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뉴딜펀드, ‘지평선의 저주’냐 ‘매자닌의 마법’이냐
[박상훈의 펀드 톺아보기] 오늘부터 800억원규모로 일반인 모집하는데 매자닌 투자 특유의 고수익 ‘매력’ 정권말 관제펀드 약점도
[박상훈 지속가능한 가정경제 연구소장] ] 평소엔 조용한 과학자, 분노가 폭발하면 엄청난 괴력의 사나이로 변신하는 영화 캐릭터 헐크가 있지요. 평소엔 큰 변동 없이 움크리고 있던 채권이 금융시장의 관심이 뜨거워질 땐 주식으로 변신해 수익을 안겨주는 ‘메자닌’상품이 있습니다. 이는 3억원 이상의 투자자만 모집하는 사모(私募)펀드로 부자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이러한 메자닌에 집중 투자하는 ‘국민참여 뉴딜펀드’가 출시돼 일반인들이 최소 100만원부터 가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늘(11월 29일)부터 12월 10일까지 2주간 800억 원 규모로 선착순 판매됩니다. 총 1천억 원 규모로 조성되는 펀드로, 정부가 200억원을 후순위로 출자하면서 20%까지 손실을 보전해줘 ‘사실상 원금보장’ 이라는 입소문이 돌기도 했지요. 이 펀드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0년 7월에 밝힌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속하는 ‘정책형 펀드’입니다. 지난 3월에 1차로 진행된 이후 이번 모집이 2차인데,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현 정부로서 마지막 펀드 출시입니다.
구조적인 성장테마인 ‘디지털전환 & 친환경’
‘지평선의 저주’ 라는 말이 있지요. 정권이 바뀌면 추진하던 정책들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과거 녹색성장펀드(이명박 정부)나 통일펀드(박근혜 정부)와 같은 ‘관제 펀드’가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뉴딜펀드가 육성하고자 하는 디지털전환, 그린(친환경)산업은 전 세계적인 관심 속에 질적, 양적으로 확대되는 ‘구조적인 성장테마’ 라는 면에서 예전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으로 각 국의 정책과 함께 산업의 생태계는 빠르게 변모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R&D) 기술력과 특허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야하는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기도 합니다.
지난 3월의 1차 모집은 일주일 만에 ‘조기 완판’ 되었지만, 2차 모집은 국민들의 반응이 어떨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정권 말기라는 부담감과 함께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가 1차 펀드의 미진한 수익률입니다. 4월 16일 펀드운용이 시작된 이후 7개월이 지난 지금 수익은 1~2% 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최근 핫한 전기차, 2차전지, 메타버스 등 성장테마 주식의 높은 수익률에 비하면 너무 낮은 편이지요. 하지만, 이는 주요 투자 대상인 ‘메자닌’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4년의 펀드 운용기간이 종료될 때 투자된 자금이 회수되면서 수익이 확정되기 때문입니다.

주식으로 바뀔 기회를 기다리는 채권 ‘메자닌’
메자닌(mezzanine)은 ‘1층과 2층의 사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주식과 채권의 경계에 있는 자산을 말합니다.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는 메자닌 자산에 높은 비중을 투자합니다. 1차로 출시된 펀드의 경우 현재 72% 이상 투자되고 있습니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가 여기에 속합니다. 메자닌 투자자는 평소에는 채권으로 보유하다가 주가가 하락할 경우 미리 약정한 낮은 가격의 주식으로 교환하게 됩니다. 가령 주당 10만원인 주식이 하락해서 7만원이 되었다가 한참 후 다시 10만원이 된다면 주식투자자는 본전이 돼서 수익률이 0%지만, 메자닌 투자자는 7만원으로 떨어진 시점에 ‘전환권리’ 를 행사해 주식으로 보유하다가 10만원이 된다면 43%의 수익을 얻게 됩니다.
어찌보면 기업보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구조인 메자닌은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서 자금조달하기 어려운 벤처기업이나 중소·중견기업이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권인 회사채를 발행하고 싶어도 신용도가 낮을수록 채권의 표면금리가 높아서 채권투자자에게 높은 이자를 줘야하고, 이는 회사의 재무적인 부담(이자비용)이 되기도 합니다. 높은 이자를 주기엔 당장 부담스럽지만 사업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 회사는 메자닌을 자금조달의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채권의 이자를 적게 주는 대신 나중에 사업이 잘 될 때는 주식으로 바꿔준다는 약속을 합니다. 투자자는 위험을 부담한 대가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총 800억원에 참여하는 투자자에 ‘두 가지 안전망’
변이바이러스의 확산과 경기 둔화로 인해 글로벌 주식시장의 하락을 걱정하는 분들에게는 약간의 안정장치가 있습니다. 구조적인 성장테마로 유망한 중견·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면서도 정부가 주축이 돼서 운용사와 함께 마이너스 21.5%까지는 손실을 보전해줍니다. 왜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펀드가입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주느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손실만 보전해주는 것이 아닌 이익도 회수해 갑니다. 원금의 20%를 넘는 수익이 날 경우 후순위출자자인 정부와 자산운용사는 60%를 가져갑니다(정부 7, 운용사 3).
정부 입장에서야 신성장산업을 육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던 출자금과 수익을 국고로 귀속하겠지만, 펀드를 운용한 회사는 20%를 넘어가는 수익에 대해서 18%를 성과금으로 가져갑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성장성이 있는 좋은 회사인지 옥석을 가린다는 것이지요. 펀드에 투자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가 마련해준 손실보전의 장점과 운용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되는 2가지 안전망에서 4년을 기다리게 됩니다. 원금에서 수익이 나는 20%까지는 그대로 이익을 향유하고, 20%를 넘는 수익부터는 40%를 얻게 됩니다. 예를 들어 4년 뒤 펀드의 전체 자산에서 30% 수익이 나면, 일반 투자자는 24%의 수익을 얻는 것입니다. (20% + 초과 10%P 중 4%P)

유의할 점은 4년 동안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펀드’로 돈이 묶인다는 것입니다. 묶이는 단점이 ‘묵히는 장맛’으로 쏠쏠한 수익이 될 지 지켜볼 일입니다. 정책형 펀드에 대해 야당의 반대가 있든, 내년 3월 대선에서 어느 진영의 정부가 출범하든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200억 펀드출자는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디지털전환과 전세계 친환경 산업의 흐름 속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