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와인생산국 스페인...와인 맛은 어떨까

[최지윤의 스페인 스토리] 세계 3대 생산국 스페인 와인산업 이야기 현지에서 추천하는 와인 리스트는 무엇?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인 바야돌리드에 위치한 보데가 아르수아가(Arzuaga).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하면 투어와 시음이 가능하다. 모든 보데가가 방문 가능한 건 아닌 만큼 방문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사진=최지윤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인 바야돌리드에 위치한 보데가 아르수아가(Arzuaga).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하면 투어와 시음이 가능하다. 모든 보데가가 방문 가능한 건 아닌 만큼 방문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사진=최지윤

언제부턴가 한국 드라마를 보면 와인을 즐기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볼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임과 외식이 크게 줄어든 요즘, 집에서 술을 소비하는 ‘홈술’, ‘혼술’ 트렌드가 확산됐다. 덩달아 와인의 인기도 높아지는 모양이다.

한국 관세청이 발표한 주류 수입 통계를 살짝 봤더니, 한국이 올해 상반기 수입한 주류는 전년보다 8.2% 늘었다. 그중 와인 수입 증가가 폭발적이다. 1~7월까지의 와인 수입액이 역대 최대인 작년 연간 수입액에 근접했다한다. 와인이 맥주를 제치고 수입 주류 1위를 확고히 했다.

한국 관세청이 지난 8월말 발표한 주류 수입 통계. 작년부터 와인은 맥주 수입량을 추월했으며, 와인 수입액은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출처=관세청
한국 관세청이 지난 8월말 발표한 주류 수입 통계. 작년부터 와인은 맥주 수입량을 추월했으며, 와인 수입액은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출처=관세청

한국, 가장 매력적 시장?

와인 업계의 동향을 조사하는 기관인 와인인텔리전스의 보고서는 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이 올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 2위’에 올랐다는 평가다. 50개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와인 시장을 분석했는데, 전 해에 8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2020년 2위로 급상승했고 올해도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진짜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의 와인시장 성장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한국의 와인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와인 중에서도 레드와인(65.6%)을 가장 선호하고 이어 화이트와인(17.8%), 스파클링와인(14.4%)을 좋아한다. 수입하는 나라중에서 스페인은 7.6%를 차지, 상위 5개국인 프랑스(31.2%), 미국(16.7%), 이탈리아(15.6%), 칠레(14.2%)에 이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오늘은 스페인 와인에 대한 이야기다.

국제와인기구(OIV)가 발표한 세계 와인 생산량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한 국가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순이고, 생산 면적에서는 스페인이 세계 1위라고 한다. 이 세 국가는 EU 전체 와인의 78%를 생산하며,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한국에 수입되는 와인 중 스페인 와인은 10%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한국에서 수입 와인 전문점이나 백화점 와인 코너에 가봐도 스페인 와인의 수는 현저히 적었다. 수입 프로세스나 관세, 주류세 등의 문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까다로운 것일까?

스페인 최고등급 와인?

필자는 스페인 현지 거주 전에는 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었다. 현지인과 어울리게 되면서 차츰 와인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스페인 식당에서는 음식 메뉴만큼 중요한 게 와인을 고르는 일이다. 식당에 가면 두꺼운 와인 메뉴를 따로 받는데, 지역 혹은 포도 품종에 따라 와인이 쫙 분류되어 있다. 포도 종류, 만든 연도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와인을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음식과 곁들여 먹는 재미는 상상 이상이다. 식전주,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까바(스페인 샴페인), 식후의 디저트 와인까지. 이를 제외하고는 스페인 미식을 논하지 못할 정도로 와인은 스페인 사람의 삶에 녹아있다.

스페인 백화점 '엘 꼬르떼 잉글레스' 매장에 생산지별로 진열된 와인의 모습. 사진=최지윤
스페인 백화점 ‘엘 꼬르떼 잉글레스’ 매장에 생산지별로 진열된 와인의 모습. 사진=최지윤

이렇게까지 된데는 스페인 와인에 대한 높은 신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와인 관리 시스템은 ‘DOP(원산지보호명칭)’라 부르고, 프랑스의 AOC, 이탈리아의 DOC처럼 등급을 매겨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먼저 가장 높은 등급은 DOCa로 스페인 내 최고 와인 등급으로, 현재 ‘리오하(Rioja)’와 ‘프리오랏’ 두 지역만 이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와 같은 유명 지역의 와인 역시 이 등급을 받기 충분한 자격을 지니고 있지만, 등급 취득을 하지 않고 있다.

