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풍수, 땅이 아니라 사람이다

최성호 건축사가 말하는 ‘명당’ “당선자는 땅을 보지 말고 사람을 보길”

경복궁 뒤로 보이는 청와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복궁 뒤로 보이는 청와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통령당선자가 청와대를 옮긴다는 것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당선자측은 옮기려는 이유를 소통 때문이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이 공개된 김건희씨 통화내용에서 밝혀진 법사의 말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돌아다녔던 청와대 터가 풍수적으로 나쁘다는 말 때문이 아닐까 한다. 청와대가 풍수적으로 좋지 않아, 문제가 있는 곳에 흙을 돋아 보완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가 청와대 본관을 새로 지을 때쯤이니 아마도 지관(地官)이 새로 본관을 지으면서 조언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좋은 땅도 나쁜 사람을 만나면

청와대 터 풍수가 좋지 않다는 말은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진 몰락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후에도 청와대로 들어간 대통령들이 끝이 그리 좋지 않았으니 더 그런 심증을 굳힌 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한국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한국문화를 공부하려면 풍수에 대한 공부는 기본이다. 그래서 지관 만큼 알지는 못해도 나름 반풍수는 한다. 풍수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은 풍수란 것이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것과 풍수에서 말하는 좋은 터라는 것이 사람 노력에 의해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좋은 땅도 나쁜 사람을 만나면 나쁜 땅이 되고, 나쁜 땅도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땅이 된다. 풍수라는 말에만 매달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사람을 놓치는 것이다.

풍수란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을 얻기 위해 생긴 것이다. 풍수라는 말은 ‘장풍득수(藏風得水)’에서 나왔다. 장풍득수가 뜻하는 것처럼 바람을 가둬 매서운 바람이 없고, 맑은 물이 흘러 물 걱정하지 않으면 살기 좋은 곳이다. 이것이 옛날 풍수를 본 이유이며, 집터를 보는 양택풍수에서는 이것 이상은 없다. 그래서 풍수에서는 집터를 잡는 양택풍수가 우선이고, 음택풍수는 다음이다. 그런데 조선조에 들어서면서 조상 숭배와 조상 덕을 보려는 생각에 양택풍수는 점점 사라지고 음택풍수 만이 강조되고 변질됐다.

풍수에 대한 생각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중국 풍수가 들어오긴 전까지 우리 풍수는 어땠을까? 그냥 남향 양지바른 곳이 최고의 집터였다. 불국사 배치가 그것을 말해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풍수 개념은 없고 그냥 남향 배치다. 중국풍수가 들어온 이래 고려 때에는 불교 때문에 묘자리를 보는 음택풍수는 유명무실했고 오히려 터가 문제가 될 때 바로 잡아주는 비보풍수가 우세했다. 조선시대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음택풍수가 유행한다. 그 이론도 참 다양하다.

그런데 그것도 후대에 내려오면서 변질된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왕기십자(王氣十尺)설이다. 지표아래 10자, 즉 3m쯤 되는 곳에 왕기가 흐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종실록 오례의>에는 ‘광(壙)’ 즉 제궁(왕의 관)을 넣을 곳을 10자 파도록 했고, 영조 때 발간한 <상례보편>에도 10자를 파도록 했다. 그런데 이것이 지기(地氣) 흐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 초는 제궁을 넣는 곳은 돌로 방을 만들었다. 석실(石室)을 구성하는 측벽 돌이 높이가 8자다. 이런 상태에서 돌이 노출되지 않으려면 최소한 10자 정도는 파야한다. 지기와는 상관없는 극히 실용적인 내용이다.

용이 굽이치는 용맥이 있을까

풍수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용맥(龍脈)이다. 용맥이란 산세 흐름을 용이 굽이치며 움직이는 것에 빗대 만든 말이다. 풍수에서 모든 지기는 이 용맥을 따라 흐른다고 한다. 그래서 산세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산하를 보자. 대한민국 산하는 도로다 터널이다 집을 짓는다고 모두 파헤쳐졌다. 간단히 말해 지맥이 다 끊기거나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북도 마찬가지다. 도로와 집을 만들고 있으며, 전투시설을 만든다고 땅굴을 판다. 핵시설과 핵 실험장을 만든다고 전국을 파헤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두산에서 흘러내려온 지기가 백악에 꽂혔다는 말이 성립되는가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풍수에서는 사람이 우선이다. 류종혜는 전국에서 제일 길지라는 하회마을을 얻기 위해 3년을 보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조는 당대 최고 길지라는 사도세자의 현륭원터를 얻기 위해 수원부를 현재 수원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그런데 정조 자손은 손자인 헌종 때 대가 끊겼다. 이것을 보면 무엇이 명당이고 무엇이 흉지(凶地)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청와대 터가 나쁘다는 것 그간 청와대 주인들에게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청와대 주인을 보자. 이승만은 독재로, 박정희는 말할 것도 없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12.12 쿠데타로 집권하고 독재했다. 김영삼은 무능으로 나라를 망쳤다. 노무현은 후임자 사욕과 권력욕의 희생자다. 이명박은 말할 것도 없고, 박근혜는 무능에다 허수아비였다. 이런 것이 집터의 문제일까? 아니면 그들의 문제일까?

현대의 명당은 아파트 값 오르는 곳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풍수를 보는 이유가 발복(發福) 때문이다. 풍수를 믿는 사람들, 묘 자리나 집터를 잘 써서 지기 도움을 받아 복을 얻으려한다. 묘 자리를 잘 얻어 발복하겠다는 개념, 참 허망하다. 조상 묘 자리를 잘 써서 후손이 덕 좀 보자는 것인데 노력 없이 요행수를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쉽게 복을 얻으려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니 그것은 그렇다 치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복의 개념이 무엇인가다. 복의 개념이 과거에는 무병장수, 자손번성, 입신양명(立身揚名)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부자가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모두 부자 되세요’라는 카피가 히트를 쳤겠나. 이처럼 복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좋은 명당자리는 돈이 모이는 자리다. 그래서 명당은 강남이고, 서울에서 새로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이다. 예전에 파묘했던 곳이라고 해도 아파트가 들어설 자리라면 묘를 써야 한다. 보상금이 어마어마하게 나올 것이고 더해서 아파트 분양권도 나올 것이니 얼마나 좋은 터인가. 그리고 아파트 값이 올라가는 곳이라면 명당이다.

풍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

시대가 변하면 생각도 변한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 풍수이전에 사람이라고 했다. 마음을 곱게 써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면 자기가 사는 곳이 길지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역대 대통령처럼 불행한 끝을 보게 된다. 외형으로 나타나는 풍수에만 사로잡히다 보면, 풍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놓치게 된다. 청와대는 고려시대 남경 이궁이 될 정도로 명당이었다. 조선이 경복궁을 그 곳에 세운 것도 명당이기 때문이다. 천여 년 명당이었던 곳이 지기가 다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기를 쇠하게 하는 것도 사람들이고, 그 지기를 다시 살리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이 민둥산으로 만들기도 하고 민둥산에 나무를 심어 다시 울창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 명당이었으니 계속 명당일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들어가 진정 국민을 위해 노력한다면 화려한 명당이 돼 다시 태어날 것이다.

당선자에게 부탁한다. 제발 땅을 보지 말고 사람을 보길 바란다.

글쓴이

최성호 건축가

필자인 최성호는 오랫동안 한옥과 한국문화를 공부해온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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