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러 가스관, 유럽분열의 씨앗이 된 이유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딜레마에 빠진 독일, 새 정부가 사태해결 할수 있을까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팔아넘길 것인가. 출처= Kyip Post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팔아넘길 것인가. 출처= Kyip Post

우크라이나 긴장사태, 이미 예견된 것

2021년 연말 10만명 이상의 러시아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하였다. 유럽은 전쟁의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은 NATO군의 동진과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심화다. 과거 구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및 발칸반도 국가들이 자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NATO의 집단안보체제에 의존하고자 하는 요구가 강해지면서 NATO는 그들의 가입을 승인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NATO의 동진이 가져오는 국경불안에 대해 이미 이의제기를 한 상태인 만큼, 어느 곳에서 분쟁이 나더라도 이것은 예견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즉 예상되지 못한 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러 천연가스 의존도 고조, 사태를 더욱 어렵게

이러한 안보불안이 유럽을 더욱 난처하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심화에 있다. 독일 통계청 자료(statista.com)에 따르면 2020년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몰도바 100%를 포함하여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그리스, 오스트리아 포함)이 50%이상이다. 무엇보다 독일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2018년 40% 대에서 2020년 49%까지 상승했다.

러시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과 다른 가스관. 출처= www.economist.com
러시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과 다른 가스관. 출처= www.economist.com

독일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최대수입국임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직수입 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매우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었다. 2012년 노르트-스트림1이 발트해에 건설된 뒤 메르켈 전총리가 집권 중이던 2015년 제2차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가 다시 승인되었다. 2015년 당시 수입 천연가스비중은 러시아산(35%)과 노르웨이산(34%)이 비슷했던 시기였는데, 그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독일은 수입선 다변화같은 에너지 안보 전략보다 값싼 러시아산에 대한 선호가 높았던 것이다.

메르켈 전총리는 전임자였던 슈뢰더 전총리와 비슷하게 친러시아정책을 유지하면서 경제와 외교정치를 엄격히 분리하는 외교노선을 추구하였다. 또다시 러시아로부터 오는 천연가스 수송관을 건설하겠다고 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폴란드 등 동유럽국가와 환경단체, 독일 국내정치인들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EU 내부, 독일의 극단적 이기주의적 행태 비난

독일은 이 사안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 사안의 개별화, 경제적 목적만을 위한 순수한 협력사업, 개별국가 에너지 안보 등을 내세우며 EU의 간섭을 배제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독일 정부의 태도에 결국 EU 내부에서 독일이 극도로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공개비판이 일어나는 상황으로 번졌다. 이러한 평가는 전체 EU회원국 간의 연대와 단결을 해치고 있다는 의미의 비판인 것이다.

독일·폴란드 갈등, 법정으로 비화...독일의 연패

이와 맞물려 2021년 7월 러시아 천연가스 수송관을 두고 벌어진 판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폴란드와 독일은 2017년부터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천연가스 수송 우회 문제를 놓고 유럽법원에서 소송전을 하고 있었다. 재판을 시작한 것은 독일이었다. 독일이 취한 노르트-스트림 사업이 유럽연대에 피해를 끼친다고 주장하는 폴란드에 대해 “근거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소송을 한 것이다. 즉 ‘연대(solidarity)’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것이지 법적 의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결과는 항소까지 모두 독일의 패배였다. 연대는 법적 의무인 것이다. 소송의 핵심이지만 제3자였던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회사인 가즈프롬은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에 유감을 표했을 뿐 아직까지 어떠한 개선된 조치도 취했다는 보도가 없다.

독일 정치/경제 분리정책, 러의 동유럽 재지배 욕구 맞아떨어져

상황이 이러한 정도로 흐르고 있었다면 분명 독일도 노르트-스트림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텐데 왜 이 사업을 계속했을까? 여기에는 독일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독일은 유럽연합의 거의 대표격인 나라이지만 러시아가 제시하는 값싼 천연가스 공급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독일이 2015년 이래로 계속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비중을 늘린 것을 보면 이를 통한 제조업 경쟁력 유지 및 강화에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천연가스 수송관에서 가스를 도둑질한다는 주장을 2005년부터 제기하고 있었다. 즉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가스 수송관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이미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결국 러시아가 찾은 대안은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에서 독일로 바로 천연가스를 보내는 것이었다. 이로써 과거 구소련 소속이었던 국가들을 길들이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독일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피해를 입은 것은 동유럽 국가들이다. 동유럽이 다시 러시아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러한 점을 우려하여 노르트-스트림 사업을 처음부터 반대했었고 이로 인한 갈등은 10년이 넘게 지속되었다. 결국 2021년 1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군대를 배치하면서 유럽의 에너지 안보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폴란드·우크라, 노르트-스트림2 사업의 직접 피해국 될 전망