다음은 DO 등급으로, 이곳에 속한 와인은 스페인 내에서 높은 명성을 얻고 있으며 DOCa에 준하는 질을 자랑한다. 또한 와인의 숙성 기간에 따라 ‘호벤’, ‘크리안사’, ‘레세르바’, ‘그란 레세르바’ 네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숙성 기간이 길수록 가격이 더 높다.

보통 스페인에서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은 강을 끼고 발달해 있다. 스페인 중북부에 위치한 에브로강은 스페인에서 가장 유량이 많은 강으로, 앞서 언급한 ‘리오하’ 와인의 생산지이다. 에브로강의 지류인 오하(Oja)와 강(스페인어로 Rio)이라는 단어를 가져와 이름이 리오하(Rioja)가 되었다. 이 지역은 강수량이 적은 편이고, 좋은 채광과 토양 덕분에 포도나무를 키우기에 최적의 조건이라 한다. 또한 높은 칸타브리아 산맥은 바다의 습한 기운을 차단해 완벽한 지중해성 기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간략하게 소개된 스페인의 와인 지도. 중북부의 리베라 델 두에로, 북쪽의 리오하 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지역에는 에브로강과 두에로강이 흐른다. 사진=catasdetrabajo.wordpress.com
간략하게 소개된 스페인의 와인 지도. 중북부의 리베라 델 두에로, 북쪽의 리오하 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지역에는 에브로강과 두에로강이 흐른다. 사진=catasdetrabajo.wordpress.com

유럽 주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19세기 ‘필록세라(진드기) 습격’ 사건. 이는 프랑스와 스페인 리오하 와인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진드기가 유럽대륙을 습격한 이 사건으로 유럽 와이너리에 대재앙이 찾아왔고, 프랑스 지역의 포도밭은 쑥대밭이 됐다. 이를 피해서 많은 와인 양조자들이 가깝게는 스페인, 멀게는 남미와 호주까지 이주해 와인 제조의 명맥을 이어갔다. 이때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 양조자들이 기후가 비슷한 스페인 리오하 지역으로 터전을 옮겼다. 프랑스식 와인 제조 방법을 이식시키면서 스페인 와인 산업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1, 2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 등 역사적으로 힘든 시기를 모두 이겨내면서 스페인 와인산업은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리오하만큼 스페인 현지에서 많이 소비되는 와인으로는 ’리베라 델 두에로‘가 있다. 이는 카스티야이레온 지방에서 시작해 포르투갈 포르투까지 이어지는 두에로강 유역을 따라 발달한 와인이다. 지중해 기후와 대륙성 기후의 중간 수준인 이 지역은 연간 강수량이 적고, 겨울에는 최저 영하 20도, 여름에는 최고 40도까지 온도가 치솟는다. 두레로 강의 영향을 받아 리베라 델 두에로의 지형과 토양은 다양해졌고, 이런 극단적인 자연환경이 복잡한 ‘떼루아(와인 포도를 재배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를 형성해 이 지역만의 고유한 풍미를 만들어내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포도 수확을 할때는 80%가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헥타르(㏊)당 포도 생산량을 초과하지 않는 등 생산량보다는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쓴다.

호텔 마르께스 데 리스칼. 왼쪽에 자리한 전통적인 와이너리의 모습과 모던함을 자랑하는 호텔 건물이 대조를 이룬다. 사진=marquesderiscal.com
호텔 마르께스 데 리스칼. 왼쪽에 자리한 전통적인 와이너리의 모습과 모던함을 자랑하는 호텔 건물이 대조를 이룬다. 사진=marquesderiscal.com

와이너리 방문해서 시음하기

천혜의 자연과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관광국인 스페인인데, 최근에는 이런 와이너리를 방문해 색다른 체험을 하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한다. 리오하 와이너리 중 가장 오래된 곳이자,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 중 한 곳은 1858년에 설립된 ‘마르께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호텔과 함께 위치한 이 와이너리는 전통과 현대가 아름답게 조화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활한 포도밭과 최고급의 와인, 미슐랭 레스토랑의 음식까지 즐길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간 여유가 없다면 투어와 시음 코스만 있는 와이너리를 선택해도 좋다. 수도인 마드리드 근처의 부르고스, 바야돌리드 지역 근처에는 리베라 델 두에로 와이너리가 많이 있다.

