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밖에 보이지 않는 ‘청문회의 시간’
[박정인의 언론비평] 한동훈 인선, 무슨 논리로 선택했을까? ‘검수완박’에 기름붓는 효과낼지 주목 첫 내각인선, 메시지 없다보니 ‘정호영’만
한동훈 기용에 대한 세가지 논리적 추론
윤석열 정부의 첫 각료 후보자 인선을 세 글자로 요약하자면 ‘한동훈’이다. 이 화두를 넘어서기는커녕 필적할 만한 이슈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측근 중에도 최측근을 법무행정과 검찰장악, 그리고 사라지는 민정수석 역할까지, 만능 스위스나이프로 쓰겠다는 뜻이 읽혀진다. “미국 변호사 자격이 있고 영어를 잘해서 법무 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사법 시스템을 정립하는데 적임자”라는 설명을 보고는 실소가 나올 정도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설만 놓고도 무리라는 평가가 많았다. 민주당이 반발할 거고 국민여론도 좋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검찰 안팎에서는 수원고검장 임명설도 돌았다. 서울중앙지검장보다 주목을 덜 끌면서 이재명 후보 관련 정보를 확보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라는 이유였다.
그런데 법무장관이라니… 파격을 시도할 때는 그만한 셈이 있는 법이다. 진짜 셈은 윤석열 당선자 머리 속에 숨어 있을 테니 우리는 정보의 조각을 짜맞춰 상상력을 발휘하는 수 밖에 없다.
첫 번째 상상 가능한 이유는 ‘칼 대신 펜’ 논리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의 표현이다. 출발은 최측근인 만큼 꼭 데리고 써야 한다는데 있다. 그런데 칼을 든 검사로 쓰자니 칼 맞을까 걱정하는 쪽의 반발이 부담스럽다. 그러면 칼을 버리고 펜을 든 행정관료로 쓰면 되지 않겠냐고 결론지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논리는 당장 민주당이 한동훈 지명을 인사테러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큰 효용을 보기 어렵게 된 것 같다.
두 번째는 ‘리모콘’ 논리다. 앞서 언급한대로 만능 스위스나이프로 쓰고 싶은 사람인데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수원고검장 또는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면 비난은 비난대로 받고 정작 쓸모는 한정된다. 법무장관은 다르다. 우선 검찰의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으니 검찰 관리가 가능하다. 민정수석을 없애도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법무장관이 검찰을 활용해 수행할 수도 있다. 또 국무위원이니 검찰간부와는 달리 늘 불러서 국정을 의논해도 부담이 없다.
세 번째는 ‘손흥민’ 논리다. 손흥민 선수처럼 유능한 골잡이를 적진 깊숙이 배치하면 수비수 여럿이 이 선수를 막느라 발이 묶여 버린다. 그 빈틈을 노려 상대가 생각지 못했던 미드필더나 수비수가 골을 넣는 방법이다.
야당과 언론이 아무리 인사청문회에 자원을 쏟아부어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한동훈 후보자에게 화력이 집중되면 자연히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은 소홀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의 관심도 마찬가지다. 한 후보자가 맷집이 세서 버틸 수만 있다면 후보자 전원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행운도 기대할 수 있다.
한 가지 의문점은 남는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화 시도다.
일부에서는 윤 당선자가 민주당의 검수완박이 현실화 했을 때에 대비해 한동훈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그 분석은 아귀가 잘 맞아 보이지 않는다. 사실 검수완박 입법화는 전망이 그리 밝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반드시 관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뒤로는 “그게 되겠냐”, “무리수를 두는 거다” 같은 목소리가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도 부정적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1%가 검수완박에 반대했다. 찬성은 38.2%였다. 지방선거를 40여일 남겨두고 국민 과반수가 반대하는 법안을 강행처리한다? 설사 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그대로 공포할지는 미지수다. 과거 문 대통령은 거악 수사를 비롯한 검찰의 직접 수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적이 있다.
이렇게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검수완박 시도에 한동훈 카드가 순식간에 기름을 채워 줬다. 민주당은 이래서 검수완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울고 싶은 아이 빰 때려준 격이다. 검수완박은 어차피 안 될 거라고 자신한 건지, 검수완박이 돼도 한동훈이면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건지, 아니면 검수완박 시도와 무관하게 한동훈은 꼭 써야 한다는 건지 궁금하다.
파격도 메시지도 없어...장관은 국민 신뢰가 중요한 실력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선은 상대적으로 무미건조하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첫 인사의 파격은 늘 화제였다. 첫 인사가 새 정부의 국정방향을 상징한다고 보고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인사를 하려고 모든 당선자들이 노력했다.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 첫 인사가 대표적이었다. 통일부장관에 진보성향 인사(한완상), 국가안전기획부장에 대학교수(김덕), 노동부 장관에 인권변호사 출신 의원(이인제), 임명직 서울시장에 40대 변호사(김상철)가 기용됐다. 국민은 세상이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이 파격인사는 얼마 못 가 현실의 벽에 부딪쳤지만 시작은 화려했다.
