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충격적 ‘무속’ 장면, 왜 똑같이 이럴까
[박기찬의 말랑고소한 북한 이야기] ‘더 킹’과 ‘사랑의 불시착’의 웃기고 부끄러운 자화상
영화 ‘더 킹’, 검사들이 점보는 장면
‘더 킹’은 지난 2017년에 개봉하여 530만 관객을 돌파한 한재민 감독의 블랙코미디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지금 보면 놀라운 장면이 몇 개 있다.
[장면 1] 한강식(정우성 분) 등 정치 검사들이 점집에 모였다. 무당의 거친 방울 소리 아래에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며 점을 본다. 누가 대통령이 될건지, 자신들이 제대로 정치 줄을 댄건지를 알려 달라고. 애타는 마음으로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정성을 다한다.

‘사랑의 불시착’, 북한 마을여자들이 점보는 장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2019년 넷플릭스를 통하여 전세계에 히트를 쳤고, 일본에서는 지금까지도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이 드라마의 미덕 중 하나는 우리가 잘 모르는 북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에는 특이하고 이해 못할 장면 또한 많다.
[장면 2] 북한 마을 아낙네들이 용하다는 아기동자 무당(손숙 분)을 찾아가 몰래 점을 본다. 그들 중 한명은 집 밖에서 점보는 것이 들키지 않게 망을 본다. 그들은 아들이 명문대학 의대에 진학할지, 멀리 출장 간 남편이 무사할지 등을 무당에게 물어 본다.

미국 NPR뉴스의 코리아 ‘무속’ 보도
미국의 공영 뉴스채널인 NPR(National Public Radio)은 지난 2021년 5월 8일자 보도에서 “오늘날에도 남한과 북한 모두에서 ‘샤마니즘’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는 서울 지역에서만 1년에 5만 건 이상의 무당 굿이 거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PR은 무속이 완전히 불법인 북한에서도 무속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는 미국 국무부의 종교자유 보고서를 인용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코리아 퓨쳐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북한에서 일어난 종교박해 건수 중 약 20%가 무속 관련이라는 분석을 NPR은 함께 전했다. 이 보도에서 북한을 탈출한 한 무속인은 북한의 정부 관리들이 자신의 주요 고객이었다고도 증언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최첨단 기술에 가장 능통한 한국에서 무속이 다시 부흥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 예로서 선거철에서 점집이 붐비고, 예수, 성모마리아, 박정희 뿐 아니라 한때는 맥아더 장군을 모시는 무당도 있었다고 소개했다.(2007년 7월 7일 보도)
부끄러운 이 현상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과학기술을 가장 중시한다는 사회주의 국가이자, ‘세계와 역사의 주인은 사람’이라는 주체사상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북한에서 무속의 유행은 무엇을 의미할까. 최첨단 기술에서 앞서 가면서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으며, 부패한 현직 대통령을 평화적 시위로 물러나게 하는 세계에 유례 없는 직접민주주의 모범국인 남한에서 무속의 부활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남한과 북한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일반적 이유로서 다음과 같은 설명도 가능할 것이다.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미래는 갈수록 불확실해져서. 아니면, 숫자 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했으나 아직도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의식 속에 반문명적이고 봉건적인 잔재가 구석구석 남아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무속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생존 능력은 무서울 정도다. 뉴욕타임즈 기사에서 무속연구자 홍태한 중앙대 교수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무속의 생존 능력을 이렇게 비유했다. “한국의 샤머니즘은 거대한 용광로와 같습니다. 그것은 어떤 것도 절대 거부하지 않으며 오히려 포용해 왔습니다. 심지어 새로운 종교나 사회적 변화에 부닥쳐도 이들과 끊임없이 절충하면서 생존해 왔습니다.”
