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2025 CES 기조연설은 ‘망했다’

[김정민의 친절한 IT이야기] ‘혁신 기술’ 찾기 어려웠던 엔비디아 젠슨 황 소개한 개념, 1등은 딴 회사 자율주행, 휴머노이드는 테슬라만 각광 다른 경쟁자들에 위협받는 위치 ‘확인’

'CES 2025'에서 기조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 AFP 연합뉴스
'CES 2025'에서 기조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 AFP 연합뉴스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기조연설을 했다. 기조연설 당시 청중으로부터는 박수갈채를 받았지만, 연설 이후 전문가의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일부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발표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엔비디아의 주가는 젠슨 황 연설 직후 6% 이상 급락하여 시장은 냉혹하게 반응했다.

필자는 실시간으로 젠슨 황의 기조연설을 듣지 못하였는데, 여러 가지 논란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 기조연설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다. 원문 그대로 기조연설을 들었고, 여러 쟁점과 전문가의 우려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었다. 과연 젠슨 황의 2025 CES 기조연설은 ‘망작’이었나? 중요한 쟁점 몇 가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첫째, GPU의 컴퓨팅 혁신

젠슨 황은 이전부터 GPU가 컴퓨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고, CPU중심 컴퓨팅이 GPU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을 AI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조연설에서도 엔비디아의 가장 중요한 무기는 차세대 그래픽카드(GPU)였다. 젠슨 황은 새로운 GeForce RTX 50 시리즈를 공개했는데, 전 세대 대비 두 배의 성능 향상을 약속했다. 또한 보급형 모델로도 고성능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낼 수 있다고 자랑했는데, DLSS 기술을 통해 보급형 모델을 가진 고객도 고성능 모델과 유사한 게임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DLSS인데, ‘딥 러닝 슈퍼 샘플링’을 뜻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동영상은 1초당 프레임 수가 많아질수록 자연스러워지고 부드러워지는데, 게임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초당 프레임 수가 많아질수록 그래픽카드 처리량이 많아져 고성능 GPU가 필요한데, DLSS는 딥러닝으로 프레임 사이 사이에 추가 프레임을 생성해 1초당 30프레임(30Hz) 게임을 120프레임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엔비디아는 이번 DLSS버전이 하드웨어에 기반한 AI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전 버전을 개선한 것일 뿐 혁신까지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둘째, 디지털 트윈과 산업 혁신

기조연설 중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과 코스모스(Cosmos)다. 젠슨 황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이 물리적 세계를 AI 개발과 연결해 많은 산업 분야의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특히 ‘디지털 트윈’이라는 가상세계에서 로봇과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학습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와 동일한 가상 환경(=디지털 트윈)을 생성해 놓고, AI가 가상 환경하에서 갖가지 사건들을 자동으로 생성해 낸 후, 로봇이 학습하고 추론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옴니버스는 실제 환경을 디지털로 시뮬레이션해주고 코스모스가 AI와 물리적 데이터를 결합해 시뮬레이션을 고도화하는 구조이다. 개발자는 디지털 트윈 내에서 저렴하고 안전하게 로봇과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수 있다. 나아가 제조, 물류, 에너지 산업에서 최적화를 가능하게 해, 다양한 산업을 혁신할 수 있다고 젠슨 황은 주장했다.

하지만, 디지털 트윈이 엔비디아의 전유물은 아니다. 하드웨어(GPU), 소프트웨어(Omniverse),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모두 갖춘 통합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엔비디아의 강점이지만,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비즈니스 의사결정까지 내릴 수 있는 팔란티어(Palantir)의 파운드리(Foundry)가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 분야의 최강자이다. 두 회사가 결국 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지만, 주도권은 팔란티어가 가질 것으로 보인다. 팔란티어가 어떤 회사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자세히 설명해보고 싶다.

셋째, AI 합성 데이터

젠슨 황은 디지털 트윈과도 관련 있는 AI 합성 데이터를 매우 강조했다. 특히 자율주행차 발전에서 AI 합성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실데이터가 부족한 자율주행 AI 모델이 합성 데이터를 통해 훈련되고, 합성 데이터가 실제 데이터를 보완해 기술의 신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지금 자율주행 기술은 99.9% 안전한 수준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마지막 0.1%는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상황에 대한 대처이다. 이를 엣지(edge) 케이스라고 부른다. 실데이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학습도 훈련도 힘들다. 이런 상황을 AI 합성 데이터가 보완할 것이라는 것이 젠슨 황 주장의 핵심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떠오르는 회사가 하나 있다. 바로 테슬라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AI 모델이 학습하고 훈련해야하는 실제 엣지 케이스를 아주 많이 가지고 있다. 테슬라 이외의 회사가 엔비디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수는 있지만, 결국 실데이터가 많은 테슬라가 이기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사진=연합뉴스

넷째,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공존

로봇공학이 AI와 결합하고, 이 결과물이 인간과 협력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젠슨 황은 전망했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보완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방점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있는데, 로봇이 인간의 동작을 모방해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활용될 것이라는 것이다. 젠슨 황은 로봇이 학습하고 훈련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AI 합성 데이터로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대한 합성 데이터(엔비디아가 강점이 있는)와 실세계 데이터를 로봇이 학습하며 점차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로봇 개발자에게 엔비디아는 하드웨어(GPU), 소프트웨어(Omniverse),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모두 갖춘 통합적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경쟁상대로 바로 떠오르는 것은 테슬라의 옵티머스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총평

엔비디아가 주목을 받고, 높은 주가를 유지하는 이유는 엔비디아가 특정 분야이긴 하지만 전세계 1위이기 때문이다. 애플(Apple)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도 마찬가지이다. 젠슨 황이 기조연설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GPU 이외에 엔비디아가 1등을 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젠슨 황이 한 모든 얘기들은 예측과 가능성에 대한 얘기이고, 거기서 엔비디아가 1등을 할 수 있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엔비디아가 GPU 시장 전세계 1위이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이미 1년도 더 지난 얘기이다. 주가에도 충분히 반영되었다. 젠슨 황이 기조연설에서 주장한 가능성들과 예측이 불확실성의 영역을 떠나 우리 눈앞에 가시적인 영역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이번 기조연설에서는 눈앞에 잡힐 듯한 확실한 미래로 보여주는 것에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특히 필자는 기조연설을 듣는 내내, “저건 엔비디아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가 1등인데”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물론 엔비디아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GPU 외 다른 분야에서 1등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필자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엔비디아는 GPU 1위 기업에 불과하고, 그 자리도 여러 경쟁자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글쓴이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겸 (주)위츠 대표이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 후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경세 파트너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간사, (사)한중법학회 이사, 한국NFT학회 이사,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자문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라이선스 간편거래 플랫폼 위츠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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