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가서 현지인처럼 음식 시키려면?

[최지윤의 스페인 이야기] 한국 관광객 붐비는 스페인 음식 제대로 시키는 노하우 식후 커피를 꼭 시켜야하는 까닭은

빵 위에 재료를 올려 간편하게 먹는 타파스. 지역마다, 음식점마다 고유의 타파스가 있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사진=aspic.edu.mx
빵 위에 재료를 올려 간편하게 먹는 타파스. 지역마다, 음식점마다 고유의 타파스가 있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사진=aspic.edu.mx

여행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현지 음식을 즐기는 것이다. 음식에는 각 지역의 문화와 정서, 사회의 특성이 녹아있기 때문에 음식을 맛보는 것은 여행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여행을 다녀오면 먹었던 음식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그곳을 추억하곤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스페인은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모처럼 시간과 돈을 들여 스페인에 오는 여행자들이 정통 스페인 음식을 접하면 이 나라를 더 가까이 느끼고,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페인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자.

또르띠야가 계란말이 라고?

아침 식사, 간식으로 인기 만점인 국민 음식 또르띠야 데 파타타. 흡사 계란말이 같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탕수육 ‘찍먹 vs 부먹’이라는 논쟁이 있는 것처럼 스페인에는 또르띠야에 양파를 넣느냐 마느냐 하는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abc.es
아침 식사, 간식으로 인기 만점인 국민 음식 또르띠야 데 파타타. 흡사 계란말이 같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탕수육 ‘찍먹 vs 부먹’이라는 논쟁이 있는 것처럼 스페인에는 또르띠야에 양파를 넣느냐 마느냐 하는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abc.es

스페인에는 발에 차일 정도로 카페가 많다. 어느 카페든 갓 짜낸 오렌지 주스와 커피, 올리브 오일 혹은 으깬 토마토와 함께 건강한 토스트, 혹은 또르띠야 데 파타타(Tortilla de patata)나 추로스(Churros), 크루아상을 아침 식사로 제공한다. 중남미에서 또르띠야는 타코(tacos)를 싸 먹는 옥수수나 밀가루를 반죽하여 만든 것을 뜻하는데 스페인에서의 또르띠야는 ‘계란으로 만든 오믈렛’이다. 파타타(patata)는 감자라는 뜻으로, ’또르띠야 데 파타타’는 말 그대로 계란과 감자를 넣어 만든 스페인식 오믈렛이다.

이렇게 비교적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스페인 사람들은 오후 2시경에 점심을 먹는다. 많은 식당에서는 점심때 ‘메누 델 디아(menú del día)’라는 정식 메뉴를 선보인다. 보통 첫 번째 요리(primer plato), 두 번째 요리(segundo plato), 후식(postre)으로 구성된 ‘메누 델 디아’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 직장인들은 물론,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정식이라고 딱 한 가지 메뉴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선택지가 있다. 관광객에게 특히 잘 알려진 파에야(paella) 종류의 쌀 요리와 콩, 소시지 등을 넣고 끓인 파바다(Fabada) 같은 걸쭉한 스튜는 무거운 음식으로 간주되어 주로 점심때 먹는다. 메누 델 디아에서는 밥을 1인으로 주문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2인 이상 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점심 정식 ‘메누 델 디아’ 주문하는 법

파에야는 프라이팬에 고기, 해산물, 채소를 넣고 볶은 후 물을 부어 끓이다가 쌀을 넣어 익힌 스페인의 전통 쌀요리다. 한국에서 파에야에 해산물을 넣어 만든다고 많이들 생각한다. 그러나 오리지널 파에야는 토끼고기나 닭고기가 주재료이다. 오래전, 발렌시아에서 시골 농부들이 야채와 고기를 넣어 만든 데에서 유래된 정통 파에야에는 토끼고기, 큰 콩, 달팽이가 들어 있다. 밥 요리 전문점에 가면 먹물 밥인 아로스 네그로(arroz negro), 국물이 자작하게 깔린 아로스 멜로소(arroz meloso) 등 다양한 종류의 밥 요리를 찾을 수 있어 여행 중 밀가루 음식에 지친 한국인들의 위를 달래기 제격이다.

