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Web) 3.0은 대세인가, 허황된 구호인가
[김정민의 친절한 IT 이야기] 왜 금융권이 웹 3.0의 첫 타깃됐을까 감독기관의 개입이 언제까지 없을까
웹 3.0 시대가 도래했나
IT업계에는 계속해서 신조어가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단어들이 반복 사용되면서 눈과 귀에 익게 되며 널리 사용되는 사례가 많다. 특히 누군가가 영업적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용어가 일반명사로 자리 잡는 경우도 있고, 실체가 없어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4차 산업혁명’에서 ‘블록체인’으로, ‘블록체인’에서 다시 ‘NFT’로, 유행하는 용어에 따라 트렌드가 변해왔다. 지금 현재 IT 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차세대 인터넷 환경을 뜻하는 ‘웹 3.0′이다.
웹 1.0은 포털(야후, 구글, 네이버 등)로 대변되는데, 이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읽기전용 인터넷 시대’로 정리할 수 있다. 웹 2.0은 현재의 IT 공룡과 플랫폼기업(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등장한 배경이 되었는데,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댓글을 쓰는 등 양방향 소통과 네트워크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웹 1.0과의 차별점이다. 요약하자면 읽기와 쓰기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웹 3.0은 아직도 용어가 정립되고 있는 중에 있다. 누군가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를 의미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시맨틱 웹(Semantic Web, 의미론적 웹)’ 기술을 이용하여 웹페이지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지능형 웹 기술이라고 말한다. 웹 3.0의 첫 시작은 시맨틱 웹이었으나, 블록체인 기술을 만나면서 탈중앙화와 개인 소유의 개념이 추가되었다. 결국 탈중앙화된 개인 맞춤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지능형 웹이 현재까지 통용되는 ‘웹 3.0’의 정의로 볼 수 있다.
웹 3.0이라는 용어를 두고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그리고 IT 리더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웹 3.0이라는 용어에 대해 그 효용성과 실체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웹 3.0은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웹 3.0을 본 사람이 있느냐? 난 그걸 찾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고, 잭 도시(트위터 창업자)는 “유명 벤처캐피털(VC) 등이 웹 3.0 담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일부 VC가 웹 3.0의 비전까지 손에 넣게 되어, 결국 명칭만 다른 중앙 집중식 인터넷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개인정보의 주인은 누구일까
웹 3.0의 차별점인 ‘탈중앙화’는 이용자인 개인이 주인이 되는 웹 생태계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중앙 집중화에 대한 거부운동이다. 우리는 일거수일투족을 사찰한 듯한 맞춤형 광고에 매 시간 노출되고 있다. 거대 플랫폼기업은 자신들의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에 따라 이용자의 모든 시각(컴퓨터, 스마트폰, TV 화면)을 지배하면서, 적재적소에 광고를 배치한다. 따라서 웹 3.0이 추구하는 목표인 데이터의 소유권을 이용자가 되찾아 오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플랫폼기업이 데이터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바보 같은 일을 할 리가 없다. 그들이 아무리 ‘개인 맞춤형 정보제공’이라는 말로 포장하더라도 그 기저에는 데이터와 이를 지능화하는 알고리즘 및 AI기술이 버티고 있고, 결국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가진 플랫폼기업이 주인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웹 3.0의 기술적 근간인 블록체인을 탈중앙화와 함께 살펴보자. 수많은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업은 중앙집중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대표적 업종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첫 타깃은 금융기관이었고,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논문 제목은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개인 간 전자 화폐 시스템)이었다. 전문가들은 웹 3.0의 최초이자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탈중앙화 금융 상품 디파이(De-Fi)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금융업은 지금까지 가장 중앙 집중적이었기에 탈중앙화의 타도대상(타깃)이 되었다. 탈중앙화는 중앙의 중개인(서비스 제공자) 없이 시장 참여자들만으로 시스템이 운영되고, 참여자들이 스스로 정한 규칙에 따라 자율적, 자동적으로 거래가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감독기관의 통제, 중개기관(금융기관)의 간섭이 없어지고,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며, 개인 간 계약(사적자치)이 가장 중요해진다.
탈중앙화의 기술적 기반은 비약적으로 발전되고 있다. 전세계에 분산된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컴퓨팅 파워를 활용하는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네트워크에 분산되어 저장될 수 있고,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로 인해 자동으로 데이터 변환, 관리, 거래가 가능해졌다. 블록체인과 암호화 기술을 활용하고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이용하면 데이터의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돌려줄 수도 있다. 즉 저장, 이용, 소유가 이용자 중심인 개인화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기본 틀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소유권과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개인에게 소유권과 자유를 돌려주겠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웹 3.0이 우리를 장밋빛 미래로 인도할 것이다. 그러나 웹 3.0을 하겠다는 기업, 웹 3.0을 사용할 고객인 우리들이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아주 보편적 명제다.
학부시절 필자가 민법을 처음 배웠을 때 근대 민법의 3대 원칙을 암기한 적이 있다. ‘소유권 절대의 원칙’, ‘사적 자치의 원칙(계약 자유의 원칙)’, ‘자기 책임의 원칙’이 그것이다. 개인 간의 계약은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고, 그 책임은 계약한 당사자가 지는 것이다. 개인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개인이 늘어났고, 이 3대 원칙은 수정되었다. 국가가 공공을 위해 소유권을 제한할 수 있고, 부당한 계약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웹 3.0이 바라는 모습이 개인에게 모든 자유를 돌려주고 그 책임도 개인이 오롯이 지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개인 능력에 따른 차이, 거대 기업과 개인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한 계약이 판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를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정부와 감독기관은 없다. 웹 3.0은 필연적으로 감독과 규제, 간섭을 부를 것이다.
새로운 IT 용어는 그 의미가 정립된 후 진화한다. 웹 2.0과 차별화된 웹 3.0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웹 2.0에서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기술과 그 기술의 필요성을 기업과 이용자가 제대로 느끼는 단계(정립단계)가 지나, 그들 사이에 이해관계의 균형을 찾아가는 단계(진화단계)가 마무리 되어야 한다.
기업도 이용자도 웹 3.0의 필요성과 기술적 가능성에는 크게 의문을 두지 않는다. 다만, 기업과 이용자가 웹 3.0을 두고 서로 다른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 점은 향후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정부와 감독기관의 개입은 언제 시작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형국이다.
현재의 금융시스템과 사회시스템, 계약시스템은 결코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실패를 통해 진화한 결과물이다. 웹 3.0이라는 용어와 이 용어가 표방하는 혁신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그 과정에서 큰 실패나 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모두가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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