 이강인, 이제 영롱한 빛 낼까?

‘발렌시아의 신성에서 왕따’로 구단주-감독-선수들 불화가 원인 새 둥지 마요르카에서 펄펄 날길

이강인이 발렌시아에서의 아픔을 이겨내고 하늘높이 날아오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강인이 발렌시아에서의 아픔을 이겨내고 하늘높이 날아오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지윤 스페인통신원] 2007년 KBS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여섯 살의 나이로 등장했던 이강인(현 20살)은 떡잎부터 남달랐다. 태권도 관장이자, 축구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 밑에서 이미 만 5세부터 축구를 시작했으며, 재능이 보이자 가족은 스페인으로 아예 이주를 결심했다.

그는 10살의 나이에 스페인 라리가의 명문 클럽인 발렌시아 유스에 합류했다. 스페인 라리가는 1929년에 설립되었고, 현재까지 60개의 구단이 참여했는데 오직 9개 구단만이 우승한 경험이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총 34번 우승을 차지했다. 발렌시아는 여섯 번 우승한 역사가 있으며, 이는 전체 5위에 드는 훌륭한 성적인 셈이다. 또한, 2019년에는 바르셀로나를 꺾고 국왕컵(코파 델 레이)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앳된 모습의 이강인. 발렌시아 유스 시절의 모습이다. 사진=lifeblogger.com
앳된 모습의 이강인. 발렌시아 유스 시절의 모습이다. 사진=lifeblogger.com

스페인 라리가에서도 전무후무

그러나 영어와 스페인어를 하나도 모르던 이강인은 스페인에 도착해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를 서포트하는 가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과 꿋꿋하게 노력한 덕에 ‘월반’을 할 정도로 또래보다 월등한 실력을 자랑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강인은 2018년 10월, 만 17세 253일의 나이로 국왕컵 경기에 출전해 데뷔전을 치르면서 역대 한국 선수 최연소 유럽 무대 데뷔 기록을 세웠다. 이는 발렌시아팀 100년 역사에도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역대 외국인 최연소 1군 데뷔이기도 한 것이었다. 이렇게 라리가에서도 명문팀으로 손꼽히는 발렌시아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그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되었고, 전 세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열여섯 살 때는 201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예선 무대에 호출되었고, 열여덟 살 때는 2019년 FIFA U-20 월드컵에 출전해 2골 4도움을 기록했다. 이 대회에서 이강인은 유망주로서 아낌없는 활약을 보여주었고, 한국은 준우승을 차지하고 그는 골든볼(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한국 A매치 경기에 불렀고, 나중에 김학범 감독은 도쿄올림픽 명단에 그를 합류시켰다.

1군 데뷔와 A매치 데뷔 등 유망주에서 어엿한 성인 선수로 인정받으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그의 축구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이강인은 공격형 미드필더 선수로, 발렌시아의 감독들이 추구하는 포메이션 및 전략과 맞지 않아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1군에 진입하고 난 후 오히려 출전 기회가 줄어들어서 임대 이적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주전으로 손색없는 이강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벤치에서 대기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터무니없이 적은 경기 시간으로 인해 발렌시아에 있어야 할 이유가 점점 없어졌다.

구단주-감독 불화...그리고 왕따

이강인은 이적 혹은 임대를 계속해서 생각했지만, 2020~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피터 림 발렌시아 구단주로부터 출전 시간을 약속받아 결국 잔류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포지션은 애매했고,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구단주와 이에 반했던 감독의 불화가 야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구단 내의 복잡한 분위기, 이강인에 대한 감독들의 신뢰 부족, 심지어 ‘왕따설’까지 거론될 정도로 그를 둘러싼 상황이 심각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피터 림 구단주는 유소년 정책(유소년 선수를 육성하고 성장시키는 전략)을 내세웠고, 이 전략에는 이강인이 주요 인물로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피터 림이 감독에게 이강인을 선발하게 압박하였고, 감독은 이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또한, 다른 선수들은 그가 구단주의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발렌시아에서 이강인과 한솥밥을 먹던 페란 토레스는 지난 2020년 팀을 이적하며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해서 화제가 되었다. “팀 동료들은 마르셀리노 감독의 경질을 나와 이강인의 탓으로 돌렸고, 프로 데뷔 후 유스 출신 선수들은 팀 구성원들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조차 못했다”며 구단 내 불화를 고백했다. 그는 “구단주는 유스 출신 선수들을 활용하려고 했지만,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경질되었고, 우리는 나이 많은 선배들에게 따돌림당했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발렌시아는 2020~2021시즌 시작 전, 10번을 달았던 다니엘 파레호가 이적하자 이 번호를 이강인에게 주려고 했다. 10번은 팀의 상징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졌기 때문에 선수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주장과 부주장이었던 호세 루이스 가야와 하우메 도메네크는 이 결정에 완강하게 반대하며, “팀에서 오래 활동한 선수에게 10번을 주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강인보다 카를로스 솔세르가 10번에 적합하다고 주장했고, 솔세스 역시 자신의 기존 등번호인 8번에서 10번으로 바꾸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구단 측은 상업적인 이유를 내세워 그에게 10번을 주지 않았다. 결국 발렌시아는 10번을 결번으로 남겨두었고, 유일하게 해당 시즌에 10번 선수가 없는 라리가 팀이 되기도 했다.

