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꾸미기, 시작은 정리정돈과 수납부터
[권은순의 ‘집, 돈보다 행복이다’] 쓸모없는 물건 처분부터 시작한다 수납, 보일 물건과 숨길 물건 구분해야 집 정리의 하이라이트는 수납!
물건에 미련을 두지 말자
주변에서 집을 어떻게 꾸미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나의 첫 번째 대답은 꾸미기 전에 일단은 필요없는 물건을 먼저 정리하라는 것이다. 처분할 것은 처분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그게 되지 않으면 좋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상 먹는 마음이지만, 물건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마음을 비우면 우리의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행복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집안도 필요 없는 물건을 없애고 비워보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특별히 꾸미려 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한번 비워보면 좋은 길이 보인다. 이를테면 2년 정도 지나는 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 또는 뭔가를 찾다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나타나는 다른 물건. 이런 것들은 사실상 필요한 물건이 아니거니와 그로 인해서 수납공간이 적어지거나 복잡해져서 꼭 필요한 물건마저 공간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우선 그런 것들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힘들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렇게 정리한 후에는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모습대로 한가지씩 시작한다.
짐으로 집을 채우지 말자
그리 넓지 않은 우리들의 집. 짐으로 채워두지 말고 우리 가족의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 버리고 나서 정리하는 것은 집을 꾸미는데 기본임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집안에 필요치 않은 물건들을 많이 갖고 있으면 아무리 치워도 소용이 없다. 가끔 대청소라도 하게 되면 “이런 것도 있었네”하면서 발견되는 반가운 것들이 있기도 하지만, 아무리 두어도 한번도 쓰지 않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이사를 해보면 다 알 수 있다. 이사를 위해 짐을 정리하다 보면 필요없었다는 것을 새삼느끼는데, 그럴 때도 대부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또 싸 가지고 새 집으로 간다. 하지만 그런 물건들은 다음 집에서도 창고나 깊숙한 장 속에 들어갈 것이다. 아마 그 다음 이사때도 같은 상황이 똑같이 반복될 것이다.
나와는 달리, 남편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이사를 할 때마다 ‘이것 없애자, 말자’하며 의견이 다를 때가 자주 있었다. 결혼 전에 등산을 좋아하던 남편은 다른 취미생활로 바꾸고 난 뒤에도 가까운 산은 자주 함께 갔다. 학생 때처럼 큰 배낭을 매고 오랫동안 떠나는 등산은 하지 않았다. 결혼 후에 가족을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가짐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학생 때의 추억 때문인지 집안에 쌓아둔 등산용품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이를 없애자는 나의 구박에도 항상 꿋꿋히 용품들을 싸 들고 이사를 다녔다.
나는 이사할 때마다 버리자고 떼를 썼지만, 남편은 기필코 가지고 와서 따로 창고에 넣어두곤 했다. 언젠가 아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준비물로 등산용품 일체가 필요해서 쌓아둔 것들중에 쓸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게 됐다. 때마침 남편이 집에 없던 때여서 아들과 둘이 창고를 뒤지니 배낭 속에 갖가지 등산용품들이 그대로 있었다. 하나 둘씩 꺼내 보는데 오래되어 끈적거리기도 했고, 방수 비옷은 코팅이 떨어져 내려서 온 거실이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억지로 모두 거둬 분리수거함에 나눠버리면서도 끈적거린 기분 때문에 불쾌하기가 이루말할 수 없었다. 같이 있었다면 내게서 잔소리깨나 들었을 심각한 상황이었다.
아들과 함께 처리하고 남편이 돌아왔을 때 얘기를 했는데도 아직 남편은 미련이 남아 있었다. 치우지 말고 그대로 두었다가 보여준 뒤에 버려도 될 일이었지만, 평소에 여기저기 물건들이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내 성격 탓이었다. 깔끔하게 치워버린 상황이 약간 후회될 만큼 남편은 섭섭해했다.
잘 쓸 수 있는 물건이나 추억이 깃든 소품들이라면, 쓰기 좋게 간수하거나 보기 좋게 진열해 두어야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모든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그저 쌓아 두기만 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비효율적임을 깨닫자.
수납만 잘해도 집이 커 보인다
버릴 것을 버리고 필요한 물건만 남겨두고난 후에 할 일은 수납이다. 수납이 잘 된 후에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수납만 잘해도 집은 한결 커 보인다.
우리의 집을 꾸미기 전에 꼭 필요한 체계적인 수납 작업은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이사 때에 가구, 전자제품 같이 큰 물건을 제자리에 놓고 난 후엔 옷장, 신발장, 주방, 팬트리 등 물건들을 어떤 위치에 자리잡게 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해가며 정리하면 좋다. 이사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일단 장 속에 물건들을 넣어두게 내버려두면 결국 이중으로 일을 하게 된다. 들어있는 물건들을 꺼내 다시 넣어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체계적인 수납을 위해 필요한 선반, 박스들도 미리 준비해둔다면 좀 더 손쉽게 할 수 있다.
내가 수납을 하는 데는 내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장식을 위해 보여지는 수납 작업도 필요하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야 할 것들을 잘 숨기는 것도 해야 한다. 이를 확실히 구분한다.

나는 새 집으로 이사를 하면 한 달여간 수납정리에만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퇴근한 후 한 군데를 정해서 수납정리를 시작했는데, 하다 보면 거의 새벽 서너 시가 될 때도 있었다. 그런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 수납정리하는 일을 멈출 때는, 그 이유가 다름아니라 수납을 하기 위한 새로운 수납용품이 필요해져서 이를 구할 때까지 보류했기 때문이었다. 또는 수납하느라 잠을 자지 못해 다음날 회사 일이 걱정될 상황도 있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라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수납 정리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시간을 들여 정리한 수납 작업은 내가 집에서 지낸 긴 세월동안 일하면서 편하게 지내게 해주었고, 시간도 절약해 주는 것으로 보답한다. 그래서 수납은 집 정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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