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의 시작은 버리기...어떻게 버릴까
[권은순의 ‘집, 돈보다 행복이다’] 충동구매도, 쌓아두지도 말아야 안맞으면 나눠주거나 아낌없이 버려라
인테리어는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시댁과 8년 동거를 마치고 우리 가족이 독립하게 될 때, 들어갈 새집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이삿짐은 외부 창고에 한달여동안 맡겼다. 모든 공사가 끝나고 입주하려 준비하던 날, 카페(소호 앤 노호)를 운영하던 필자는 요리 잡지인 쿠켄의 대표와 첫 대면하고 있었다. 한참 미팅 중이었는데,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창고에 불이 나 세간이 다 탔다하네. 거기로 갈테니 같이 가서 보자.”
다 타버렸다니 놀랍기는 했지만, 남편이 오는 동안 진행하던 미팅을 계속했다. 그때 같이 미팅을 하던 잡지사 대표는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살림살이가 다 타버렸는데도 “하던 얘기 계속해요”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회의를 계속하던 모습 때문에. ‘포기할 것은 빨리, 과감히, 포기하고 하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며 사는 필자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살림이 다 타버리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새 집에서 신혼 때처럼 생활했다. 모든 것을 새로 장만해야만 했는데, 한꺼번에 다 사기가 쉽지 않아 꼭 필요한 것들만 장만해 나갔다. 없어진 것에 대한 불편함이 크지 않았거니와 짐이 별로 없는 새 집에서 생활하는 것도 괜찮았다. 공간도 넓고 깔끔하게 지낼 수 있어서다.
버릴 것이면 사지를 말자
우리는 필요치 않은 물건들을 지니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원래도 정리정돈을 취미로 하던 것에 더해, 그 이후로 필자는 뭔가 쌓아놓거나 필요없는 물건을 가지는 것을 피하려 했다.
먼저 충동구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물건이든 반드시 계획을 세워 사고, 구매하고 싶은 게 있어도 바로 사지 않는 습관을 만들었다. 구입할 때는 집안 분위기에 맞는지, 어디에 어떻게 놓을 것인지를 심사숙고 한 후에 결정했다. 뭔가 하나를 사면 같은 품목 중에 하나는 없애려 했다. 아니 먼저 처분하고 나서야 하나를 사는 경우가 더 자주 있다.
살림살이뿐 아니라 옷이나 구두, 백, 액세서리도 마찬가지다. 놓을 자리가 없으면 필요할 사람에게 넘겨준다. 먹는 것도 나누면 좋듯이 물건들도 다른 사람에게 유용하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지난해에는 집안에 두면 좋다는 산세베리아가 선물로 들어왔지만, 화분이 우리 집엔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마침 집에 방문한 지인이 맘에 들어하자 기꺼이 건네줬다. 집에 어울리지 않다며 내 눈총을 받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가.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대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다. 물건을 보고왔던 곳을 다시 찾아가는 등 더 많은 시간을 쓰고 노력을 한다. 아침 일찍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도 선뜻 사지 않는다. “혹시 더 괜찮은 것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하고 걱정한다. 그래서 그날의 쇼핑이 끝날 때까지 다 둘러본 후에 제일 마음에 드는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럴 때마다 시간에 쫓기긴 하지만, 쏙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갖게 되고 그 물건은 오랜 시간 나와 같이 보낸다. 인테리어 소품 뿐아니라 옷이나 액세서리 등 다른 쇼핑을 할 때도 똑같다.

집에 맞지 않은 건 나눠줘라
집안에 물건들을 쌓아두지 말아야 한다. 지인들은 우리 집이 모델하우스 같다고 말한다. 우리 집은 언제라도 누가 온다면 항상 환영이다. 누가 온다고 일부러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항상 모든 것을 제자리에 둬 놓고 정리도 잘 해둔다. 그러기까지는 뭐든 아쉬워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갖지 않는 나만의 소신이 있다.
우선 수시로 집 정리를 하며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거나 주위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넘겨준다. 버리거나 넘기기 이전에 필요치 않은 물건을 충동구매하지 않는 건 물론이다.
한번은 동네 수퍼 언니가 날더러 “부자 언니 왔네“라고 한 적이 있어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수퍼에서 주는 사은품을 절대 받지 않는 내 성품을 두고 한 말이었다. 동네 수퍼같은 곳에서는 갖가지 플라스틱 용품들을 자주 주는데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받기도 한다. 더 큰 이유는 갖가지 상품 광고가 커다랗게 쓰여져 있는 용품들을 집에 들여 놓기가 싫어서다.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덕에, 때가 되면 회사에서 선물이나 사은품들이 들어오곤 하는데 그대로 두었다가 집에 오는 지인들에게 다 넘겨준다. 받으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쌓아두는 것보다 훨씬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주는 기쁨과 함께 집에 많은 물건이 쌓이지 않아 즐겁다.
어울리지 않는 것을 집안에 두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까다로움을 처음엔 가족들도 이해하지 못했다. 2년 연속해서 회사내 최고의 성과를 올린 부서의 팀장이었던 남편이 한 해는 은상을, 한번은 금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상패는 커다랗고 둥근 은색과 금색의 쟁반 모양이었고, 세워 놓아야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우리 집에서는 쫓겨나 어머님 집으로 갔고, 거실의 텔레비전 옆에 자리를 잘 잡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 집으로 이사한 후 집들이 하던 날 어머님 손에 들려 다시 돌아왔다. 그 날 집들이가 끝나고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 그 상패 두 개는 보자기도 풀리지 못한 채 침대 밑에 깔아두었다. 자랑할 물건이긴 하지만,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할 수는 없는 것이고, 번쩍이는 커다란 둥근 상패는 집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유난스러움 덕에 이제 가족들도 집안이 항상 깔끔하게 유지되는데 협조적이 됐다.
집은 가족이 매일 돌아와 머무르는 곳이다. 마음도 편해야 하고,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 안락하게 유지해서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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