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독점을 무너뜨릴 ‘궁극의 열쇠’는
[김정민의 친절한 IT 이야기]
[김정민 변호사] 가히 플랫폼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로 부조금을 송금하고, 세금도 내고, 생일선물도 한다. 술자리 후 귀갓길에 택시를 부를 때도, 대리운전을 부를 때도 카카오다. 직장에서도 카카오톡으로 업무지시가 일상화 되었다.
플랫폼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독점을 표방한다. 플랫폼이 여러 개가 된다는 것은 더 이상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포털사이트 경쟁이 치열했었다. Portal이란 말 그대로 관문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포털(또는 검색)사이트는 대부분 사라지고 네이버, 구글, 다음 정도만 남았다.
독점 플랫폼의 달콤한 유혹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시대에는 포털이 곧 플랫폼이었다. 2010년 모바일의 등장으로 웹(Web) 대신 앱(App)이 등장하면서 카카오가 급속도로 성장했다. 현재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되었다.
플랫폼의 등장과 성장으로 소비자의 삶은 편리해졌지만, 독점의 그늘은 어둡고 차갑다. 최근 택시를 탈때면 기사님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카카오가 이럴 줄은 몰랐다‘, ’카카오에 수수료를 주고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볼멘소리다. 그런데 다른 택시들도 전부 카카오를 하니, 나만 안하면 손님을 태울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다 문제가 터져버렸다. 정부가 플랫폼 규제에 시동을 걸었다.
달콤한 공짜 서비스로 유혹하여 사람들을 모아 독점화한 후, 유료서비스와 수수료를 점차 높여가는 전략, 인터넷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이 전형적으로 걸어가는 길이다. 이런 플랫폼기업의 독점에 대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최근 정부와 규제당국이 움직인 것이다.
규제는 크게 2가지 틀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하나는 공정위의 ‘경쟁저해(갑질 방지와 골목상권 침해)행위에 대한 제재’ 이슈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당국의 ‘플랫폼 내 금융상품 서비스를 금지’하는 이슈다. 플랫폼의 금융상품 중개 이슈는 앞으로 갑론을박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번에는 공정거래 이슈에 집중해서 보자.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가 당장은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오겠지만, 플랫폼의 특성상 이런 논란은 앞으로 계속 반복될 것이다. 정부당국은 규제 하고, 플랫폼기업은 규제을 교묘하게 피하며 이익을 극대화한다. 그러면 규제는 더 심해지는 식의 악순환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규제 외에 갑질을 방지하고, 독과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개념이 있고,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여러 가지로 그 지위를 남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제재하는 규정도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란 간단히 독과점사업자를 의미하는데 1개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이 50%이상이거나, 3개 이하의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이 75%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 이 기준을 단순히 적용하면, 카카오는 거의 모든 사업 분야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개념을 굳이 설명하는 이유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면 그 지위를 언제든지 남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을 일부 기업이 독식할 수 없도록 하는 것(경쟁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미 독과점 체제가 형성되었다면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카카오가 수많은 분야에서 점유율 90%이상이 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카카오톡의 독점 때문이었다. 카카오톡은 지난 2010년 등장한 모바일 메신저 앱이다. ‘무료 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1년 만에 가입자는 1천만 명을 넘겼다. 이동통신 3사는 문자메시지 요금을 지키기 위해 카카오톡과 싸웠지만, 카카오톡은 ‘보이스톡’ 서비스(무료통화)로 음성통화 영역까지 진출했다. 이때가 2012년이다.
카카오톡이 세간의 화제가 되자 1년 만에 네이버가 ‘라인’이라는 메신저 앱을 출시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었으므로 ‘라인’으로 갈아탈 수가 없었다. 현재는 SNS라고 불리는 당시 메신저 앱의 핵심은 ‘초기 고객확보’다. 이미 다른 앱에 유인된 고객은 다른 앱으로 유인하려니 쉽지가 않았다. 네이버 라인은 시선을 일본과 동남아로 돌렸고, 여러 국가의 국민 메신저가 되었다.
락인(Lock-in)을 푸는 열쇠
모두가 카카오톡을 사용하니 나도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 여기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소위 락인(Lock-in) 효과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없을까?
라인 가입자가 카카오톡 가입자나 텔레그램 가입자에게 문자, 이모티콘, 보이스톡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친구들이 카카오톡을 쓰더라도 나는 라인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친구들이 SKT를 쓴다고 나도 SKT를 써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들의 하나은행을 쓴다고 해서 나도 하나은행을 써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이점은 무엇일까?
고객이 마음대로 이동통신사를 고를 수 있는 것은 이동통신사간 ‘상호접속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SKT 고객이 KT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경우, SKT는 KT의 망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SKT는 KT에 망 사용 대가로 상호접속료를 지불해야 한다. 고객이 모르는 이런 시스템이 있기에 이동통신사가 다르더라도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고, 고객은 이동통신사 선택에 자유를 가지게 된다. 이를 크게 보면 시스템간 ‘연동’, 망간 ‘연동’이라고 할 수 있다.
‘메신저 App’도 연동시켜야
시장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은 바로 ‘연동’이다. 메신저 앱 간 연동이 되면, 고객은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락인(Lock-in)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연동’이다. 2019년까지는 은행 사이에 서로 연동이 되어 있지 않아, 고객은 스마트폰에 각종 은행 앱을 깔아야만 했다. 2020년 은행 간 연동이 마무리되고 어느 은행 앱을 쓰든지 고객은 모든 계좌를 하나의 앱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정부의 규제는 즉각적인 효과를 발생하고, 단기 처방으로는 제격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카카오의 독점은 앱 간의 연동으로 완화될 수 있다. 이런 바탕 위에 더 기발하고 더 좋은 서비스로 무장한 메신저 앱이 카카오의 아성을 무너트릴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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