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당근마켓 ‘왈라팝’...네이버는 뭘 보았나

[최지윤의 스페인 스토리] 오프라인 쇼핑광(狂) 스페인 사람들의 변화 ‘지속가능 친환경’ 관심...중고 온라인 마켓 ‘붐’ 스페인 MZ세대의 ‘레트로 감성’ 멋부리기

스페인 최대 중고마켓 플랫폼 왈라팝(Wallapop). 사진=pickool.net
스페인 최대 중고마켓 플랫폼 왈라팝(Wallapop). 사진=pickool.net

[최지윤 스페인 통신원] 최근 한국에서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당근마켓은 귀여운 당근 로고를 내세워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1일 1당근”, “혹시, 당근이세요?”, “당근합니다”와 같은 유행어까지 등장할 정도라고 한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직거래 마켓’을 줄인 것인데,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고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스페인판 당근마켓 ‘왈라팝’ 인기몰이

중고거래 플랫폼이 비단 한국에서만 인기를 얻고 있는 건 아니다. ‘스페인의 당근마켓’인 왈라팝(Wallapop)의 인기 역시 대단하다. 왈라팝에서는 의류, 가전기기, 전자제품 등 개인 간의 중고물품 거래가 주를 이루지만, 부동산과 자동차도 거래할 수 있다.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현지에서 유명하다.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설립된 왈라팝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스페인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고 한다. 이제는 여러 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스페인 국내에서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팬데믹 이후 급성장했다.

왈라팝의 사용자는 2021년 상반기 기준 1,500만명이 넘었는데, 이는 스페인 전체 중고거래 플랫폼 사용자의 6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CEO 롭 캐시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2020년에 전년 대비 50%이상 이익이 증가했고, 사용자 수도 급증했다. 사람들은 필요하지 않은 것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왈라팝은 처음에 ‘플렙스터(Fleapster)’라는 이름이었지만, 설립자는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로드쇼를 진행하면서 이름이 마케팅적인 면에서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부르기 쉽고, 신선한 어감을 가진 단어를 찾다가 결국 왈라팝으로 회사명을 변경하게 되었다.

왈라팝 이용해보니...바코드 이용 “거래 안전”

필자 역시 왈라팝을 이용해 물건을 판매해 본 경험이 있다. 오랫동안 입지 않은 의류나 액세서리를 판매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면, 물건에 관심 있는 사람이 제품에 대해 물어보거나 가격 흥정을 한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같은 지역에 거주하면 직거래를 할 수 있지만, 대체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왈라팝은 판매자에게 고유 바코드를 부여한다. 판매자는 물건을 포장해서 우체국으로 가지고 간다. 왈라팝에서 받은 바코드를 우체국 직원이 스캔하면 판매자와 구매자의 주소가 적힌 운송장이 프린트되며 직원은 소포 위에 붙인다. 소포의 운송 과정은 앱으로 확인 가능하며, 구매자가 물품을 수령하면 일정 시간 후에 판매 금액이 판매자의 계정에 입금된다. 모든 과정이 매우 쉽고 간편해 경쟁사의 플랫폼보다 사용하기 훨씬 수월했다.

왈라팝 앱의 메인 화면(왼쪽). 물건을 보내고 나면 운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오른쪽). 사진=wallapop
왈라팝 앱의 메인 화면(왼쪽). 물건을 보내고 나면 운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오른쪽). 사진=wallapop

네이버도 투자 단행...”유럽시장 교두보”

유럽 시장 진출을 늘 염두에 두었던 한국의 네이버는 왈라팝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지난 2월 프랑스 전 문화부 장관 플뢰르 펠르랭이 설립한 코렐리아 캐피탈(Korelya Capital)을 통해 왈라팝에 1,550억원(약 1억 1,500만 유로)을 투자한 것이 스페인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는 2016년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 투자를 선언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새로운 의지와 함께 C2C 및 재판매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특히 젊은 밀레니얼과 Z세대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는 “우리는 왈라팝의 소비 철학에 동의하고, 우리 기술로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장기적인 글로벌 가능성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네이버를 전자상거래와 앱 분야의 강자로 소개했다. 또한, 왈라팝이 네이버의 발전된 역량을 활용하고, 네이버는 왈라팝을 통해 유럽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얘기도 전했다. 네이버는 알다시피 한국 최대의 검색 포털 사이트이자 스마트 스토어 등의 커머스 시장을 구축한 회사다. 국내와 아시아에 한정된 시장을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유럽에는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이 많은데 네이버는 왜 중고거래 플랫폼인 왈라팝을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여긴 것일까. 결정적인 이유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에다 ‘지속가능한’ 소비 성향도

한국이나 스페인 모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례 없는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은 또 다른 기회가 되어 찾아왔다. 중고 시장은 아주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코로나 대유행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예전과 다르게 2030세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사용한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팬데믹 동안 사람들은 오프라인 상점보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쇼핑하는 것을 더 많이 접하게 되었고,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게 되었다. 또한, 새로운 물건을 사고 싶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뜻 큰 지출을 하기가 어려워 합리적인 소비가 불가피해졌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치 않은 스페인 사람들도 오프라인 매장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의류 소비에서 스페인 사람들이 ‘지속 가능한 친환경 의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왈라팝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의 성장에 또다른 배경이 됐다. MZ세대는 중고 시장을 이용한 빈티지 의류를 찾기 시작햇고, 이는 곧바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판매하지 않는 오래된 제품의 구매가 가능하고,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이들 MZ세대를 중고 시장으로 불러온 동력이었다.

세계적 브랜드 ‘자라’, 지속가능 친환경에 동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페인의 대표 패션 브랜드 ‘자라’를 비롯한 많은 SPA 브랜드는 최신 유행을 모방한, ‘한 철 입기’에 적당한 저렴한 옷을 우후죽순으로 만들어내며 트렌드를 주도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이 이같은 생산 방침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는데다 소비자들 역시 지속 가능한 의류를 구입하겠다며 동조하자, SPA브랜드들이 재활용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재생 울 30%이상, 재생 폴리에스터10% 이상, 재생 아크릴과 재생 폴리아미드를 사용해 만든 자라(Zara) '조인 라이프' 라인의 환경친화 울코트. 사진=Zara Korea
재생 울 30%이상, 재생 폴리에스터10% 이상, 재생 아크릴과 재생 폴리아미드를 사용해 만든 자라(Zara) ‘조인 라이프’ 라인의 환경친화 울코트. 사진=Zara Korea

자라는 의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 중이며, 추후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 중 자라의 ‘조인 라이프(Join life)’ 라인은 재생 폴리에스터, 유기농 면 등 환경친화적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2021년 현재 자라 전체 제품 매출의 35%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자라는 2022년에는 조인 라이프 라인 제품의 비중을 50%까지 늘리고, 2040년까지 배출하는 모든 것을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거나 환경에 더 효율적인 자원을 활용한다는 ‘순 배출 0%’를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코로나19는 짧은 기간 동안 우리 삶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위기로 사회 패러다임 역시 급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코로나를 통해 가속화되고 있으며, 비대면, AI 기술이 상용화되었다. 라이프스타일 역시 이에 맞춰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MZ세대가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의류, 중고 거래의 유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왈라팝 투자도 이런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빅테크 규제로 잠시 약세를 보였던 네이버. 올해 3분기 매출 1조 7273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소식이 한국으로부터 들려왔다. 한국에서 수년간 축적한 기술을 내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네이버의 행보를 스페인 사람들도 눈여겨보고 있다.

글쓴이

최지윤 칼럼니스트

최지윤 통신원은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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