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음악이 독재자 같다구요?
[장 PD의 클래식 한담(閑談)] 화성음악은 무엇이고, 어떻게 발달했나
다성음악에서 파생된 화성기법
지난 글에서 다성음악이 중세·르네상스 시대를 지배했던 음악이고, 다성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복수의 성부를 결합시키는 방법과 규칙을 ‘대위법’이라고 했다. 또한 수평적 선율 흐름의 다성음악에서 각각의 성부들이 수직적으로도 잘 어울릴 때의 결과물로 화성(harmony)이 생겼다고 했다. 다성음악에서 파생된 화성기법이 점차 이전 음악양식과 혼합되어 등장한 것이 바로크시대의 ‘지속저음(Basso Continuo)’이다. 저음부에 탄탄한 화성의 층을 쌓고(지속저음) 그 위에 베이스와 어울리는 독주 선율이나 다성부의 선율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음악양식이 화성음악의 발전을 촉진시켰다. 나아가 어떤 한 성부가 주선율을 담당하고 다른 성부는 그것을 화성적으로 반주하는 형태의 음악이 본격 등장하게 된다.
화성음악은 화음과 화음의 연결에 주안점 둬
화성과 혼동하는 용어로 ‘화음’이 있는데, 화음(chord)은 수직적으로 잘 어울리는 3도 음정의 음을 몇 개씩 쌓아올린 것이다. 기본적으로 3개의 음을 쌓아 올린 3화음을 많이 사용한다. 화음이 하나의 개체라면, 화성은 이 화음이 연속함으로써 생기는 음향의 시간적 흐름이다. 따라서 화성음악은 화음과 화음의 연결에 주안점을 두며 만들어진 음악이며, 한 성부가 주선율을 담당하고 다른 성부는 그것을 화성적으로 반주하는 형태의 음악을 말한다. 덧붙여 화음을 연속시키는 방법에 대한 이론을 화성법(和聲法) 또는 화성학(和聲學)이라 한다.
화성음악과 관련하여 ‘조성(tonality)’이란 개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조성은 음악에 쓰이는 화성이나 멜로디가 하나의 음 또는 하나의 화음을 중심으로 진행함으로써 형성된다. 그 중심이 되는 음을 ‘으뜸음’, 화음을 ‘으뜸화음’이라 하고, 중심 음의 이름을 따서 조의 이름을 붙인다 . 예를 들어 ‘다장조’라 하면 ‘다’음을 으뜸음으로 한 장음계의 조성을 가진 음악이라는 의미이다.
이 대목에서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화음 3형제>라는 동요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우리 모두 다함께 화음공부 해보자 ~ 도미솔미 도미솔솔솔 ~ (중략) 우리들은 사이좋은 화음 3형제” 가사에 나오는 도미솔화음(으뜸화음)으로 “도미솔미 도미솔솔솔” 이라는 계이름의 멜로디를 만든 것이다. 솔시레(딸림화음), 파라도(버금딸림화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동요에 나오는 세 개 화음을 주요 3화음이라고 하는데, 이 셋은 동요의 가사처럼 사이좋은 관계여서 하나의 악곡 안에서 각각 역할과 기능을 갖고 움직인다.
화음공부를 좀 더 해보자면, 먼저 악곡의 조성을 확립하는 주인공 역할의 으뜸화음(Tonic), 주연급 조연으로 등장하는 딸림화음(Dominante) 과 버금딸림화음(Subdominante)이 있다. 이 셋 외에도 조연급의 레파라, 미솔시, 라도미 화음이 있다. 그런데 주요3화음의 D(딸림화음)와 S(버금딸림화음)는 으뜸화음인 T로 가려고 하는 지향성을 가지고 정지점인 T화음에 도달하려는 일종의 긴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결국 T에 도달하여 긴장이 완화되는 느낌을 주는데, 음악에서는 이것을 종지감(終止感)이라 한다.
음악적인 긴장 후에 이완이라는 이 해결방식은 수백 년 동안의 경험, 즉 화성음악에 길들여진 청각경험에 의한 것이다. 또한 주요3화음인 T → S → D → T의 진행이 곡의 종지 부분에 반드시 관용구처럼 나타난다. 덕분에 혹시 지루했던 음악을 듣다가도 이 화음진행이 들려오면 ‘아, 드디어 곡이 끝나는군!’이라며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고전파 음악에서 화려하게 꽃핀 화성음악
문예사조를 칼로 자르듯 구분하기는 어려운데, 다만 새로운 경향이 대세로 떠오를 때를 기점으로 시대를 구분하곤 한다. 음악에서의 바로크시대가 막을 내릴 무렵 유럽 사회는 계몽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인간 중심의 철학과 사상,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고찰 등 인본주의 정신이 학문과 예술을 지배하던 시기였다. 이 당시의 음악을 고전음악(Clssical music, 1750~1820)이라고 하는데, 사실 ‘고전음악’이라는 용어는 특정 시대를 구분하는 용어라기보다는 그 시기에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활동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을 모범적인 음악예술로 간주하고 다른 음악과 구별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용어였다.
선명한 선율선과 화성반주의 음악양식은 고전주의 예술이 추구한 미학과도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었다. 이전 바로크의 다소 과장적이고 복잡한, 극단적 요소들의 대립을 통한 드라마틱한 표현방식보다는 간결함과 자연스러움을 선호하면서 보편성과 균형감 같은 옛 그리스의 고전 미학을 추구하게 되었다.
저음부의 화음반주 위에서 선율이 아름답게 노래하는 방식이 기악음악에 적용되면 협주곡이 된다. 협주곡은 기악음악 장르 중에서도 특정 독주악기의 화려한 기교와 선율미를 강조하는 특징을 갖는데, 여기서 오케스트라는 화성 반주 이상의 역할을 하며 곡 전체의 형식구조를 이끌어간다. 협주곡 뿐 아니라 이 시기에 음악의 제 형식과 장르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게 되어 기악음악이 크게 발전하였다.
그 가운데 백미는 바로 소나타형식이다. 소나타형식은 교향곡, 협주곡, 각종 독주 악기들의 소나타, 현악사중주등 다악장으로 된 악곡의 1악장을 쓰는 틀이 되었고, 화성법은 소나타형식의 음악논리를 전개해나가는데 매우 요긴한 수단이 되었다. 물론 2, 3악장 등 형식이 다른 악장을 전개해 나가는 데에도 요긴하게 쓰였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작곡기법- 대위법과 화성법을 통치체제와 비교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화성음악은 왕권이 강화된 전제군주의 통치와 같단다. 상성부의 선율이 자유롭고 화려하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이하 성부들이 마치 백성과 신하들처럼 단순하고 굳건한 화성으로 받쳐주는 것이다. 이에 비해 대위법에 의한 다성음악은 전원 합의체의 원로회의 통치체제와 같아서 각 성부들이 다른 대위 선율과의 조화를 이상으로 여기듯, 전원 합의체의 의사결정은 누구 하나의 일방적인 군림이나 희생을 배제한다.
오래 전, 어느 결혼식에서 이런 주례사를 들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화성법 같은 부부가 아니라, 대위법 같은 부부가 되십시오.” 두 사람이 두 개의 대위 선율처럼 서로 대등하게, 어느 한 쪽이 반주 역할로 희생하지 말고 함께 아름답게 2중주를 연주하는 부부가 되길 바라는 주례사의 의미를 그날의 젊은 부부는 제대로 이해했을까? 신부보다 신랑이 더 새겨들어야 하는 말씀이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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