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차기대통령, 보수 후보 물건너 갔을까?

[박정인의 정치평론] 두번 실패로 대선을 포기할 것인가 보수 재집권 희망 사라지지 않는 이유 국민들의 눈은 더 날카로와졌다

윤석열 전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통령 선거일이 6월 3일로 확정 공고됐다. 보수 후보들도 곧바로 선거채비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TV
윤석열 전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통령 선거일이 6월 3일로 확정 공고됐다. 보수 후보들도 곧바로 선거채비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TV

탄핵 반대 정서가 강했던 윤석열 파면

파면의 세번째 요인인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는 워낙 잘 알려져 있어서 길게 부연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집권하면 제왕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그걸 쟁취하기 위해 사생결단으로 싸운다. 싸움에 이겨 집권하면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마음대로 휘두른다. 야당이 따지면 외면하고, 외면당한 야당은 더 호되게 몰아세운다. 그러다 대통령이 한번 엉뚱한 실수를 하면 국정이 파국을 맞는다.

지금까지 나열한 이유들이 누적돼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은 파면을 당했다. 길지 않은 헌정사에서 대통령 두 명이 파면당했다는 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야당은 국민이 나서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말하지만, 작은 가게에서 직원을 해고하는 것도 피할 수 있으면 가급적 피하는 게 상식이다.

그래서인지 박근혜 탄핵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보수층에서 탄핵 반대 정서가 상대적으로 강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2017년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 당시에는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탄핵에 찬성했다. 반면 윤석열 파면 당일인 지난 4월4일 한국 갤럽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가 찬성하고 37%가 반대했다.

보수 진영 후보로 연속 탄핵을 당한 박근혜, 윤석열 전대통령.
보수 진영 후보로 연속 탄핵을 당한 박근혜, 윤석열 전대통령.

이번 대선에 꼭 진다는 법 없다?

왜 과거 탄핵 때에 비해 보수의 결집이 상대적으로 강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몇가지 추론은 가능하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측이 계엄선포 이유로 ‘야당이 국정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인정받지 못했지만) 보수층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타협이 실종된 정치에 대한 책임을 야당에게도 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두번째, ‘이재명 거부감’이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4월4일 한국 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원의 2심 무죄 판결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46%, 잘됐다는 의견이 40%로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중도층은 탄핵 찬성에는 ⅔ 이상이 손을 들었지만, 이재명 무죄 판결에 대한 질문에는 의견이 거의 반반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세번째, ‘이번 대선에서 꼭 진다는 법은 없어’ 류의 정서가 보수층에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갤럽의 2017년 박근혜 파면 당일 조사에서 대선 주자 지지율은 문재인 32%, 안희정 17%, 안철수 9%, 황교안 9%, 이재명 8% 순서였다. 진보 후보 지지율을 모두 더하면 57%에 이르렀다. 안철수를 중도로 치고 보수와 중도를 합해도 18%에 그쳤다.

이렇게 승리가 당연해 보이던 문재인 후보조차 선거 막바지 안철수 후보에게 턱밑까지 쫓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의 경우는 어떨까? 4일 조사를 보면 이재명 34%, 김문수 9%, 한동훈 5%, 홍준표 4%, 오세훈 2%, 이준석·조국·이낙연 1%로 나온다. 이재명이 압도적이긴 하다. 하지만 진보를 다 합쳐도 36%에 그치는 데 보수 후보들의 합은 20%를 넘길 기세다. 보수 입장에서 ‘우리가 결집만 하면 이재명 후보를 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버릴 이유가 없다.

더 매서워진 유권자의 눈에 들어야한다

그래서 대통령 탄핵 이슈가 선거에 어떻게 작용할지 아직은 예측이 어렵다. 보수 대통령이 쫓겨났으니 보수 후보 당선은 물건너 갔다고 말하는 건 너무 가벼워 보인다. 민주당에게 탄핵은 오히려 ‘취급주의’ 스티커가 붙었다. 과도한 탄핵 마케팅은 유권자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

뽑은 직원을 해고해 본 가게 주인은 다음부터는 새 직원을 뽑을 때 신중해진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은 짧은 기간에 두 번이나 대통령을 파면했다. 그만큼 다가오는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의 눈매는 유례없이 날카로울 것이다. 대통령 잘 뽑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치고 또 깨우친 유권자들이다.

글쓴이

박정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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