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대행은 국무위원을 제청할 수 있는가?

[김종철의 시민을 위한 헌법이야기] 총리제는 한국형 민주공화제의 핵심 특징 총리의 제청권은 공화적 대통령제의 수단 대행의 제청권은 위헌소지...협치로 풀어야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왼쪽).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왼쪽).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였지만 그 구성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헌법상 행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동의가 지연되고 있고, 그 후보자가 추천했다는 국무위원이자 중앙부처 장관의 인사 청문절차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을 일부 행사하는 어색한 절차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의 구성에 물러나는 전임정부의 2인자가 형식적일지언정 관여하는 관행이 되풀이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헌법정신에 온전히 부합하는 바람직한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민주화의 성취인 현행 헌법이 침묵하고 있는 부분을 민주화 40년을 넘보는 시점까지 효과적으로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임 총리 임명의 필수적 헌법요건인 국회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물러날 총리가 아니라 총리 직무대행으로 하여금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게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신중한 헌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헌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절차에 의해 국무위원이자 중앙부처 장관이 임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장에서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적극 답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 연합뉴스
인사청문회장에서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적극 답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 연합뉴스

국무총리의 헌법상 지위와 국회임명 동의절차의 공화적 의의

미국 연방헌법과 달리, 현행 헌법상 핵심 국가권력인 행정권은 대통령에게 전속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라는 집합체에 속한다. 헌법상 정부는 대통령과 행정부로 구성되며, 행정부에 대통령 보좌기관인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최고국정심의기관인 국무회의와 대통령자문기관, 중앙부처인 행정각부, 그리고 직무감찰 및 회계검사를 담당하는 대통령직속의 기관인 감사원이 있다. 행정부 편에 규정된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은 현대 민주공화제의 발전에 따른 해석과 입법적 관행에 따라 직무상 독립기관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지므로 통상의 행정부 구성과는 구별하여 다룬다. 그 외 정부조직법상 국가정보원 등 통상의 행정부와는 달리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지 않고 대통령직속으로 편재된 행정기관이 있다.

행정권을 1인기관에게 전속하지 않는 한국형 민주공화체제에서 행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의 지위는 매우 독특하다. 대통령의 보좌기관이면서도 행정부의 구성 및 운영에 독자적으로 관여하는 특별한 지위를 가진다. 이 지위를 뒷받침하는 헌법적 장치가 총리임명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이다. 소위 이원정부제로 소개되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의회에 대한 책무성을 가지는 수상의 임명에 의회가 관여하지 않으며 대통령의 단독행위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도 우리 체제에서의 국회동의권이 가지는 헌법적 의의를 알 수 있다.

이 동의권에 결부된 또 다른 헌법적 장치가 바로 총리의 국무위원 임명 동의권이다.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대통령도 총리가 제청하지 않는 국무위원을 임명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헌법상 중앙부처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임명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실질적인 중앙부처의 구성이 총리의 절차적 통제하에 있게 되는 구조이다.

흔히들 총리 자체를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총리가 대통령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다는 현실적 상황을 배경으로 이러한 절차적 통제권을 소홀히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이 대통령 중심으로 헌법적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관행이 바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총리의 현실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임명동의권이 결합될 경우 총리의 지위는 국민이 직접 선출에 관여하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의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배경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한국형 민주공화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고 민주공화적 대통령제로 발전해 왔으며 그 주요한 특징이 바로 국회임명동의제와 국무위원제청권으로 상징되는 국무총리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민주공화적 대통령제를 채택한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제왕적 대통령처럼 국정농단을 저질러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조차도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총리를 마음대로 경질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은 한국형 민주공화제의 발전의 생생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의 경우 총리 임명과 관련한 헌법적 문제

국무총리제의 공화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대선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정부 교체기에 총리임명에 대한 국회동의권과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은 새 정부 출범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미 정부가 출범되어 있는 경우 총리의 교체는 국무위원의 신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총리 교체에 대한 국회 동의권을 철저히 관철하고도 국정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새 정부 출범의 시기에는 국회동의절차가 지연되는 경우 나머지 국무위원의 구성 또한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정의 공백이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이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물론 이 문제는 국회동의 절차가 정치적으로 잘 마무리될 때는 별다른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처럼 여소야대의 국회구성에서 매우 대결적인 정국이 조성될 때 여야 대립으로 국회 동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1987년 체제에서 이런 문제는 낯설지 않다. 1997년 김대중 정부 출범당시 연합정부 구성을 선거과정에 공식화한 상태로 사실상 러닝메이트처럼 총리후보가 가시화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에서 5개월 가까이 임명동의를 지연시킨 경우가 대표적이다. 결국 위헌논란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대통령은 총리서리제를 결단하여 시행했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국회와 국회의원의 권한을 각각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적이 있었다. 당시 헌재는 다수의견을 단일하게 형성하지 못하여 결국 위헌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고 소송법상 이유를 들어 청구를 각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헌선언이 불발되었다.