요즈음 남한의 무당과 무속인들은 새로운 첨단 ICT기술과 SNS를 적극 활용한다. 웹 사이트는 물론 블로그와 유튜브를 활용하여 그 영향력을 확대하기도 한다. 대학입시 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절과 교회로 몰려든다. 한국의 절과 교회는 돈과 물질적 성공, 세속적 명예를 기원하기 위한 기복의 공간처럼 보인다. 이렇게 극도로 세속화되어 기복신앙처럼 변질된 한국의 불교와 기독교의 모습이 본질적으로 무속과 뭐가 다른가라고 많은 종교학자들이 지적하기도 한다.
남북한의 무속에 대한 서로 다른 대응방식
무속에 대한 북한과 남한의 대응방식은 다르다. 북한에서 무속은 법률에 의하여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무거운 처벌의 대상이다. 북한의 형법은 미신행위를 할 경우 최대 7년 노동교화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한의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기관은 점을 치는 것과 같은 미신행위를 강력히 단속하도록 법률에 정해져 있다. 북한에서 미신행위는 사회와 사람의 사상과 정신을 타락시키는 비(非)사회주의 중범죄로 간주되고 있다.
남한에서도 국가 권력이 무속을 강하게 통제하고 탄압한 역사가 있다. 박정희 정권은 무속인을 사기 협잡꾼으로 간주하여 신당을 불사르고 무당을 쫓아내는 미신타파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남한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다원주의가 수용되는 사회이다. 무속은 국가권력에 의하여 직접 통제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획일적으로 악마화되거나 불법화되지도 않는다.
남한에서 무속은 국민들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로 간주된다. 이것이 무속에 대해서도 스스로 분별하고 통제하는 자율적 규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사회비판적인 영화, 드라마, 웹툰 등의 대중 예술도 그런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지옥’ 등과 같이 세계적인 인기의 한국 영화,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과 구조적인 모순을 파헤쳐서 우리 스스로에게 보여주는 살아있는 자율적 정화장치가 아닐까.
대선 후보와 부인의 무속 논란
야당의 대통령 후보와 그 부인이 무속에 심취해 있다는 최근의 의혹 보도는 그 충격이 메가톤 급이다. 무속이 개인의 선택이라는 사적 영역을 벗어나 정치와 권력이라는 공적 영역과 결합될 가능성이 크다면, 우리 사회 전반에 얼마나 큰 피해와 충격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던지기 충분하다. 다시한번 영화 ‘더 킹’의 다른 장면을 소환하게 만든다.
[장면 3] 한강식(정우성 분), 박태수(조인성 분) 등 정치 검사들이 요란한 야외 굿판에 모였다. 펄쩍 펄쩍 뛰는 무당의 춤 사위 밑에서 두 손을 비비다가, 나중에는 날카로운 음악소리에 맞추어 다같이 뛰면서 춤을 춘다. 이번에는 특정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간절히 간절히 기원하면서.
지난 2016년에 촬영된 이 영화는 2017년 개봉 당시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어떻게 내다보았냐며 큰 화제를 모았다. 2022년 1월에는 검사출신 정치인들이 실세를 형성하고 있는 대통령 후보의 선거 캠프에 무속인이 다수 포함되었다는 의혹 보도가 나왔다. 검사들의 굿판을 리얼하게 묘사한 이 영화의 예언적 장면은 한번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벌거벗은 임금님’중 우리는 누구?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언론이나 일반 여론이 이러한 충격적 무속정치 사건에 너무 무덤덤하다는 점이다. ‘더 킹’과 같은 블랙코미디 영화처럼 우리를 번쩍 일깨우는 안데르센 동화가 생각난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이 동화에는 몇가지 부류의 등장인물들이 있다. 엄청난 이익을 취한 사기꾼 재단사, 이에 당한 멍청한 임금님, 이를 보고 맞장구치는 신하들, 그리고 말없이 동조하는 백성들, 이를 보고 깔깔 웃으면서 사실을 얘기해 버리는 꼬마아이.
2022년 오늘날의 리얼 스토리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배역을 맡고 있을까. 동조하는 백성? 꼬마 아이? 아니 아니!! 어쩌면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할 임금님이 바로 우리 자신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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