셀타비고와의 경기에서 프리킥 키커를 두고 마찰을 일으킨 이강인 사진=발렌시아CF 동영상 캡쳐
셀타비고와의 경기에서 프리킥 키커를 두고 마찰을 일으킨 이강인 사진=발렌시아CF 동영상 캡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강인은 2020년 9월 20일 셀타비고와의 경기에서 프리킥으로 인해 경기 중 언쟁을 벌였는데 그가 팀 동료들과 사이가 좋지 않고, 이는 감독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는 증거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발렌시아팬들 “다이아몬드를 놓쳤다”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이강인의 발렌시아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발렌시아팀 서포터즈의 의견은 어떨까? “이강인이 자존심이 강해서 팀 동료에게 좋은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린 한국 선수를 질투하는 감독과 선수들은 그를 기용하지 않고, 충분히 도와주지 않았다”는 의견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2년 6월까지 발렌시아와 계약을 맺은 이강인은 이번 2021~2022시즌에도 발렌시아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라리가 규정에 따라 FA가 되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

스페인 축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한 팀에 최대 25명의 선수가 있을 수 있고, 그중 비유럽 쿼터(non-EU) 선수는 3명을 계약할 수 있다. 그런데 발렌시아는 브라질 출신 마르쿠스 안드레를 영입하기 위해 이강인을 제외했고, 결국 이강인과의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종료했다. 그는 이렇게 2011년부터 10년간 이어왔던 발렌시아와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이강인의 이적을 마요르카 구단 관계자들이 축하하고 있다. 사진=레알 마요르카 공식 홈페이지
이강인의 이적을 마요르카 구단 관계자들이 축하하고 있다. 사진=레알 마요르카 공식 홈페이지

레알 마요르카는 지난 8월 30일 클럽 홈페이지에 “자유계약(FA) 신분인 이강인을 영입했다. 발렌시아에서 10년 이상을 함께 한 이강인은 마요르카와 2025년까지 4년 계약을 맺었다. 환영한다”며 이강인의 영입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한편, 발렌시아 팬들은 유망주였던 이강인을 이적료 한 푼 없이 FA로 내놓았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또한, 피터 림 구단주의 유소년 정책은 처참히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8000만 유로(약 1100억 원)의 바이아웃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강인을 놓친 발렌시아의 결정을 굉장히 부적절하다면서 ‘Diamante perdido(놓쳐버린 다이아몬드)’라고 일컬을 정도로 아쉬워하고 있다.

이강인이 이적한 레알 마요르카는 이번 시즌 1부 리그에 올라온 팀이다. 한국 선수로는 기성용이 잠시 머물렀던 클럽이기도 하며, 일본인 선수인 쿠보 타케후사가 임대로 활약하고 있는 곳이다.

이강인은 ‘아시아 축구의 보석’으로 불리며, 새로운 클럽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아시아 축구 스타 두 명을 품에 안은 레알 마요르카는 경기 시간을 스페인 현지 시간 오후 2시로 변경했는데, 이는 한국과 일본의 밤 9시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중계, 방송 광고가 구단 소득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아시아 시청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이 팀에서도 주전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침체기를 겪었던 이강인은 이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두 팔 벌려 그를 환영하는 마요르카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글쓴이

최지윤 칼럼니스트

최지윤 통신원은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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