오리지널 파에야인 파에야 발렌시아나(Paella Valenciana). 해물 파에야도 맛있지만, 스페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적인 정통 파에야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사진=cuidateplus.marca.com
오리지널 파에야인 파에야 발렌시아나(Paella Valenciana). 해물 파에야도 맛있지만, 스페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적인 정통 파에야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사진=cuidateplus.marca.com

스페인에서 파에야를 만들 때는 큰 팬에 쌀을 얇게 깔아서 만든다. 한국에서 볶음밥이나 돌솥밥의 아랫부분에 눌어붙은 밥을 긁어먹는 게 별미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스페인에서도 파에야를 만들고 나서 밥이 눌은 부분을 ‘소카랏(Soccarat)’이라고 부른다. 소카랏은 양념이 잘 배어 있고 고소한 맛이 나서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파에야를 먹을 때 웨이터가 숟가락을 주지 않는다고 당황하지 말자. 현지인들은 밥 요리를 먹을 때 숟가락 대신 포크를 사용하여 먹는다.

한국의 무료안주 같은 ‘타파스’ 골라먹기

스페인은 세계에서 저녁 식사를 가장 늦게 하는 나라 중 한 곳인 만큼 저녁 먹기 전인 오후 5~7시경에 간단히 메리엔다(간식)를 하며 요기를 한다. 저녁 9시가 넘으면 그제야 식당이나 바에 가서 저녁 식사를 한다. 식당에 갈 수도 있지만, 스페인 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엿보기 위해서는 타파스 음식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타파스란 ‘뚜껑(tapa)’을 뜻하는 스페인어 단어이다. 한국 식당이나 술집에서 나오는 무료 반찬, 안주인 셈이다. 그 유래는 명확하지 않지만,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왕이었던 알폰소 13세가 안달루시아의 카디스 지역을 방문했을 때 와인을 주문했는데 바람이 너무 강해 그 위에 모래와 벌레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작은 하몬 조각을 잔 윗부분에 뚜껑처럼 올려 두었고 이것이 타파스의 유래로 전해지고 있다.

타파스 바(bar)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선술집이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편하게 삶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진정한 스페인의 정서와 분위기를 가감 없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마드리드나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는 맥주나 와인 한 잔을 주문하면 한 종류의 타파스를 안주처럼 제공한다. 잔을 비우고, 다음 잔을 주문하면 또 다른 타파스가 나온다. 타파스는 한 입 거리의 음식이지만, 술과 함께 이렇게 먹다 보면 배가 부르기 마련이라 외식 물가가 비싼 스페인에서는 타파스로 저녁을 해결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스페인 내전 동안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국민들은 저렴한 타파스를 즐겼고, 이때 타파스 문화는 더 널리 퍼졌다.

미식의 도시로 유명한 산세바스티안에서는 미슐랭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핀초가 아주 유명하다. 아예 핀초 바로 가득한 거리가 있어서 전문적으로 미식 투어를 하는 여행객도 아주 많다. 사진=cntraveller.com
미식의 도시로 유명한 산세바스티안에서는 미슐랭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핀초가 아주 유명하다. 아예 핀초 바로 가득한 거리가 있어서 전문적으로 미식 투어를 하는 여행객도 아주 많다. 사진=cntraveller.com

타파스 바에 양이 적은 타파스만 있는 건 아니다. 일반 식당의 단품 요리 사이즈인 ‘우나 라시온(Una ración, 1인분)’ 혹은 ‘메디아 라시온(media ración, 1/2인분)’이 따로 메뉴판에 마련되어 있어 양이 부족하면 더 주문해도 된다. 한국에서 술 마실 때 1차, 2차를 가듯 스페인 사람들도 여러 타파스 바를 옮겨 다니며 즐긴다. 스페인 북부 지역에는 타파스와 아주 비슷한 개념의 ‘핀초(Pinchos)’가 있다. 핀초는 타파스와 같은 콘셉트의 요리인데 음식을 고정하기 위해 이쑤시개같은 나무 꼬치를 꽂아 놓은 음식이다. 이는 무료로 제공되지 않기에 제값을 내고 먹어야 한다는 차이도 있다.

