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는 월급을 14번 받는다?

[최지윤의 스페인 이야기] 전국민, 임금은 물론 연금까지 ‘두배 보너스’ 2차대전때부터 생겼다는 제도...우리나라가 해보면?

사진=eleconomista.es
사진=eleconomista.es

스페인은 근로 계약서상 연봉을 14번 나눠 지급하는 걸로 되어있다. 이는 스페인 만의 독특한 월급 제도로, 근로자는 ‘1년에 두 번’ 월급을 두 배(paga extra)로 받는다. 그래서 모든 근로자는 두배로 월급이 나오는 여름과 겨울을 절실히 기다리기도 한다.

1944년부터 시작된 ‘14번의 월급’ 제도

이 제도는 법으로 명문화되어 있다. 스페인 근로기준법 31조는 ‘근로자는 연간 2회의 특별 상여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1년에 두 번 본인 월급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는 것이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여름에는 6월 말, 겨울에는 늦어도 12월 24일 또는 25일에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혜택이 은퇴한 연금 수령자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연금 역시 6월과 12월에 두 배로 지급된다. 때문에 보너스 시즌에는 스페인의 주요 도시 백화점, 쇼핑 거리가 인파로 가득하다. 본격적인 휴가 기간과도 겹치기에 호텔이나 항공편의 가격도 오르기 일쑤다. 월급의 액수와 관계없이 누구든 본인 월급의 두 배에 해당하는 돈을 받기 때문에 평소보다 넉넉한 한 달을 보내게 된다.

스페인의 이런 특이한 전통은 프랑코 정권 때 처음 생겼다고 한다. 내전 이후 노동자의 임금은 하락하고, 세계 2차 대전으로 인한 경제 위기로 온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다. 그래서 1944년 12월 24일 스페인 정부는 국민이 크리스마스 휴일을 편안히 보낼 수 있게 1주일의 보수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지급할 것을 모든 기업에 명령했다. 그 상여금 지급명령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일시적인 제도가 아닌 정기적인 제도로 자리 잡았다. 또, 7월 18일 노동절을 기념하기 위해 유사한 보너스를 만들었는데, 그까지 합쳐져서 현재 스페인 사람들이 1년에 두 번씩 받는 보너스 제도가 자리잡게 됐다. 프랑코 정권 이후 7월 18일에 지급되던 여름 보너스는 스페인 전국왕인 후안 카를로스 1세의 성인 축일(6월 24일)을 기념해 6월 말로 옮겨졌다.

코로나에도 거리마다 쇼핑인파로 가득

연봉을 12번으로 나누어 매달 조금 더 돈을 받는 것이나 14번으로 나누어 1년에 두 번 보너스를 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결과적으로는 같은 돈일 것이다. 필자는 스페인 생활 초반에는 ‘어차피 자신이 받을 연봉의 액수는 같은데 왜 그렇게 좋아할까’ 싶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보다도 여름,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평소에 미리 절약하지 못했더라도 휴가와 연말을 풍족하게 보낼 수 있는 돈 때문에 마음이 든든하달까. 또한 이 보너스는 일반 월급과는 다르게 사회보험료가 적은 비율로 적용돼 실수령액이 더 높아 심리적인 행복감이 더 크다. 그러나 이 보너스 제도에도 예외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보너스를 받는 경우는 자신의 월급 두 배에는 못미치는 적은 금액을 받도록 되어 있다.

요즘 스페인은 이 돈을 어디 쓸까 들떠 있는 사람들로 시내가 가득차 있다. 코로나가 종식된 것 같은 분위기마저 들 정도로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많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노체부에나(Nochebuena)’부터 새해 전야인 ‘노체비에하(Nochevieja)’, 1월 6일 ‘동방박사의 날’까지 사실상 계속해서 연휴가 이어지기 때문에 연말에 받은 보너스로 선물을 사거나 모처럼 외식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특히 1월 6일을 전후로 겨울 세일 시즌이 시작되는데, 올해는 많은 브랜드가 세일을 앞당겨서 시작했다. 또한 새해 타종행사나 동방박사의 날 퍼레이드(Cabalgata) 등을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는 등 스페인 정부도 위드 코로나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솔 광장)에서 새해 전야 타종행사를 즐기고 있는 스페인 사람들. 마드리드시는 올해 7천 명의 사람만 모일 수 있게 허가했다. 사진=abc.es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솔 광장)에서 새해 전야 타종행사를 즐기고 있는 스페인 사람들. 마드리드시는 올해 7천 명의 사람만 모일 수 있게 허가했다. 사진=abc.es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페인에서는 역대 최고 일일 확진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스페인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30일 16만168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스페인은 이미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약 3개월 가량 국가비상사태로 실시된 록다운으로 자영업자의 피해는 물론 많은 실업자까지 속출하면서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확진자가 많은 이 상황에서도 연말연시 특수를 놓칠 수 없어 스페인 정부는 아직 특별한 조치를 취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의 봉쇄 조치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발표돼 다시 록다운을 시행하기 어려워졌다. 재판관들은 “국민을 집에서만 머물게 하고 외출을 금지한 것은 개인의 이동권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스페인은 유럽 그 어느 나라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있는 나라다. 입국 시 방역패스도 필요 없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와 까탈루냐 지역 등은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있지만, 자치주에 따라 법이 다르기 때문에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수도 마드리드의 경우는 방역패스 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심각한 에너지 인플레...생활고 깊어져

연말 보너스에도 스페인 국민들의 생활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보너스를 쓰며 국가 최대 휴일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지만, 체감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외국인인 필자마저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얼마 전까지 스페인 뉴스는 온통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한 전기요금 소식으로 가득했다. 유럽의 전기요금이 한국에 비해 비싸기로 유명하지만, 최근 전기 요금 상승률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스페인에서 지난 12월 전기 가격이 메가와트시당 360유로(약 48만원)까지 뛰었고, 이는 전년도 대비 4배나 오른 수치다. 12월에 전기 요금의 변동성이 가장 컸다가 지금 다소 하락한 상태다. 이처럼 급격히 상승한 전기 요금에 스페인 국민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

스페인 정부는 전기료에 포함된 세금을 낮춰 국민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을 2018년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했지만,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최근 유럽 천연가스 공급의 40%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악화되는 바람에 유럽내 천연가스 공급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위한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패널이 많은 스페인이지만, 겨울철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생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EU는 2030년 말까지 EU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55%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 역시 요금 폭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스페인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자주 보이는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스페인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자주 보이는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중도 좌파 연합이 이끄는 스페인 정부는 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야당의 파블로 카사도 대표는 2020년 에너지 빈곤 보고서를 인용하며, 스페인의 에너지 빈곤이 급증했고 스페인 인구의 11%는 겨울에 난방할 수 없는 처지라고 주장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2022년에 에너지 빈곤율은 훨씬 더 상승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내 각국은 에너지 인플레에 제 살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현재 EU에서는 원전을 찬성하는 국가의 수가 더 많다. 프랑스의 주도로 유럽 12개국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자는데에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아직 여러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속단하기는 어렵다. 스페인은 탈원전을 지지하는 입장인데 이 결정이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조치가 뒤따라야 할 상황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다른 EU 국가의 결정을 참조하되, 스페인 정부는 자국에 드리운 인플레이션의 그림자와 여러 정황을 직시해 상황에 맞는 결단을 내려야할 절박한 상황이다. 연말 보너스를 받고도 예년처럼 기뻐할 수만은 없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말이다.

글쓴이

최지윤 칼럼니스트

최지윤 칼럼니스트는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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