러시아는 장기적으로 독일로 들어가는 천연가스관 중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경유하는 야말-유럽 가스관과 우크라이나 가스관의 공급을 모두 줄일 계획이다. 우크라이나는 노르트-스트림2가 개통될 경우 30억 달러(3조 4500억원)의 통관세를 잃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가스밸브를 잠그자 폴란드에서는 독일산 가스를 역으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가스는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들어온 독일 가스수입량의 일부이다. 독일 기업들은 이것을 다시 폴란드에게 되팔게 되고 그 가격은 당연히 올라갔을 것이고, 독일은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노르트-스트림2가 개통되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독일의 고집

지난 2021년 7월 메르켈 독일 전총리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노르트-스트림2의 완공률이 98%에 이르렀기 때문에 절대 중단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제시한 대안도 궁색하다. 우크라이나가 잃어버릴 통관세와 매칭되는 수준이 아닌 단발성 친환경 기반시설 지원금으로 10억 달러(1조 1500억원)의 지원을 약속하는데 그쳤다. 매년 30억 달러의 세수를 뺏어버린 뒤 1/3 수준의 지원을 해주면서 우크라이나를 도와주겠다는 것은 어느 나라 셈법인가?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 회원국도 아니고 NATO의 보호도 못받는 상황에서 중요한 국가수입원 중 하나인 통관세도 못받게 된 처지다. 미국 입장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향권 안으로 끌려들어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미국으로서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그렇게 반대했던 독일의 노르트-스트림2인 것이다.

NATO의 동진이 직접적인 갈등원인이라 하지만 러시아는 보란 듯이 이번에도 천연가스 밸브를 잠금으로써 서유럽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NATO의 동진이 ‘서구의 칼’이라면 ‘러시아의 방패’는 천연가스관인 것이다. 거기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한 군대까지 생각한다면 결국 누가 러시아에게 그 방패를 휘두르게 해준 것인가?

독일 신정부 외교, 노르트-스트림2 협상테이블에 올려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2 사업허가 독촉을 두고 새로 들어선 독일 정부의 외교수장인 안나레나 베어복 외무장관은 강경한 입장이다. 당장 사업허가를 내줄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를 계속 위협한다면 해당 사업 자체를 포기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5일 CNBC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에는 독일이 전 주미독일대사의 입을 빌어 우크라이나 사태의 지렛대로 노르트-스트림2 ‘사업포기’라는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독일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지금 독일은 어느 때보다 외교적으로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 15년 이상 추진해왔던 러시아 천연가스 직수입 문제를 두고 유럽 내 강력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러시아가 그렇게 위험하지 않으며 독일은 러시아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사태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졌다. 그리고 현재 유럽연합 회원국들 중 동유럽국가들은 이것을 ‘독일의 이기주의적 행태’ 때문이라고 본다. 동유럽은 다시 러시아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목도해야 하는데 그 열쇠가 바로 노르트-스트림2의 사업허가와 연결되어 있다.

지금으로는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경제 제재는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서 퇴출과 독일이 쥐고 있는 노르트-스트림2 사업의 전면 중단이다. 새로 들어선 독일 정부에게 이것은 큰 경제적 희생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투여된 건설비용만 110억달러(약 13조570억원)나 된다. 독일은 지금까지 주장해온 경제와 정치의 완벽한 분리가 실패한 상황 속에 놓이게 되었다.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경고를 보내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www.dw.de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경고를 보내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www.dw.de

노르트-스트림2의 정쟁화와 독일 리더쉽의 상처

상황은 독일이 상상한 가장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금 미국과 EU는 우크라이나 긴장상황을 원만히 해결함으로써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사태에서 보인 무능한 대응이 반복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동유럽에서의 미국과 EU의 헤게모니는 한층 쇠퇴할 수밖에 없다. 무력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미국과 러시아가 모종의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우크라이나는 현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대가는 결국 EU와 NATO의 몫이 될 것이다.

러시아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노르트스트림2의 개통이 허용된다면 겉으로는 독일도, 러시아도 잃는 것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EU는 지금도 심각해지고 있는 회원국간 경제불균형 심화 문제를 떠안게 될 것이다. 그 원인은 독일의 이기적인 행태 때문으로 결론지어질 것이다. EU의 회원국간 연대(solidarity)는 독일이 주장하는 것처럼 말뿐인 정치적 술사가 되어버릴 전망이다.

결국 노르트-스트림2는 분열의 씨앗이 될 우려가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 천연가스를 둘러싼 에너지 안보 갈등은 독일의 정치적 리더쉽에 타격을 줄 수 밖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할 협상카드도 독일이 쥐고 있는 것이 지금 유럽의 현주소이다.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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