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권은순의 ‘집, 돈보다 행복이다’]

소파뒤 벽쪽에 간접조명이 액자를 비추고 있고, 코너에는 세개의 조명이 있어 거실 분위기를 은은하게 연출한다.
소파뒤 벽쪽에 간접조명이 액자를 비추고 있고, 코너에는 세개의 조명이 있어 거실 분위기를 은은하게 연출한다.

집은 가족들이 함께 사는 곳이다. 집을 꾸밀 때는 가족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고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꾸며야 한다. 그중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곳인 거실을 어떻게 활용해야 우리 가족들이 자주 머물고 요긴하게 쓸지를 여러모로 생각해봐야 한다. 거실 인테리어는 그래서 중요하다.

시댁과의 8년 동거를 마치고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우리 가족은 성남시 분당에 28평의 아파트를 가질 수 있었다. 당시 이 집을 놓고 우리 부부 둘이 살던 신혼 때와는 사뭇 다른 거실을 구상했다.

텔레비전을 없애라

부모님들과 함께 3대가 살 때는 집 거실에 텔레비전이 중심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항상 텔레비전과 가까울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방 세 개와 거실, 그리고 부엌, 화장실 한 개의 아파트를 구입한 후 우리 가족 셋은 각자 집에 관해서 원하는 것을 수 차례에 걸쳐 의논했다. 물론 집을 고치고 꾸미는 일에 관한 한 전문가였으니 남편보다는 내가 주관이 되어서 진행했다. 남편도 그런 나를 인정해 주기도 하고, 사실 내가 훨씬 그런 것에 대한 정보나 욕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니까.

또한 아이도 우리 가족의 일원이므로 아이의 성장과정에 따른 집안 분위기도 아주 중요했다. 아이를 포함해서 우리가족이 여러 차례 의논 끝에 내린 결정 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텔레비전을 거실에서 치우는 것이었다.

일단 남편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재 겸 오디오 룸을 원했지만 붙박이 장도 넉넉지 않고 방도 세 개인 상태에서는 서재겸 오디오 룸을 따로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거실에 텔레비전을 치우고 대신에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텔레비전은 침대 방에 두고 필요할 때만 보는 것으로 정했다.

텔레비전을 없애고 오디오시스템을 설치한 거실 벽쪽 모습.
텔레비전을 없애고 오디오시스템을 설치한 거실 벽쪽 모습.

소파는 3인용으로 간단히 두고 창쪽으로 2m40㎝의 큰 테이블을 배치했다.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이렇게 배치를 한 후 거실은 가족이 만나서 함께 음악을 듣거나 대화를 하고, 함께 책을 보거나 식사 시간을 즐기며 친구들과 파티를 하는 등 많은 생활을 하는 공간이 되었다.

창쪽으로 큰 테이블을 배치한 모습. 가족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창쪽으로 큰 테이블을 배치한 모습. 가족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대화하기 좋은 공간, 가족애가 싹트는 곳

아이가 중학생이 됐을 때 우리 가족은 조금 큰 아파트로 집을 옮겼다. 아이가 주로 본인의 방에서 집중해 공부하는 시기였으므로 거실에 3인용 소파와 라운지체어, 벤치 등 대화하기 좋은 가구 배치를 했다. 그리고 AV 시스템을 갖추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를 비치해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등 다양하게 거실을 활용했다.

퇴근 후 어둑어둑한 거실에 촛불 하나 밝히고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게 한 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서로의 하루 일에 관심을 갖고 얘기하는 가족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그 또래 특유의 문제가 생길 때 부모들 특히 아빠들은 그때가 되어서야 대화를 시도하지만 그동안 한 적이 없던 대화가 갑자기 잘 되지는 않는다. 아이가 대화를 안하려고 한다고 탓하기 전에, 아이가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그럴러면 미리미리 대화하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소파를 포기하고 테이블을 놓아라

얼마전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과 고학년 딸 남매를 둔 후배가 3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인테리어 조언을 구해왔다. 이 때도 나는 우선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이 저녁때 집에 돌아와 저녁준비를 하고 식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이 각자의 방에 있기보다는 거실에서 부모들과 눈을 마주치고 숙제도 도움받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리고 소파를 과감히 포기하고 거실에 커다란 테이블을 배치할 것을 제안했다.

후배는 거실에서 소파를 없애고 커다란 테이블을 놓는다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못한 아이디어였다며, 본인들의 거실에 딱 맞는 조언이라며 좋아했다. 후배 가족 모두가 함께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보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도 할 수 있도록 거실에 테이블을 배치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후배는 큰 테이블을 두고나니까 가족들이 소파가 있을 때 모이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흡족해했다. 거실 용도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실내 인테리어의 핵심은 ‘조명’

여기서 한가지, 거실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든 중요한 포인트는 조명이다.

외국이건 국내건 마음에 드는 분위기 좋은 곳을 찾아 다니며 자세히 살펴보면, 외관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조명을 중요하게 생각한 인테리어는 쓰여진 재료들을 특별하게 느껴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모로코에 출장을 갔을 때, 현지인의 아파트에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다. 모로코는 전구가 그대로 드러나는 직접 조명은 실내에 거의 없다. 호텔이나 레스토랑, 카페에서 이미 모로코 특유의 조명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지만 초대 받아간 아파트에서 더욱 그 나라 조명의 특징을 경험했다. 전형적인 모로코 장식 등 몇 개에 나머지는 모두 양초 만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같이 갔던 우리 일행 모두 처음엔 어두운 실내에 낯설어 했지만 차츰 분위기가 참으로 묘하게 아름답다고 느꼈다.

모로코는 건축이나 인테리어 등이 특징적인 곳이라서 그렇다 하더라도 세계 어느 디자인 선진국에 가더라도 실내 조명은 아주 중요한 아이템이다.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작업에 필요한 밝기를 만드는 조명은 이렇게 인테리어를 완성시켜주고, 액자나 벽장식, 그 외의 데코레이션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빛의 효과는 램프의 디자인과 빛의 양, 빛이 퍼지는 방향, 그것을 놓아두는 장소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이미 가지고 있는 램프의 전구를 바꿔 보거나 조명 위치를 제자리에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더 좋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천정 한가운데 Ceiling Light가 한 개 뿐인 조명은 실내가 단조로운 분위기로 일관되어 분위기 변화를 줄 수가 없다. 때문에 작업상 필요한 곳만 직접 조명을 설치하고 그 외의 공간은 간접 조명을 설치하거나 배치할 것을 권하고 싶다.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통상적으로 배치된 공간에서 지내는 것에 만족하지 말자. 나는 그리고 나의 가족은 집에서 그리고 거실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거실을 그저 지나치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머물고 즐기는 공간으로 되살아나게 할 수 있다.

글쓴이

권은순 공간 디자이너

필자인 권은순 공간 디자이너는 제일모직 패션 디자이너로 시작해 국내 최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전망좋은방’을 론칭한 대한민국 라이프스타일 1세대이다. 이후 ‘소호앤노호’, ‘까사스쿨’의 원장을 역임했고 이후 D&S프로젝트의 대표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이야기가 있는 인테리어 집>, <프로방스의 집>, <내가 생각하는 집>, <인테리어 스타일북>, <집 안의 물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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