이번에도 이 사례를 들어 한덕수 총리후보를 서리로 임명할 수 있겠지만 위헌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헌법학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기나 내각 총사퇴의 경우와 같이 특별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총리서리제가 가능하다는 견해와 아예 유효하기는 하지만 위헌이기 때문에 탄핵사유가 될 뿐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중요한 헌법기관의 서리제를 헌법 명문에 반하여 채택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견해가 많다. 헌법해석론으로 해결하기에는 헌정사나 명문의 규정에 비추어 설득력이 너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총리대행제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헌법상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의 대행제도는 없지만 정부조직법 제22조는 국무총리가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기획재정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교육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등 순으로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령인 직무대리규정 제7조는 “직무대리자는 사고가 발생한 공무원의 모든 권한을 가지며, 그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정부조직법과 직무대리규정에 따라 총리대행의 경우 국무위원제청권 또한 대리할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

실제로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출범당시 탄핵으로 인한 대통령의 궐위로 긴급선거가 치러졌고 당선과 동시에 대통령임기가 개시되어 인수위가 가동되지 않으면서 정부구성에 차질이 빚어지고 국정공백이 우려되면서 당시 총리대행이던 유일호 부총리에 의해 국무위원 제청권이 행사된 사례가 있었다. 촛불혁명과 초유의 대통령탄핵이라는 긴급상황인 탓에 이러한 절차에 대한 헌법적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이번의 경우에도 이런 사례를 들어 총리대행제도를 통한 정부구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앞서 서리제의 경우에 비추어본다면 유효하다거나 합헌이라는 견해가 없지 않겠지만 위헌론도 만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총리대행제도는 엄연히 ‘사고’를 요건으로 하고 있고 사고란 총리의 존재를 전제로 총리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총리가 아예 국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는 직전정부의 총리가 사직한 이후부터는 총리의 궐위 상태가 되므로 총리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대행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대행제도를 활용하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한시적일 수 있는 서리제도에 비해 국회의 임명동의권을 어느때나 무력화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 당시의 경우처럼 총리를 경질하였으나 후임자가 국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경우 대행제도를 통해 정부구성을 하는데 악용될 수도 있다.

위헌논란 회피할 정치적 협치로 타개해야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헌법위반여부의 문제로만 보고 비관할 일은 아니다. 헌법상 이러한 제도를 둔 이유는 민주공화적 협치를 기준으로 정부의 구성과 운영을 기획하였기 때문이므로 헌정적 교착상태가 초래되지 않게 대통령과 여야 정당들이 머리를 맞대고 위헌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하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헌정교착과 위헌논란을 피하면서 정치적 협치를 달성하는 것은 민주공화헌법이 국민의 대표자들에게 준엄하게 명령하고 있는 헌법적 의무이며 실제적 제약장치가 없다고 소홀히 될 것이 아니다.

우선 국회동의가 국정공백을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라는 헌법정신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정부구성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선거란 주권자인 국민의 민의를 판가름하는 가장 직접적인 정치과정이기 때문에 헌법적 판단의 중요한 준거가 되며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은 헌정이 교착될 때 가장 존중받아야 할 공준이다. 따라서 대선이후 새 정부의 출범에는 대통령으로 선출된 대표에게 정치적 우선권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민주공화적 여야관계를 전제로 한 국회의 임명동의권을 대선승리를 명분으로 함부로 무시하는 것도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 대통령이 지명을 포기함으로써 공화적 공존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대통령의 정부구성권에 상대적 우월성을 인정하는 전제이다.

결국 국민의 여론에 대한 경청의 자세가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모두에게 요청된다. 어떤 경우에도 총리대행제도를 오용한 위헌논란으로 새 정부 구성이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헌법과 국민을 중심에 둔 타협의 정치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고대한다.

글쓴이

김종철 연세대 법전원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공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 대학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공법학회 회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민주공화국의 기본정신에 기초한 시민헌법교육과 정치개혁 및 사법개혁에 기여하는 것을 헌법학자로서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