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입법 서둘러야

[김종철의 시민을 위한 헌법이야기] 청소년 참정권 확대, 민주시민교육이 전제 공존에 공감하는 ‘좋은 시민’ 많아져야 헌법에 기초한 민주시민교육 필요

성남시청소년재단이 진행하는 청소년의 시민적 권리 알아가기 '민주시민동아리지원사업' 현장.
성남시청소년재단이 진행하는 청소년의 시민적 권리 알아가기 '민주시민동아리지원사업' 현장.

보통민주화의 조건인 시민교육

지난번 칼럼(뭐시 중한디?: 정권교체나 재창출보다 더 중요한 것)에서 대선의 와중에 싹트고 있는 청소년 참정권 확대의 의의를 보통민주화의 희망으로 공유한 바 있다. 그리고 이 희망을 싹 틔워 한국형 민주공화제를 더욱 꽃피우기 위해 후속 정치개혁은 물론 교육개혁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정치개혁의 전제가 되는 헌법에 기초한 시민교육의 필요성과 의의에 대해 좀 더 부연해 보고자 한다.

민주공화국은 모든 국민이 차별없이 정치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완성된다. 청소년도 국민으로서 정치적 자아를 계발하고 정치적 자유를 누리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정치과정에 참여할 기본적 지위를 가진다. 국민의 자격은 정치적 참여로 확인된다. 그러나 자연사회를 넘어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공동체를 전제하는 이상 국민들이 어떤 정치적 자아를 형성하고 실현할 것인지는 공동체적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국가권력이 국민의 사상검증을 해야한다는 말이 아니라 공동체의 존립과 질서의 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서로가 공존하는 기본적 가치인 ‘공동선’에 대해 합의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공동체 구성원의 자격인 시민권(citizenship)을 형식적이고 자연적인 자격을 의미하는 권리의 측면만으로 구성할 수 없고 공동체의 민주적 운용에 참여할 실질적 역량과 권리와 의무 및 덕목을 균형있게 갖출 것을 요구하는 시민(덕)성과 함께 이해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시민인 국민은 시민으로서의 권리 못지않게 그 권리에 상응하는 덕성과 의무를 실천해야 한다. 우리 헌법 제10조가 국가창설의 기본가치로 설정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이라는 시민의 기본적 인권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명문으로 선언하듯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이유이다. 시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이해와 그 의무와 덕성에 대한 각성을 목표로 하는 시민교육이 민주공화국에서 필수적이고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교육의 대상과 방법: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

그렇다면 시민교육은 무엇을 대상으로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시민에게 시민권을 넘어서 시민의 덕성과 의무를 강조하게 될 때 시민교육은 과잉도덕화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시민 또한 인간의 조건에 따른 지위이고 인간의 본질은 일차원적인 단순함에 있지 않고 다차원의 다양성에 있다는 점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인간은 이성과 함께 감성을, 직관과 함께 경험을, 이기심과 함께 이타심을, 절제와 함께 파격을, 세속적 욕망과 함께 초월적 사랑을, 보수와 함께 진보를, 가지거나 추구해야 하는, 독립적이되 사회적인 존재다. 단일한 정체성(identity)이나 단순화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혹은 근거가 박약한 전통이니 관습만으로 무엇이 참되며, 좋고, 아름다운지 단정할 수는 없는 복합성을 가졌다. 따라서 참됨, 좋음, 아름다움의 기준을 단순화·단일화·획일화하고 독점하여 동료시민을 단죄하는 방편으로 시민의 덕성과 의무가 전체주의적인 관점에서 오용되지 못하도록 유의해야 한다. 결국 자연인을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시민교육은 도덕적 덕목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인 사회적 존재들이 서로 평등한 조건 속에서 공동체의 질서와 공공복리의 기본토대를 훼손하지 않는 공존·공생·공영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더욱이 시민교육이 이러한 과잉도덕화의 위험으로 오용되지 않도록 시민의 사회화를 위한 교육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 즉 민주시민교육으로 구별하여 이해할 여지가 있다. 민주시민을 정치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민주시민을 마치 좌파세력의 의식화교육정도로 폄훼하는 인식이 없지 않다. 그러나 민주시민교육은 진영논리와 무관하거나 초월한 시민교육의 특별한 기획일 뿐이다. 시민도 ‘좋은 시민’과 ‘나쁜 시민’이 있으며 특정 시점과 공간 속에서 나쁜 시민의 성향이나 전력이 있다고 하여 시민이 아닌 것처럼 공화국 밖으로 퇴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도구적 개념이 민주시민의 개념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인간상인 민주시민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하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시민으로 정의한 바 있다. 민주시민은 무엇이 참되고, 좋고, 아름다운지에 대해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민주시민교육은 시민으로 하여금 무엇이 좋은 시민을 만드는 지에 대해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세계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교육이지 국가나 사회가 설정한 도덕감정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다. 또한 민주시민교육의 기회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거나 독점할 수 없고, 학교와 시민사회에 맡기고 충분한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의 기초인 헌법교육

나아가 민주시민교육은 헌법교육에 기초해야 한다. 시민이 스스로 형성하는 세계관은 획일화되지 않고 다원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다원화된 정치적 주체들을 효과적으로 소통시키는 정치사회적 공론장이 필요하다. 이 공론장은 누구든지 불합리한 차별없이 참여하고 공동체의 공공선에 부합하는 결정을 이끌어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공론장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가 공동체의 기본가치와 질서 및 그 운용원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이다. 헌법은 다양한 정치사회적 의도를 반영하여 모두가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최소공약수로 삼아 만든 국가와 사회의 기본법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시민들이 이견과 갈등을 소통을 통해 해소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공통의 생활규범이 바로 헌법이며 좋은 시민은 모든 논의의 준거를 바로 이 헌법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의제설정과 숙고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일차원적 혐오담론이나 가짜뉴스에 현혹될 위험성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의 원천이 바로 헌법교육에 있는 것이다.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입법 서둘러야

제21대 국회에 이미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률안이 여럿 발의되어 있으나 국회와 각 정파의 무관심 속에 1년 넘게 사장되고 있다.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를 이끌어낸 정치개혁특위가 정작 보통민주화의 전제조건인 민주시민교육의 강화에 소홀한 이유는 무엇인지 의아하다. 학교교육의 다양한 기초사회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의 차원에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또한 민주시민교육은 공교육만으로 달성될 수 없으며 현실적 환경 속에서 다양한 주체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평생을 통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혐오와 수사와 선동에 기대는 최악의 선거로 전락한 대선에서 보듯 민주화 이후에도 반복되는 민주공화제의 위기는 시민사회나 정당에서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여 헌법에 기초하여 시민권과 더불어 시민적 덕성을 겸비한 좋은 시민 만들기를 통해 민주공화국의 기초를 다짐으로써 극복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치개혁특위를 비롯하여 국회가 하루빨리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는 입법에 나서야 청소년 참정권 확대로 더욱 공고화된 보통민주화가 충실한 내실을 다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글쓴이

김종철 연세대 법전원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공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 대학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공법학회 회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민주공화국의 기본정신에 기초한 시민헌법교육과 정치개혁 및 사법개혁에 기여하는 것을 헌법학자로서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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