그 이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과거 보수정권의 실세 중 실세였던 이종찬을 국가정보원장에 임명한 것을 비롯해 첫 인사를 통해 메시지를 주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도 윤석열 정부는 어떤 정부가 될 것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인사가 기대됐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뜻밖이다.
메시지를 주는 한 가지 방법으로 탕평인사가 있다. 협치를 내세워 야당 인사를 기용하거나, 야당의 지역기반 출신을 발탁하는 방법이다. 자기 편인데 고향이 야당 지역기반이면 더욱 좋다. 종종 편법도 동원됐다. 이제까지 서울 사람인 줄 알았는데 후보자 프로필에 고향이 영남이나 호남으로 발표되는 경우가 그렇다. 아버지 고향이든 갓난 아기 때 살다 떠난 곳이든 가리지 않고 지역안배 숫자 채우기에 활용하는 꼼수탕평이다.
이번 인선에서는 지역안배가 사실상 없었다. 장관 후보자 18명 가운데 호남 출신은 전북이 고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자 뿐이다. 그나마 고교 후배이자 최측근이다. 공동 정부를 기치로 내세워 후보 단일화를 했던 안철수 인수위원장 쪽 인사도 보이지 않는다.
굳이 탕평이라면 한덕수 총리 후보자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과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를 지냈으니까. 실력과 경륜을 갖췄고 민주당 정부에서 귀하게 쓰인 게 명분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인물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애국적인 일을 했거나, 절절한 개인사가 있는 경우다.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명박 정부 때 이재필 고용부장관이나 박근혜 정부 때 김용준 총리 후보자), 가난 때문에 교육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이 해당된다. 상고출신에 야간대학을 나온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생각난다. 이런 인사 역시 이번에는 없었다.
이제는 상식이 된 여성 발탁마저 18명 가운데 3명에 그쳤다. 16.7%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애써 20%선을 넘겼는데 ‘도로 남성 내각’이 될 것 같다. 당선자 스스로 여성할당 같은 건 안 한다고 했으니… 국제의회연맹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각국의 여성 장관 비율을 볼 수 있다. 16.7%는 100등 밖으로 한참 벗어난다. 슐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내각의 딱 절반이 여성인 것과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
프랑스에서 여성이 국방장관을 맡거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성소수자를 장관에 임명한 것 같은 사례는 본인의 국정수행능력을 떠나 국민에게 주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 우리로 치면 문재인 정부에서 비검찰 출신 법무장관(조국)이나 첫 비고시/여성 외교부장관(강경화)이 발탁된 것이 그런 사례다. 이들이 일을 잘했는지 못했는지와는 별개로 대통령은 분명한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인사를 한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가 민간인 출신의 국방장관 후보자나 야당 인사, 최초의 여성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지명했다면 새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법무장관 후보자에 비검찰 출신을 기용했다면 많은 이들이 놀랐을 것 같다. 그런데 없었다.
메시지보다는 실력을 택했다는 게 당선자측 설명이다. 하지만 장관의 실력은 의외로 개인 퍼포먼스에서 나오지 않는다. 국민이 얼마나 신뢰하고 지지해 주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서울대를 나오고 평생 실력을 발휘한 인물이라도 국민이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면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더 깨끗하고, 더 헌신적인’ 롤모델 찾을수 있을까
어쨌든 인사가 났으니 이제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국면이 시작됐다. 야당의 공세는 한동훈 낙마를 겨냥해 불뿜을 것이다. 자연히 언론도 한동훈 후보자 흠집 찾기에 올인할 게 뻔하다.
지금까지는 한 후보자 외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걱정스러워 보인다. 문제의 시작은 “출산이 애국” 발언이었는데 사실 10년 전이라면 그 정도 발언은 용서 못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두 자녀 의대 편입 문제는 상황이 다르다. 자꾸 조국 전 장관 자녀 사건이 떠오른다. 조국을 망신 준 윤 당선자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인사청문회의 기준이 너무 엄격하고 국정운영 능력보다는 개인의 사적인 문제 들추기에만 집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능하고 인성 바른 후보자가 흠집 하나에 추풍낙엽이 되다 보니 아예 공직 참여를 꺼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면서 늘 올바른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지금은 비난의 표적이 되는 사안이 과거에는 관행이었던 경우도 적지 않았고.
하지만 인사청문회의 까다로운 통과기준은 나름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다. 적어도 미래의 공직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저런 일은 하지 말고 더 깨끗이, 더 헌신적으로 살아야겠구나’라고 깨닫게 된다는 사실이다. 당장은 조금 억울한 희생양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미래의 인사청문회에서 털어도 먼지 안 나오는 장관들이 잇따라 배출될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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