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독일총리, 美 대중국 전선에 참여할까

새로운 총리 맞는 독일, 대외정책 숙제는

지난 9월 26일 총선에서 승리한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대표. 출처= www.dw.de
지난 9월 26일 총선에서 승리한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대표. 출처= www.dw.de

[최수정 칼럼니스트] 독일 총선 사민당, 기민련에 근소한 차로 승리

지난 9월 26일 독일 총선이 치러졌고 사회민주당(SPD)이 기존 다수당인 기민련(CSU/CDU)을 1.8%P 차인 25.9%로 박빙의 승리를 했다. 독일 의회 정치에서는 50% 이상의 과반지지율이 받는 정당이 여당이 되게 되어 있다. 지금의 대연정(기민련과 사민당)을 통한 양당의 동거가 가능했던 이유도 이런 과반의석 구성 때문이다.

독일 총선 결과. 출처= 연합뉴스
독일 총선 결과. 출처= 연합뉴스

이번 총선 결과 사민당이 기민련을 압도적으로 이긴 것도 아니고 양당의 득표율이 50%를 넘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부구성이 시간을 두고 정당간 협상을 통해 이루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어느 당이 다수당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총리도 결정되게 될 것이기에 지금의 사민당 대표로 출마한 올라프 숄츠(Olaf Scholz)가 반드시 총리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사민당이 여당으로 참여할 경우 국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당의 총리후보자가 총리가 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독일 정부구성, ‘신호등연정’으로 가나?

그럼에도 기민련의 총리후보자인 아민 라셰트(Armin Laschet)는 기민련이 다수당을 구성할 가능성도 여전히 충분하기 때문에 누가 총리가 될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민당과 기민련의 대연정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고 또는 대연정 전제 하에 녹색당 (Green)또는 자민당(FDP)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총선 전부터 주장한 자메이카연정(기민련-녹색당-자민당)을 추구할 수도 있다. 사민당이 현재 우선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신호등연정(사민당-녹색당-자민당)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기민련에게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연립정부 구성의 칼자루를 쥔 것은 녹색당과 자민당이다. 녹색당은 진보적 친환경정책 중심의 정당이고, 자민당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자율성과 규제완화를 보다 강조하는 보수적 성향의 정당이다. 녹색당은 기후변화에 대한 진보정책의 정책화가 협상의 관건이며, 자민당은 법인세를 포함한 세금인상 반대가 핵심관건이다. 녹색당은 정치기본이 사민당과 유사한 진보적 색채가 강하고, 자민당은 기민련과 함께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다만 이번 총선 후 녹색당과 자민당은 친환경정책과 투자활성화에 서로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한 상황이다.

지금으로는 가장 명확한 것은 사민당이 집권여당으로 참여할 의사를 매우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민당이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는 신호등연합이다. 만약 이것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독일 차기 정부 구성은 한동안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 정당이 정부여당을 구성한다는 것은 독일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비상식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독일 총선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독일이라는 나라가 국제적으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일 수도 있으나 그것보다는 독일 총선이 아시아에 미치는 전략적 변화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새 총리, 코로나후 인플레 대응에 큰 부담

최근 국제정세는 동아시아의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그 영향이 유럽에까지 다방면에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난 9월 15일 발표된 ‘미국, 영국, 호주간 동맹결성(AUKUS)’의 파장이 EU주요 회원국인 프랑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와 호주간 잠수함 군비수출 계약 파기라는 양자적 문제를 두고 모든 것이 깊이 상호의존적인 EU 핵심 회원국인 독일로서도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프간 철군 시 겪어야 했던 일방적 미국 주도의 정책결정과 대중국 압박에 대한 참여독려에 대해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의 대응으로 전세계가 너도나도 할 것없이 사용했던 정부지출확대정책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인플레이션지수가 4.1%로 치솟았다고 한다. 독일 경제 뿐만 아니라 스페인(4%), 이탈리아(3%), 프랑스(2.7%) 등 주요 EU 회원국들은 모두 인플레이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움직이지 않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을 새로운 총리는 대미 전략과 동아시아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퇴임을 앞둔 메르켈 총리는 미국의 급작스러운 ‘오커스’ 결성에 대해 직접적인 말을 아꼈다. 프랑스는 직접적인 이해당사국인지라 독자적인 입장 표명 외 EU를 통한 EU군 창설 등을 언급하며 동맹국에 대한 배신행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 새로 임명될 독일 총리는 사실상 EU의 리더국으로서 미국과 영국이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대서양 관계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

미국은 빠르고 실질적인 대중국 견제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우호관계를 재편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EU에서 탈퇴한 영국이 독자적인 국제적 위상을 찾기 위해 동북아 정세에 깊이 개입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독일과 프랑스가 버티고 있는 EU에 새로운 비교대상이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카네기유럽지부에 따르면 EU군의 창설 이전에 러시아의 영향력으로부터 유럽을 지키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우산 정책과 맞물린 독일 공군 현대화 문제 등 드러나지 않은 안보 주제들이 미국과 독일 간에 산재한 것으로 언급된다. 이 모든 것은 새로운 총리 몫으로 남았다.

게다가 메르켈 총리의 대중국 유화노선을 유지할 지 여부도 중요한 문제다.

독일상공회의소(AHK)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중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은 5천 개 이상으로 발표되고 있다. 이것은 메르켈 총리가 유럽의 가장 대표적인 친중국 노선을 보여왔던 성과 때문인지도 모른다. 독일이 보편적 인권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탄압에 대해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응조치를 하지 않고 늘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바로 자국 경제의 타격을 우려한 것이다.

중국은 새로운 독일 총리도 메르켈 총리와 같은 유화적 노선을 취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지속적으로 취해온 메르켈의 친중국 노선은 양자적 측면의 이익은 증대시켰을지 모르나 EU 대중국 전략의 분열에 가장 근본적 원인을 제공해왔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독일, 미국의 대중국 전선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 적어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와 기민련의 아민 라셰트, 모두 대중국 정책에 있어 ‘현상유지(status quo)’파이다. 숄츠는 사민당 출신의 현정부 부총리겸 재무부장관을 지낸 탓에 메르켈 총리의 정치노선에 대한 이해와 실용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다만 연립정부가 구성되면 제2정당인 녹색당에서 외교부 장관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아 차기 외교장관의 노선이 친중국적일 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문제는 독일의 중국의존도는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현주소이고 이것은 독일 경제성장의 독특한 취약성이라고 봐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럽의 허와 실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풍경이다. 모든 것이 한 템포 느리다고 보면 맞는 유럽방식은 늘 안정성을 장점으로 부각시켜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그러한 생활이 안정적인 것이 아니라 무책임하고 나태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품게 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위기대응 능력이 뛰어난 국가이다. 새로운 총리를 중심으로 EU와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국가로 국제사회를 이끌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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