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덕담으로 나누고 싶은 음악
[장 PD의 클래식 한담(閑談)] 내면을 충만한 에너지로 채우는 헨델의 음악
SNS 상에서 사람들과 새해 덕담을 나누며, 음악으로 덕담을 들려준다면 어떤 곡이 좋을까 했다.
지구촌은 여전히 코로나 감염병과 싸우고 있고, 또 한편에선 기후변화에 의한 대홍수와 산불, 지진 등 자연 재앙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지구와 지구인에게 총체적 위기가 닥친 것 같다. 그 와중에 우리는 중요한 선거인 대선을 두어 달 앞두고 있는데, 양 정치 진영이 거칠게 쏟아내는 막말과 정치공세로 세밑은 혼란스럽고 우울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2022년의 태양은 어김없이 떠올랐고, 사람들은 굳이 먼 곳까지 찾아가 해돋이의 기운을 받으며 새로운 다짐과 소망을 품어본다. 이럴 때 어울리는 음악이라면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아침 해처럼 힘찬 기운과 정신을 고양시키는 곡이어야 마땅하리라.
대개 음악가라 하면, 낭만주의자들이 만들어낸 예술가의 이미지가 씌워져 세상물정에 어둡고 주머니는 넉넉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 어두운 다락방에 앉아 악보를 그려대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생전에 그를 알아보지 못하다가 죽은 후에야 뒤늦게 천재성을 발견하고는 그의 묘비에 칭송의 글을 바친다. 상투적이긴 하나, 실제로 이렇게 살다간 예술가들이 꽤 있다.
그러나 생전에 예술적 역량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사업수완도 발휘하여 큰 명예와 부를 쌓고, 저택에서 귀족들과 맞짱 뜰 배짱을 부리며 예술가로서의 당당한 지위를 누린 인물들도 드물게나마 존재했다. 독일 작센 태생으로 후에 영국으로 귀화한 프리드리히 게오르크 헨델(1685~1759)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그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에 일찍부터 해외(이탈리아)에 유학하여 앞서 유행하는 음악들을 익히며 음악가로서의 길을 개척했다. 훌륭한 인품 덕에 상류층과도 잘 어울리며,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부와 명예에 대한 야심도 키울 수 있었다. 당시 산업발전을 주도한 대도시 런던에 입성하여 왕립오페라극장의 감독과 경영에도 깊이 관여한, 음악가로서는 보기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회복 탄성’이 컸던 의지의 사나이
새해 아침에 헨델의 음악을 추천하는 것은 단지 그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며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음악가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마디로 그는 ‘회복 탄성’이 큰 사람이었다. 실패를 겪더라도 그대로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훌훌 털고 일어나 다음 방안을 모색하고 즉시 실천하는 의지의 사나이였다. 또한 큰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후의 명곡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후기 바로크시대의 대표적 음악가인 헨델은 그와 동년배이자 동향 출신인 J.S.바흐와 곧잘 비교되곤 한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바흐에 비해 헨델은 새로운 음악 경향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당시 대위법음악에서 화성음악으로 옮겨가는 음악양식의 변화 시점에서 화성음악을 선구적으로 받아들인 그의 작풍은, 국제적 감각을 지닌 신선함으로 각광을 받았다.
런던으로 진출한 헨델은 그곳에서 한창 유행 중이던 이탈리아풍의 오페라에 천착하여 오페라의 창작은 물론, 감독과 제작, 경영에도 직접 나서는 등 다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런던 청중들의 기호와 유행을 쫒다보니 차츰 식상한 작품들이 되어 그 인기도 시들해져 갔다. 거기에 오페라 극장들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극장은 경영난에 몰리게 되었고, 결국 문을 닫게 된다.
다시 또 다른 사람들과 손잡고 새로운 오페라 극장을 열기를 몇 차례 시도하지만, 결국 오십대 초반에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고 과로로 인한 뇌졸중까지 겹치는 불운을 당하고 만다.
오라토리오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
건강을 회복해가면서 그가 눈을 돌린 쪽은 ‘오라토리오Oratorio’. 오라토리오는 음악극이라는 점에선 오페라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외양적으로 엄연히 구분되는 장르이다. 교회나 수도원에서 특별한 기념일에 성경을 낭독할 때 역할극처럼 하던 교회용 음악극에서 시작되었고, 여기에 점차 연기와 음악을 넣게 되면서 연주회용으로 만들어졌다. 대신 오페라에서처럼 의상과 무대장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제작비 부담은 한층 덜게 되었다.

1741년에 완성하여 이듬해 초연 때부터 크게 화제가 되었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재기에 발판이 되었고, 이어서 작곡한 것이 <삼손>이다. 이 작품 역시 <메시아>와 함께 최고의 오라토리오로 사랑받고 있다. 잘 알려진 구약성서 사사기의 삼손 이야기를 토대로 시인 존 밀턴은 <투사 삼손>이라는 시를 썼고, 이 시와 성서를 바탕으로 3막의 대본이 만들어져 극적 표현력이 뛰어난 오라토리오가 탄생되었다.
힘의 원천인 머리칼이 잘리고, 두 눈까지 뽑혀 눈이 먼 삼손은 지하 감옥에서 연자방아를 돌리며 자신의 실수를 자책한다. 그리고 기도와 성찰을 통해 내면의 빛을 회복해간다. 이교도들의 축제마당에 쇠사슬에 묶여 끌려나온 삼손은 간절한 기도를 통해 다시 힘을 얻고, 엄청난 괴력으로 신전의 기둥을 무너뜨리고 그곳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신전의 폐허 속에 묻힌다.
절망 속 한줄기 구원의 빛처럼 명료한 음률
그의 시신을 수습하여 이스라엘로 향하는 가운데, 삼손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이 영웅적이었음을 알리며 동포들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 이에 한 이스라엘 여인이 부르는 노래 ‘빛나는 천사여(Let The Bright Seraphim)’는 소프라노에 트럼펫의 오블리가토가 더해져 천상의 화음처럼 아름답다. 예로부터 ‘왕의 악기’로 불린 트럼펫의 당당함이 소프라노의 음률을 힘 있게 받쳐준다. 인간의 밝은 목소리와 금빛 음색은 서로 주고받으며 천상을 향해 상승하는 가운데 어둠 속 구원의 명료한 빛줄기를 던져주는 듯하다.
이 곡을 포함하여 대체로 헨델의 음악을 들으면 내면에서 차오르는 힘을 느끼게 되는데, 그 충만한 기운으로는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진다. 그러기에 이 새해 아침에 다시 전장 같은 일터로 나가는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음악이다. 온갖 불의와 부조리, 불안감에 당당히 맞설 용기와 희망을 얻기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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