식당에서 수돗물 먹지 않으려면

조용한 곳에서 편하게 먹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행복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스페인에는 식당이 엄청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식당을 예약하는 게 보편화되고 있는데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는 식당 예약은 필수다. 앱이나 식당 사이트를 통해 예약받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고, 아이가 있거나 특별한 기념일인 경우, 요청 사항에 해당 내용을 기입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여름철 테라스 좌석은 인기가 많으니 반드시 예약하는 게 좋다. 스페인에서 예약하지 않고 웨이팅 후 입장하는 식당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예약 후 식당에 가면, 직원을 따라 안내받은 자리에 앉게 된다. 혹시 선호하는 다른 자리가 있다면 정중히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착석하고 나서 메뉴를 고르는 동안 가볍게 목을 축일 것을 주문한다. 보통 물, 탄산수, 맥주, 콜라를 주문하고, 나중에 음식을 주문할 때 곁들일 와인도 주문한다. 물을 주문할 때, “Un vaso de agua, por favor.(물 한 잔 주세요)”라고 하면 수돗물을 주고, “Una botella de agua, por favor. (물 한 병 주세요)”라고 하면 생수를 가져다준다.

음식을 주문할 때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해서 딱 한 가지 음식을 주문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두 명이 식사한다면, 첫 번째 요리(primer plato)를 하나 주문하여 나누어 먹고, 각자 먹을 두 번째 요리(segundo)를 선택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는 푸에라 데 까르따(fuera de carta)를 알려준다. ‘메뉴 외의 음식’이라는 뜻으로, 그 계절에만 나는 제철 요리나 싱싱한 해산물 요리인 경우가 많다.

한국인 기호에 잘 맞는 스페인 식당

웨이터를 부를 때는 웬만하면 소리 내어 부르지 않고 눈을 맞춘다. 힘들게 웨이터를 불러도 바로 오지 않는다. 내 주문만 늦게 받는 것 같고 혹시 인종차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여유를 소중히 여기는 스페인에서는 아주 일반적인 일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식사를 마치고 커피나 디저트(postres)를 먹지 않고 바로 계산서를 요청하는 것은 음식이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었다는 뜻으로 비쳐진다. 디저트를 못 먹을 정도로 배가 부르더라도 커피 한 잔은 꼭 주문해서 마시자. 커피도 안 마시고 나가면 마치 식사를 중간에 멈추고 나가는 것과 같다.

디저트와 커피를 같이 주문하면 대부분 디저트가 먼저 나오고, 반쯤 먹고 있을 때 커피를 나온다. 스페인에서 디저트는 포크 대신 숟가락으로 먹는 게 정석이다. 물을 포함한 모든 음료는 잔이 넘치도록 따르지 않고 반 정도만 따라 놓는다. 사진=최지윤
디저트와 커피를 같이 주문하면 대부분 디저트가 먼저 나오고, 반쯤 먹고 있을 때 커피를 나온다. 스페인에서 디저트는 포크 대신 숟가락으로 먹는 게 정석이다. 물을 포함한 모든 음료는 잔이 넘치도록 따르지 않고 반 정도만 따라 놓는다. 사진=최지윤

외국인의 관점에서 스페인의 식문화를 유심히 보면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부분을 제법 많이 발견하게 된다. 한국과 비슷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스페인 음식은 유럽 음식 중에서도 특히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빵이 주식인데도 쌀 요리가 이렇게 보편적인 유럽 국가는 스페인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뿐만 아니라, 술을 마실 때 먹음직스러운 안주와 함께 하는 우리 민족에게 타파스 문화는 참 잘 어울린다. 주머니 사정에 구애받지 않는 타파스바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면 우리네 포장마차가 떠오른다. 서민의 애환을 함께하는 그런 정겨운 곳이라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한국 여행자들은 부디 다양한 매력을 지닌 스페인 식문화를 두루 경험하시길.

글쓴이

최지윤 칼럼니스트

최지윤 칼럼니스트는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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