필자가 직접 방문했던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의 ‘아르수아가 보데가’에서는 와인의 역사에 대해 경청하고, 포도밭과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어마어마한 양의 와인을 직접 보고, 몇 가지 종류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매년 같은 품종의 포도를 수확한다고 해도 기후 조건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데, 여기 모든 보데가에서는 와인 양조학자(와인 메이커)를 기용해 언제나 같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맛뿐 아니라 보데가(저장창고)의 변하지 않는 아이덴티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는 의도였다.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에는 와인 양조학 전공을 개설해 전문가를 양성한다. 각 보데가에서 와인을 혼합하는 과정 및 비율은 절대 공개할 수 없는 일급 비밀로, 양조학자들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올 연말 연시, 스페인 리오하 와인 한병을!

스페인 현지에서 잘 알려진 와인을 한국에서 쉽게 구입하기는 힘들겠지만, ‘리오하’와 ‘리베라 델 두에로’ 와인은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리오하는 프랑스 와인과 가장 비슷해서 비교적 부드럽고 섬세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반면, 리베라 델 두에로는 리오하보다 다소 강해, 진한 과일 향과 바디감을 안겨준다는 평가다.

이보다 더 강렬하고 입에 많은 여운을 남기는 와인을 찾는다면, ‘토로(Toro)’ 와인을 추천한다. 보통 와인을 입안에서 굴리며 맛을 보지만, 토로는 마치 음식을 씹는 것처럼 마셔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화려하지만 균형 잡히고 우아한 토로 와인으로는 스페인의 3대 와인이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보데가인 ‘베가 시실리아(Vega Sicilia)’에서 제조한 핀티아(PINTIA), 조금 더 저렴한 가성비 와인으로는 산로만(San Roman)이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알바리뇨.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와 포르투갈 북부 미뉴 지방에서 수확되는 포도 품종이다. 사진=wine-merchant.com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알바리뇨.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와 포르투갈 북부 미뉴 지방에서 수확되는 포도 품종이다. 사진=wine-merchant.com

스페인은 레드와인으로 훨씬 유명하지만, 한국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인 ‘까바(Cava)’는 스페인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진미라 할 것이다. 이밖에 스페인에서 맛보면 좋은 화이트 와인은 ‘알바리뇨’다. 알바리뇨는 스페인 북서부의 갈리시아와 포르투갈 지역에서만 유일하게 재배되는 포도라고 한다. 이베리아반도 특유의 화이트 와인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와인이다. 꽃, 복숭아, 사과 등의 싱그러운 과일향을 자랑하며, 무겁지 않고 드라이한 맛을 지니고 있어서 해산물과 무척 잘 어울리는 종류이다. 또한 산도가 높은 편이라 입맛을 자극하기 좋아 식전주로도 제격이다.

나라마다 기후와 토양, 포도 품종이 다르기 때문에 와인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도 선호하는 와인이 각각 달라 어떤 와인이 최고라고 단정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필자가 스페인 거주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맛보게 된 와인의 종류도 제법 많아졌는데, 국내에서 인기 많은 프랑스 와인 못지않게 매력적인 스페인 와인의 진가가 잘 알려지지 않아 적잖이 아쉽다. 한국내 인지도가 낮은 스페인 와인이지만, 꼭 한번 시음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장담한다.

한국이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 2위로 꼽힌 만큼 앞으로 한국 와인 시장은 더 확대되고, 더욱 다양한 와인이 한국에 상륙할 것이다. 팬데믹으로 라이프 스타일이 급변하는 요즘, 연말 모임도 소규모로, 혹은 가족 단위로 바뀌고 있다. 특별한 의미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와인은 함께 나눌수록 맛과 기쁨이 배가 된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와인을 즐기며 다사다난했던 올해를 잘 마무리해보는 건 어떨까.

글쓴이

최지윤 칼럼니스트

최지윤 칼럼니스트는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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